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천안] 정지훈 기자= 희로애락(喜怒哀樂)이 함께 했던 2019 K리그 퀸컵이었다. 우승팀에게는 기쁨이, 패배한 팀에게는 슬픔이 있었고, 결국에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됐다.

여대생들의 챔피언스리그 '2019 K리그 퀸컵(K-Win컵)'이 5일과 6일 천안에 위치한 상록 리조트에서 열렸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K리그 퀸컵은 '디펜딩 챔피언' FC 천마(한국체대)를 비롯해 총 16개 팀들이 참가해 뜨거운 열전을 펼쳤다. K리그 퀸컵은 K리그를 주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여자축구 저변 확대와 여성의 스포츠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지난 2010년부터 개최한 여자 대학생 대상 아마추어 축구대회다.

최후의 승자는 W-Kicks(연세대)였다. 꿈의 무대, 꿈의 결승전이었다. ‘숙명의 라이벌’ W-Kicks(연세대)와 FC 앨리제(고려대)가 결승 무대에서 만났고, 연세대가 전반에 터진 1골을 지켜내며 1-0으로 승리했다. 결국, 연세대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대회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비록 결승에서 패했지만, 대회 내내 타 팀들을 압도한 고려대가 준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4강에서 아쉽게 패한 서울대학교 ‘SNUW FC’와 한국체대 ‘FC천마’는 공동 3위에 올랐다.

여대생들의 ‘축구 축제’ 2019 K리그 퀸컵은 연세대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결과를 떠나서 총 16개 팀 선수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이 빛났던 대회였고, 여대생들의 투혼과 열정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 기쁠 희(喜): 2년 만에 챔피언이 된 연세대, 사상 첫 8강에 진출한 동아대

가장 큰 기쁨을 맛본 팀은 연새대였다. 특히 이번 결승전 매치업인 연세대와 고려대는 2017년부터 자체적으로 아마추어 여자축구 동아리 연고전을 개최했고, 올해는 고연전 사상 최초로 두 팀의 맞대결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비록 올해 정기 연고전은 태풍으로 인해 무산됐지만, K리그 퀸컵 결승전에서 양 팀이 만나 그 아쉬움을 달랬다.

연대와 고대, 고대와 연대의 결승전은 한 마디로 전쟁이었다. 전체적인 주도권은 고대가 잡았지만 연대가 끈끈한 수비력을 보여주며 버텼고, 결국 ‘에이스’ 엄다영 선수가 선제골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확 뒤집었다. 이후 고대는 만회골을 위해 사력을 다했고, 파상 공세를 퍼부었지만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지는 못했다.

결국 승자는 연대였다. 지난 2017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연대는 지난 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번 대회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며 아마추어 여자 축구의 ‘명가’라는 것을 증명했다.

연대를 2년 만에 우승으로 이끈 이번 대회 MVP 엄다영 선수는 "저희가 샤컵에서 우승을 하며 상승세를 탔고,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K리그 퀸컵은 여자 축구 대회에서 가장 큰 대회고, 꿈의 무대다. 결승전에서 고대를 꺾어 우승을 할 수 있어 더 기쁘다“며 밝게 웃었다.

비록 우승의 기쁨은 아니었지만 그 누구보다 이번 대회를 즐겼던 팀이 있다. 바로 부산에 위치한 다울(동아대)이다. 부산에는 K리그 퀸컵처럼 큰 대회가 없기 때문에 K리그 퀸컵처럼 모든 경비를 지원받는 전국대회는 사실상 이 대회가 유일하다. 이런 이유로 동아대는 K리그 퀸컵에 참가하기 위해 PC방까지 가서 추첨을 진행했고,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새벽 5시에 부산에서 출발했다.

이에 대해 동아대 주장 유한솔 선수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퀸컵을 참석할 수 있게 됐다. 사실 퀸컵은 숙박, 버스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무조건 나오고 싶은 대회다. 이번에는 선착순이었는데 PC방에서 지원을 했을 정도로 절실했다. 오전 4시 50분에 출발했다. 다들 한 시간, 두 시간만 자고 올라왔다. 퀸컵은 무조건 나가야하는 전국 대회고, 꿈의 무대다”며 K리그 퀸컵의 소중함에 대해 설명했다.

동아대의 절실함이 통했다. ‘디펜딩 챔피언’ 한국체대를 비롯해 WFC BETA(서울시립대), LION Ladies(한양대)와 C조에 배치된 동아대는 힘겨운 본선 진출을 예고했으나 한국체대와 첫 판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저력을 보여줬다. 이후 동아대는 LION Ladies(한양대)와 무승부를 거뒀지만 최종전에서 WFC BETA(서울시립대)를 제압하며 사상 처음으로 퀸컵 8강에 진출했다.

드디어 본선에 진출한 동아대의 주장 유한솔 선수는 “지난해에는 부산에서 올라왔는데 바로 탈락해서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본선에 진출할 수 있어서 너무 감격적이다. 솔직하게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월수금 훈련을 했고, 부산대랑 친선 경기도 많이 했다. 3번째 대회 참가 만에 본선에 진출했다”며 기쁨의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 성낼 로(怒): 치열한 몸싸움과 거친 항의까지...축구는 전쟁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축구는 전쟁이었다. 그만큼 치열했고, 몸을 사라지 않는 플레이가 나왔다. 때로는 거친 충돌까지 있어 이 대회가 아마추어 여자 축구 대회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특히 ‘라이벌 의식’이 강한 팀들과의 맞대결은 더 치열했다.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경기는 역시 W-Kicks(연세대)와 FC 엘리제(고려대)의 결승전이었다. 숙명의 라이벌 매치에다가, 결승전이라는 특수성이 더해져 승부욕은 더 올라갔다.

먼저 연대의 주장 김채연 선수는 “지난 대회에서 8강에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갈고 있다. 좋은 플레이로 고대를 이기겠다”며 복수를 다짐했고, 고대의 유승희 선수는 “꿈의 무대의 주인공은 앨리제다. 목표는 우승이다. 이번 고연전도 자신이 있다. 가볍게 2-0으로 이겨주겠다. 다친 사람 없이 우승을 하겠다”며 우승을 약속했다.

경기는 매우 치열했다. 때로는 거친 몸싸움까지 나왔다. 특히 두 팀의 선수들은 거친 슬라이딩 태클을 마다하지 않았고, 상대의 돌파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몸싸움까지 벌였다. 후반 막판에는 고대의 공격수와 연대의 골키퍼가 경합 과정에서 강하게 충돌하기도 했다. 이후 잠시 언쟁이 펼쳐지기도 했고, 양 팀 선수들 모두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모두가 친구였다. 충돌한 두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서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사과하며 화해했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금세 친구가 됐다. 또한, 두 선수는 포옹을 하며 다시 한 번 미안하다고 했고, 그렇게 결승전이 마무리됐다.

# 슬플 애(哀): ‘디펜딩 챔피언’ 한국체대의 눈물...마지막은 항상 슬프다

지난 2018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체대가 이번에는 4강 무대에서 좌절했다. 한국체대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한판이었다. 주축 선수들인 고학번 선배들이 재작년에 대거 졸업하면서 전력이 약해진 상황에서도 주 3회가 넘는 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강화했고, 개인보다는 팀에 강점을 가진 팀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고비를 넘기지 못했고, 부상자들이 속출하며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끝까지 투혼을 보인 한국체대 선수들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특히 주장인 정민지 선수는 경기가 끝난 후 아쉬움에 참았던 눈물을 흘렸고, 이후 고학번 선배들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끝까지 투혼을 보이며 우승을 위해 싸웠지만 후배들을 위해 해준 것이 없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한국체대의 선배 임아현 코치가 나섰다. 임 코치는 “고학번들이 울면 후배들도 운다. 너희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한국체대답게 싸웠고, 끝까지 멋있었다. 패배로 인해 짜증도 나고 속상하겠지만 내 마음속에는 너희가 우승 팀이다. 그만 울고 멋있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교체 멤버도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줬고, 정말 멋있게 뛰어줬다. 우리 한국체대처럼 꾸준하게 경기력을 유지하는 팀 없으니 자부심을 가지자. 너희는 최고였다”며 패배로 인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을 위로했다.

이후 한국체대의 14학번 이정인 선수는 “저희가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다. 방학 때도 최소 3일 씩은 연습을 했다. 아쉬움이 남아 눈물을 흘렸다. 아쉽지만 눈물을 참으려고 했는데 임아현 언니가 그런 말을 해줘서 ‘우리가 잘 뛰었구나’라는 생각에 울컥했다. 주장이 많이 울었는데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했다. 고학번이 나가면서 팀이 조금 바뀌었는데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재작년에 주로 뛰던 언니들이 한 번에 졸업을 했다. 작년에는 졸업생들이 참가를 해줬는데 이번에는 정말 많이 바뀌었다. 고 학번들은 더 잘해주고 싶었는데 패배를 했기 때문에 눈물이 났다. 내년에는 더 열심히 해서 우승을 하고 싶다”며 내년 대회 우승을 다짐했다.

마지막은 항상 아쉬움이 남고, 슬프다. 8강전에서 한국체대에 패배한 FC여우락(성균관대)의 김현선 선수도 아쉬움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지난 2018년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득점왕을 차지한 김현선 선수는 대회를 모두 마친 후 “재학생으로 마지막 대회였는데 이렇게 득점왕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면서도 말을 이어가지 못했고, 이내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며 “팀이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았을 텐데...마지막 대회라고 생각했는데 아쉽게 8강에서 떨어졌다. 퀸컵은 누구가 나오고 싶은 큰 대회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었다. 마지막이었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며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 즐거울 락(樂): 여대생들에게 K리그 퀸컵은 ‘축제’다

아쉬움의 눈물을 흘린 팀도 있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린 팀도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가서는 모두가 하나가 됐고, 진정한 축제를 즐겼다. 특히 가장 많은 눈물을 쏟은 한국체대의 주장 정민지 선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상식에 올라가 기쁨의 댄스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때 한국체대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함께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정민지 선수의 재치 넘치는 댄스 세리머니로 인해 다음 주자들에게는 부담이 생겼다. 그러나 크게 상관없었다. 3위를 차지한 서울대의 주장은 옆 돌기 세리머니를 펼쳤고, 이후 준우승팀 고려대의 주장도 앞구르기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연대의 주장 김채연 선수는 재기발랄한 포즈를 통해 시상식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여대생들에게 K리그 퀸컵은 축제였다. 이번 대회를 준비한 프로축구연맹과 고알레는 조별리그가 끝난 후 선수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치킨 등 야식을 준비했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던 김형일 고알레 감독은 각방을 돌면서 여대생들에게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축제를 더 의미 있게 만들었다.

모두에게 축제였다. 동아대 주장 유한솔 선수는 “K리그에 감사하다. 아무래도 이런 대회를 치르면서 K리그 이미지도 좋아지는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고, 이번 대회 득점왕 김현선 선수는 “퀸컵은 K리그가 주최하는 큰 대회다. 모든 팀들이 열심히 뛰는 대회고, 모두가 하나가 되는 대회다”며 퀸컵의 의미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대회 MVP 연세대의 엄다영 선수는 “메인 대회인 퀸컵에서 우승을 하고, MVP까지 받아 기쁘다. K리그 퀸컵은 가장 날씨가 좋을 때 가장 강한 팀들이 모이는 꿈의 대회다. K리그에서 주최를 하는데 엘리트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후원을 해주셔서 의미가 있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 2019 K리그 퀸컵 결과

우승: W-Kicks(연세대)

준우승: FC 앨리제(고려대)

3위: FC 천마(한국체대), SNUW FC(서울대)

MVP: 엄다영(연세대)

득점왕: 김현선(성균관대)-9골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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