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신문로] 이명수 기자= 북한의 푸대접에 모두가 질려버렸다.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리턴매치를 단단히 벼르는 가운데 다음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아시아축구연맹(AFC)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7일 오전 1시 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표팀은 15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원정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사상 초유의 경기였다. 취재진이 북한에 입국할 수 없었고, 중계방송진의 방북은커녕 경기 생중계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경기 상황은 평양에 파견된 AFC 감독관이 말레이시아 AFC 본부에 상황을 전파하면 다시 이를 서울 대한축구협회로 알리는 형식으로 전해졌다. 한국에서 알 수 있었던 정보는 경고, 선수교체, 킥오프, 경기종료 정도뿐이었다.

이 밖에도 북한은 선수단을 호텔에 감금하다시피 했고, 공항 입국 수속도 3시간 가까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격투기를 방불케 하는 거친 축구로 한국 선수단의 안전을 위협했다. 18일, 언론 시사회에서 90분 동안 지켜본 북한은 백태클과 팔꿈치를 거침없이 사용하며 거친 경기를 펼쳤다.

이날 경기는 무관중경기로 치러졌다. 전날 매니저 미팅에서 예상 관중 수로 4만명을 예측했지만 빗나간 것이다. 북한 관계자는 무관중 경기에 대한 최영일 협회 부회장의 질문에 “규정대로 했다”며 퉁명스럽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은 파행적인 경기 운영 속에서 다시는 대한민국 선수단의 안전이 평양에서 위협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정치적 대립관계에 놓인 국가 간의 대결을 피한다. 지난 2014년 UEFA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이 격화되며 이스라엘 경기장의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이스라엘의 보안 문제로 인해 모든 이스라엘의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경기는 이스라엘 영토 바깥에서 개최되어야 한다”고 정한 바 있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로 양 국가 간 감정이 악화되자 UCL과 UEL 조편성에서 두 국가 리그의 팀을 일부러 떼어놓기도 했다. 이번 시즌 UCL에 출전하는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와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러시아)는 절대 한 조에 편성될 수 없다. 양 국가 간 홈 앤드 어웨이 경기가 파행적으로 운영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토너먼트에서도 두 국가 간의 대진은 피한다.(UEFA Emergency Panel has decided that Ukrainian and Russian teams cannot be drawn against each other until further notice.)

2박 3일의 평양 원정 동안 선수단은 최악의 순간을 경험했다.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도록 협회 차원에서 강한 항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실제 협회는 FIFA 혹은 AFC에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북한을 제소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최종예선과 각종대회에서 남북한이 다시 한 조에 편성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분리 조편성 또한 검토되어야 한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저작권자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