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잠실] 이명수 기자= 차범근 전 감독과 이영표 해설위원이 한국축구는 프리미어리그보다 분데스리가를 배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튼튼한 내실과 건전한 구단 운영이 이유였다.

분데스리가와 도르트문트는 4일부터 6일까지 잠실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 한국축구팬들과 호흡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영표의 레전드 축구 클리닉을 비롯해 프라이부르크와 도르트문트의 분데스리가 경기 퍼블릭 뷰잉, 레전드 팬 사인회 등이 진행된다.

4일 기자회견을 통해 만난 차범근과 이영표에게 분데스리가와 프리미어리그를 비교해달라 물었다. 최근 독일 축구는 위기감에 휩싸여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을 비롯해 지난 시즌 유럽대항전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거뒀다.

바이에른 뮌헨은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리버풀에 덜미를 잡혔다. 샬케 역시 16강전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1,2차전 합산 스코어 2-10으로 패했다. 도르트문트는 토트넘에 무릎을 꿇었고, 호펜하임은 16강전에 오르지 조차 못했다.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모두 프리머어리그 팀 간 결승전이 펼쳐지자 독일 축구는 위기감에 사로잡혔고, 프리미어리그와의 경쟁에서 뒤쳐졌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지난 7월, 아우디컵에 참가한 손흥민에게 독일 기자들이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 중 어떤 리그가 더 수준 높은지?”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손흥민은 “두 리그 모두 수준이 높다”며 답변을 피해갔다”

차범근 전 감독과 이영표 위원은 프리미어리그보다 분데스리가가 우월한 점으로 재정 건전성을 꼽았다. 실제 독일 분데스리가는 50+1 제도를 운영한다. 특정 개인이 구단 지분의 50% 이상 소유할 수 없다는 제도이다. 지난해 50+1 제도 폐지에 대한 격렬한 토론이 있었고, 분데스리가 1,2부 구단 36개 팀 수뇌부가 모인 이사회에서 투표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50+1 제도 유지가 확정됐다.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 모두 경험한 이영표 위원은 “중계권료도 그렇고 전세계 축구팬들이 프리미어리그에 가장 관심이 많다. 하지만 분데스리가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분데스리가는 프리미어리그 만큼 부채가 없다. 분데스리가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관중을 모으면서도 빚을 내며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능력이 있다. 빚을 내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고, 발전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면 우리가 분데스리가를 배우는 것이 EPL을 배우는 것보다 훨씬 맞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은 막대한 수익을 얻지만 그만큼 부채에 허덕이기도 한다. 차범근 전 감독 역시 이영표 위원의 말에 동의했다.

차범근 전 감독은 “독일 사람들도 많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며 운을 뗀 뒤 “독일은 돈이 많다고 개인 팀을 소유할 수 없다. EPL이나 다른 리그는 가능할 수 있어도 독일은 그럴 수 없다. 프리미어리그나 다른 리그처럼 팀을 그렇게 만들어갈 것이냐 하는 토론을 벌여서 투표한 끝에 이 체제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좋은 선수들이 분데스로 오지 않고 EPL이나 다른 리그로 빠져나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영표 위원이 말한 대로 건전하고 가장 많은 팬들을 갖고 있는 것은 무기이다. 안정적으로 투명하게 리그를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 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고민은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런 결정이 장기적으로 세계 축구를 위해 좋은 결정이었고, 분데스리가의 모델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인기는 돌아서 분데스리가로 오는 기회가 있다면 다시 인기가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분데스리가 레전드 차범근 전 감독은 한국 축구도 독일 축구만큼 발전하기를 기원했다. 최근 독일을 다녀오며 프랑크푸르트, 쾰른, 다름슈타트의 홈경기를 관전했다던 차범근 전 감독은 “경기장에서 사람들이 최소 한 끼 내지 두 끼는 해결할 수 있다. 매 주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것만 봐도 부럽다. 1부, 2부 운동장이 보통 평균관중 45000정도 된다. 2부리그도 경기장이 꽉 차는데 그것이 가장 부럽다. 어떻게 매주 한 번 내지 두 번 하는 경기에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에 올까”라면서 “30년이 지나서 지금 분데스리가에 후배들이 많이 가있다. 정말 많은 발전과 변화를 한 것이다. 앞으로 이런 교류가 한국 축구에도 변화와 문화가 이어졌으면 좋겠다.축구도 살고 지역경제도 살고 축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다. 그런 날을 기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두 사람 모두 한국 축구가 가야할 길로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분데스리가를 꼽았다. 무리하게 지출하지 않으며 투명한 구단운영을 통해 건전한 리그로 만들어가기를 소망했다. K리그를 비롯해 한국 축구를 향한 고견을 아끼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사진 = 이명수 기자,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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