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양날의 검'으로 불리는 이아니스 지쿠를 꺼내든 포항 스틸러스의 올 시즌 결말은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지쿠는 올 시즌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포항이 야심차게 준비한 승부수다. 루마니아 대표팀 출신 지쿠는 포항 입단 후 동계훈련에서 11골을 터뜨리며 모따와 슈바가 떠난 빈자리를 채워줄 키플레이어로 급부상했다.

"겨우내 같이 훈련하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라고 지쿠의 첫인상을 밝힌 황선홍 감독은 지난 3일 울산과의 홈 개막전에 후반 14분 교체 투입한 데 이어 11일 광주 원정서 선발 투입하며 그의 성공 가능성을 점쳤다. 이날 풀타임 출전을 소화한 지쿠는 순간순간 번뜩이는 플레이를 펼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간결한 퍼스트 터치에 이은 폭 넓은 시야와 패스는 단연 압권이었다. 0-1로 뒤지고 있던 전반 34분에는 헤딩 동점골을 터트리며 팀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하지만 약점도 적지않게 노출됐다. 스피드가 떨어지고 최전방 공격수 박성호와의 연계 플레이도 미흡했다. 아직 리그 적응 기간이기 때문에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하겠지만 지쿠의 플레이 성향은 탄탄한 팀워크와 빠른 기동력을 자랑하는 포항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지쿠의 플레이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촌부리전과 울산전과 비교하면 몸놀림이 확실히 좋아졌다. 황선홍 감독 역시 지쿠에 대해 흐릿한 단점보다 뚜렷한 장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지쿠의 발은 느리지만 그의 발을 떠난 공은 사람보다 빠르다는 게 황선홍 감독의 생각이다.

황선홍 감독은 "아직 적응 단계에 불과하다. 전반적으로 스피드가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유기적인 호흡으로 극복할 수 있다. 지쿠는 K리그 적응만 잘 마치면 자기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선수다. 좋은 자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기대가 크다"라고 지쿠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느낌표와 물음표를 동시에 안고 K리그 무대에 입성한 지쿠. 황선홍 감독의 바람대로 그를 둘러싼 모든 변수들이 확신으로 바뀐다면 더블 우승을 향한 포항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광주=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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