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서울월드컵경기장] 이현호 기자=상암 원정석이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전북 원정 팬들은 “올 때마다 이겨서 자주 온다”는 간단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들의 자신감 뒤에는 근거가 있다. 최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와 FC서울의 대결에서 전북이 5연승을 기록 중이다. 2017년 7월 23일 전북의 2-1 승리 이후 같은 곳에서 열린 4경기 모두 전북이 이겼다. 5연승 동안 14골을 넣으면서 3골만 내줬다.

지난 1일 경기에서는 전북이 2-0으로 승리했다. 전반 초반에 승기를 잡은 전북은 쉴 새 없이 서울을 몰아쳤다. 상암벌에는 전북 팬들의 ‘오오렐레’ 세리머니가 연신 울려댔다. 경기 종료 뒤에도 원정석 분위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이날 13대의 전북 원정버스가 상암으로 향했다. 주말 교통 체증으로 약 4시간이 넘는 장거리 원정이다. 전주에서 원정버스를 타고 온 장휘연 씨는 “울산, 강원 원정은 갔었는데 서울 원정은 처음이다. 친구들이 ‘오오렐레 맛집’이라고 해서 왔다. 홈경기와는 다른 분위기다. 서울의 이벤트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언젠가 제주 원정도 가고 싶다”며 웃어보였다.

원정버스를 타고 온 팬들 외에 서울에 거주하는 전북 팬들도 많았다. 서울 거주자 박세영 씨는 “상암에서 전북 경기가 있으면 미리 스케줄을 빼놓는다. 올 때마다 항상 이겨서 기분이 좋다. 혹시라도 컨디션이 안 좋을 것 같으면 전날에 병원에 가서 약까지 받아온다”는 열정을 보였다.

이어 “매번 원정버스가 10대 이상 올라와서 뿌듯하다. 이들과 함께 응원하면 어디서든 홈 분위기가 난다. 서울은 물론 수원, 인천, 성남까지 간다. 본가가 전주여서 일정이 맞으면 전주성 홈경기도 간다”고 덧붙였다.

원정버스 탑승자도 아니며, 서울 거주자도 아닌 팬이 있었다. 충북 청주에서 온 윤재상 씨는 “1999시즌부터 전북 원정 경기를 따라다녔다”고 소개한 뒤 “웬만한 원정 경기에 다 가봤다. 그중 서울과 수원 원정이 가장 재미있다. 물론 이겼을 때 그렇다(웃음). 서로 물고 뜯는 앙숙 관계여서 유독 원정 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년 가까이 전북 원정 응원 문화를 즐긴 윤 씨는 “과거에 비해 확실히 인원이 증가했다. 아무래도 스타 플레이어 영입 효과가 있겠지만, 구단의 지역밀착 캠페인이 큰몫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원정 응원으로 “2016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두바이 원정 경기가 기억난다. 10년 만의 우승이었고 경기 내내 쫄깃한 긴장감 때문에 힘들었다. 당시에는 정말 떨려서 싫었지만 돌아보니 가장 즐거웠다. 또 감바 오사카 원정 때는 함께 간 동생이 지하철에서 여권, 지갑, 휴대폰을 잃어버린 적도 있다”며 추억을 회상했다.

이들은 원정 응원 그 자체를 즐겼다. 경기 일정을 미리 확인하는 건 기본이며 원정 경기장 인근 맛집까지 알아봤다. 더불어 ‘남의 집’에서 열리는 경기이기 때문에 더 악착같이 응원해야 한다고 입을 맞췄다. 이제 전북 팬들에게 원정 응원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사진=전북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저작권자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