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서울월드컵경기장, 싱가포르] 신명기, 이명수 기자= 유벤투스가 내한 경기에서 태도 논란을 일으킨 채 출국했다. 이벤트 취소, 경기 지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예고되지 않은 결장까지 역대 최악의 빅클럽 내한 경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다면 유벤투스는 모든 대회에서 이러한 태도를 보였던 것일까? 한국에 오기 전 경기를 치른 싱가포르와 중국에서는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 경기 지연+호날두 노쇼...최악의 내한 경기가 된 유벤투스전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경기가 있었던 26일. 슈퍼스타인 호날두와 잔루이지 부폰, 마타이스 데 리흐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입국한다는 소식에 관심이 증폭됐다. 주최사인 ‘더페스타’를 중심으로 유벤투스 선수단과 국내 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너무도 쉽게 무너졌다. 이미 경기 당일 입출국이라는 빠듯한 일정으로 샀던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유벤투스 선수단은 두 시간이나 늦게 입국을 완료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다음 일정도 꼬이게 됐다.

유벤투스는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팬 사인회 및 팬 미팅을 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이벤트 시작 시간인 오후 3시 도착한 탓에 팬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야만 했다.

도착 이후에는 더 큰 암초가 기다리고 있었다. 호날두가 사인회 참석을 거부했던 것. 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 했던 호날두가 빠지면서 이벤트 분위기는 김이 샜다. 부폰, 데 리흐트, 다니엘레 루가니, 마티아 데 실리오,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 보이치에흐 슈체스니가 팬 사인회에 참석했지만 이미 분위기는 냉랭해진 이후였다. 시간이 부족해 ‘유벤투스, 그것이 알고 싶다’, ‘인간 비안코네리 선발대회’, ‘유벤투스와 포토타임’ 등 이벤트도 온전히 소화하지 못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한 유벤투스가 호텔을 떠나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향해 출발한 것은 오후 6시를 훌쩍 넘긴 시간대였다. 금요일의 교통 체증으로 인해 결국 경기 시간인 오후 8시보다 늦게 도착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경기는 50분 이상 지연됐고 팬들은 하릴없이 무더위 속에 기다려야만 했다.

유벤투스의 문제는 호날두의 결장 확정으로 절정에 치달았다. 선발에서 빠져 후반에 45분간 뛸 것으로 보였는데 호날두는 몸도 풀지 않은 채 경기를 마쳤다. 팬들은 호날두의 이름을 연호하다 그가 끝내 나오지 않자 리오넬 메시의 이름을 외치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하루 전에 이미 호날두의 결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기 라인업에서 호날두는 불참 명단이 아닌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앞뒤가 맞지 않았다.

경기장을 빠져나오면서도 호날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버텼고 쏘아보기까지 했다. 마지막까지 호날두는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고 유벤투스는 큰 문제는 없다는 듯 한국을 떠났다.

# 유벤투스, ICC 열린 싱가포르에선 달랐던 팬 서비스 정신

싱가포르를 찾았던 유벤투스의 태도는 한국과 확연히 달랐다. 우선 토트넘 홋스퍼와의 경기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오전, 싱가포르 땅을 밟았다. 입국 후 선수단은 곧장 호텔로 향했고, 부폰, 데 리흐트, 아드리안 라비오, 블레즈 마투이디, 루가니, 곤잘로 이과인이 팬사인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현지시간 12시에 예정된 팬사인회에 1시간 지각했다. 물론 지각하긴 했으나 오후 1시부터 진행된 팬사인회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단 불참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호날두가 현장에서 팬사인회 참석을 거부했고 파벨 네드베드 부회장이 민심 달래기 용으로 부랴부랴 사인회에 참가하는 촌극을 벌였다. 싱가포르에서는 확연히 다른 일처리 능력이 돋보였다.

통상 경기를 하루 앞두고 사전 기자회견이 진행된다. A매치를 비롯해 대부분의 경기에서 이뤄지는 절차이다.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토트넘전을 하루 앞두고 사리 감독과 함께 데 실리오가 기자회견에 동석했다.

하지만 한국땅을 부랴부랴 밟은 유벤투스는 미디어와 접촉할 기회를 갖지 않았다. 심지어 경기 후 기자회견은 사리 감독이 비행기 시간을 이유로 셀프 퇴장 하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선수 인터뷰 또한 없었다.

사전 기자회견 후 있는 공개 훈련의 유무에서도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에서는 사전 응모를 받은 축구팬들을 대상으로 스탠드를 개방했고, 이들은 유벤투스의 훈련을 1시간 동안 관람할 수 있었다. 당연히 호날두를 향한 응원도 이어졌다. 한국에서 벤치를 지켰던 호날두는 1시간 동안 펄펄 날았다.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ICC) 조직위원회의 일처리도 군더더기 없었다. ICC 조직위는 대회 1주일 전, 미디어를 대상으로 미디어 가이드라인과 함께 일정표를 배부했다. 시간 테이블에 맞게 작성된 일정표는 대회가 개막하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흘러갔다. 또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한 뒤 당일 브리핑과 함께 다음날 미디어 일정을 사전 공지했다. 대형 사진 에이전시와 협약을 맺고 웹하드를 통해 대회 사진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주먹구구식으로 흘러간 한국과 확연히 다른 일처리였다. 그리고 ICC 대회는 무사히 마무리됐다.

중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ICC 인터 밀란 전에서 호날두가 90분 풀타임을 뛰었고 유벤투스는 중국에서 빡빡한 팬서비스 일정을 소화했다. 한국에서 보였던 모습과 확연히 달랐다.

일단 더페스타는 논란의 유벤투스전 종료 후 27일 공식입장을 발표한 상황이다. 더페스타-유벤투스간 계약서에 호날두가 45분 이상 출전하는 것이 명시돼 있었지만 유벤투스 측이 일방적으로 계약 불이행을 했다는 것이 주 골자다.

하지만 국가대표급, 세계적 선수들이 벌이는 경기 수준에 걸맞지 않은 행정력이 발목을 잡은 것만은 분명하다. 유벤투스는 이렇듯 미숙한 행정력에 대한 빈틈을 파고들었고 싱가포르-중국에서 보였던 모습과 달리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한치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프로 다운 행사 진행을 보였던 ICC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세계적인 구단을 초청하는 만큼 계약 체결과 일정 확인 등 부분을 꼼꼼하게 챙겼어야 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문제 속에서 비싼 티켓값을 지불한 축구 팬들만 피해자로 남게 됐다.

사진= 윤경식 기자, 이명수 기자, 게티이미지


저작권자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