[인터풋볼=대구] 이명수 기자= 대구FC의 2019년은 잊을 수 없는 한해였다. DGB대구은행파크(대팍)가 개장했고, K리그 흥행 중심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대팍이 개장했다고 축구팬들이 ‘알아서’ 경기장으로 올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예쁜 경기장을 계속 오게끔 유도하는 것이 중요했다.

대팍 흥행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대구 구단은 끊임없이 토의하고 노력했다. 홈경기 기획과 운영을 담당하는 구단 프런트의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그리고 젊은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거침없이 수용하는 조광래 사장의 소통 능력도 흥행 비결 중 하나였다.

이번 시즌 대구는 18번의 홈경기에서 평균 관중 10,661명을 동원했다. 1위 FC서울, 2위 전북 현대에 이은 3위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18번의 리그 홈경기와 3번의 ACL 홈경기를 합한 21번의 홈경기 중 8번이 매진 사례였다는 것이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대팍 열풍은 성공적이었다. 대구의 홈경기를 기획하고 운영한 대구의 경영기획부 홍보마케팅팀 소속 직원들을 만나 일화를 들어봤다. 만남은 지난 4일 DGB대구은행파크 근처 카페에서 이뤄졌다.

# “일단 한 번 해봐라. 대신 멋있게. 제대로”

홍보마케팅팀 직원은 김홍섭 대리를 포함해 김홍범, 최성민, 석문수, 조은비 사원. 그리고 하진욱, 이희지 인턴으로 구성된다. 지휘는 이동준 경영기획부 부장이 맡는다. 홍보마케팅팀 직원 7인의 평균 나이는 만 27.8세이다.

젊은 열정이 대팍 열기에 불을 붙였다.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다. 이들은 매일 서너차례의 회의를 갖는다. 회의 분위기는 말랑말랑하다. 회의 도중 먹고 마시고 화장실 가는 것 모두 용인된다. 그리고 이동준 부장은 회의 자리를 일부러 피한다.

대구 창단 첫 파이널라운드 A를 확정 짓던 날

파격 소통이 이뤄지는 것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다 진지한 이야기로 넘어가고, 자연스럽게 브레인스토밍이 진행된다. 회의 도중 ‘아무말 대잔치’가 벌어져도 상관없다. 결과물만 좋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회의에서 도출된 내용을 부장에게 보고하면 이동준 부장과 김홍섭 대리가 조광래 사장을 찾아가 최종 검토를 받는다. 조광래 사장은 언제나 이들에게 말한다. “일단 해봐. 대신 제대로. 멋있게”라는 말을 남긴다.

예를 들면 지난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대구는 ‘할로윈데이’를 준비했다. 어른들 입장에서는 기괴한 분장을 하고 파티를 벌이는 ‘할로윈데이’가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조광래 사장은 젊은 직원들의 파격 제안을 과감히 수용한다. 대신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따끔하게 지적하고, ‘할거면 제대로 하라’고 조언한다.

젊은 직원들의 열정을 사장과 부장급 직원들이 적절히 조절하고, 구단 홍보마케팅 자문위원인 계명대 이태희 교수의 조언이 더해져 최상의 결과물을 낸다. 또한 김홍범 사원과 이태희 교수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구단 상징색인 하늘색을 적절히 배치한 경기장 디자인이 완성됐다. 대팍을 처음 방문하는 이들이 감탄하는 하늘색 빛깔이 이들의 호흡에서 나온 것이다. 

할로윈 분장을 한 빅토와 리카. 조광래 사장은 "리카가 분장을 한다고? 재밌겠네"라며 할로윈데이 계획을 승인했다.

# ‘축구만 좋아하나요?’ 콘서트 덕후가 만들어 낸 푸른 대팍

전북전에서 대구는 콘서트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선수 소개 당시 불을 모두 끄고 사전에 관중들에게 나눠준 하늘색 뿔 모양 머리띠에 불을 켜게끔 유도했다. 흡사 콘서트장, 최근 A매치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이 아이디어는 조은비 사원이 처음 제시했다. 조은비 사원은 콘서트를 좋아한다. 쉬는 날 콘서트장을 찾아 야광봉을 흔드는 것이 여가 생활이다.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경기장 불을 끄고 콘서트장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보자는 것이었다.

회의 때 이 안건이 나왔고,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안 그래도 할로윈 데이를 맞아 무엇을 관중들에게 나눠줄지 고민하던 중 하늘색 뿔 모양 머리띠가 딱 들어맞았다. 뿔 모양이기 때문에 할로윈 데이라는 컨셉과 일치한 것이다. 그 결과 만원 관중 속 푸른 대팍이 완성됐다.

축구에만 몰두했더라면 나오지 못했을 결과물이다. 유튜브를 즐겨보는 석문수 사원은 최근 펭수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을 포착했다. 그리고 머릿 속에 떠오른 대상은 대구의 마스코트 리카였다. 펭수와 리카를 콜라보 해보자는 의견이 제시됐고, 이미 EBS 제작진의 접촉에 착수했다. 10살 펭수와 이제 갓 돌을 앞둔 리카의 만남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 대팍 시즌2 벌써 기획 중...내년에 더 업그레이드된다

연착륙이 중요하다. 첫 해 성공적으로 흥행을 이끌었지만 2020 시즌도 새롭고 재밌게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발 빠르게 다음 시즌 홈경기를 위한 고민에 돌입했다.

대구는 올해 삼성 라이온즈와 동시간 대에 열린 홈경기에서 비등비등한 관중 동원력을 자랑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구는 매 번 테마가 있는 홈경기를 준비하려 한다. 경기만 보기 위해 2시간 동안 경기장을 찾는 것이 아닌, 경기 앞뒤로 1-2 시간 총 5시간 동안 경기장에 머물게끔 유도하는 것이 목표이다.

BJ릴카와 콜라보했던 대구 마스코트 리카

전북전을 앞두고 츠바사 팬 사인회가 열렸다. 선착순 1000명을 대상으로 김대원과 정승원의 사인이 담긴 포스터를 증정했다. 킥오프 3시간 전부터 포스터를 받기 위한 줄이 이어졌다. 경기장 바깥에서 리카와 빅토는 수시로 움직이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홍섭 대리는 대구 홈경기의 경쟁 대상은 야구도 영화관도 아닌 ‘스타벅스’라고 말했다. 김홍섭 대리는 “경기만 2시간 동안 볼거면 굳이 경기장에 오지 않아도 된다.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휴대폰으로 경기를 봐도 되지 않겠나. 커피 한 잔 값도 경기 티켓 값보다 훨씬 싸다”면서 “때문에 매 번 새로운 경험을 하게끔 유도하려 한다. 대구 홈경기를 가면 ‘힙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하고 싶다. 때문에 할로윈데이도 시도해본 것이다”고 설명했다.

대구FC 김홍섭 대리. 좌측 회색 양복 입은 인물

대구는 2019 시즌의 성공을 2020 시즌, 그리고 앞으로 계속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다. 이번 시즌 겪은 시행착오를 내년에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이제 대구는 서울과의 마지막 홈경기를 남겨뒀고, 12월 1일 열리는 마지막 홈경기도 만원 관중을 불러 모으기 위한 노력에 착수했다.

사진 = 대구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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