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인천] 이명수 기자= 

“올 시즌 ‘미생’들과 함께 하는데 올해 목표는 명예회복 이다. 여기서 이름 있는 선수를 보강한다? 몇몇 친구들은 흘린 땀이 희석될 수 있다” - 6월 30일 울산전을 앞두고

FC서울 최용수 감독의 시선은 오로지 ‘명예회복’에 맞춰져있다. K리그1에서 3위로 울산 현대, 전북 현대와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했지만 선수들에게 우승의 ‘우’도 꺼내지 말라 입단속 시킨다.

이번 시즌 최용수 감독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단어는 ‘도전자’, ‘미생’, ‘명예회복’이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의 굴욕을 맛본 서울 팬들에게 보답하겠다는 생각 밖에 없다. 지난 시즌 부름을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펄펄 날고 있고, 최용수 감독은 '서울다움'을 강조했다. 

서울은 13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2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서울은 주중 제주원정에서 당한 충격패 여파를 벗어나 반등하는데 성공했다.

경기 전 최용수 감독은 유상훈과 황현수를 벤치로 내렸다. 유상훈은 올 시즌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다. 황현수는 리그 전경기 선발출전 중이었다. 과감한 결단을 내린 배경에 대해 최용수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유상훈, 황현수가 벤치로 들어왔는데 지난경기에 부진했다고 뺀 것이 아니라 지쳤다. 몸과 마음이 지쳤다. 이들이 지난 몇 경기 동안 이렇게 헌신할 것이라 누가 생각했나.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최용수 감독의 말처럼 두 선수는 지난 시즌 크게 중용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주전으로 활약했고, 서울이 현재 순위에 오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지난 시즌 신임을 받지 못하다가 주전으로 도약한 선수가 있다. 바로 박동진이다.

박동진은 본래 수비수였다. 하지만 2019 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서울의 전지훈련에서 최용수 감독은 박동진의 공격 재능을 발견했고,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시켰다. 최용수 감독은 “원래 내 구상에 없었던 선수다. 하지만 점점 들여다보니 갖고 있는 재능이 보였다”며 박동진을 최전방에 기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박동진은 특유의 저돌적인 플레이로 인천 수비를 괴롭혔다. 최용수 감독은 항상 박동진에게 “단순하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바람잡이 역할을 하라”고 지시한다. 박동진이 최전방에서 흔들어주자 투톱 파트너로 나선 박주영이 자유로워졌다. 박동진은 센스 넘치는 힐킥으로 고광민의 선제골을 도왔고, 박주영은 호쾌한 중거리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트렸다. 최용수 감독의 한 수가 빛난 순간이었다.

경기 후 최용수 감독은 박동진의 활약에 대해 “크게 기대를 안했던 선수인데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니 저도 희망적이다. 본인의 간절함을 운동장에서 뼈저릴 정도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팀은 그런 친구들이 필요하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바르셀로나가 아니다. 서울다움을 되찾아야 한다. 그런 헌신적인 선수들이 현재 순위에 큰 동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최용수 감독은 “선수 욕심 안 나는 지도자가 어디 있겠나. 하지만 올 시즌 나는 ‘미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라인업을 들여다보라. 대부분 지난 시즌 선발로 나오지 못했던 선수들이다”고 말한 바 있다.

박동진의 경우처럼 최용수 감독은 ‘미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 나락으로 떨어졌던 팀을 탈바꿈 해놓았다. 최용수 감독은 선수들에게 헌신적인 플레이를 주문하고 있고, 선수들은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현재까지 서울의 ‘명예회복’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중심에는 박동진과 같은 '미생'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윤경식 기자


저작권자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