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수원] 신명기 기자= “(쓴소리를 하고) 후배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린 것은 아닌지 2~3일 동안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더 강팀으로 가기 위해서 어린 선수들이 더 발전하고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경기 전에 후배들에게 수원의 자존심을 걸고 더 열심히 하자고 했어요.”

수원삼성의 윙백 홍철이 경기장 안팎에서 베테랑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지난 FA컵 8강전에서 팀이 부진하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홍철은 제주유나이티드전에서도 후배들을 독려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실제 경기에서도 최성근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하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수원은 7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9라운드 홈경기에서 제주에 2-0으로 승리했다. 5경기 만에 승리한 수원은 7위로 올라섰다.

모처럼만의 리그 승리. 그리고 FA컵 8강에서 한 수 아래의 경주한수원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비판을 받은 뒤 거둔 승리여서 수원에 뜻 깊은 승리였다.

당시 수원은 3부리그 격인 경주한수원과 경기를 펼쳤고 탈락 직전까지 갔지만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두며 간신히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결과는 얻어냈지만 팀 안팎은 혼란스러웠다. 팬들도 비판을 쏟아냈고 홍철 역시 “어디가 프로이고 어디가 아마추어인지 모르겠다”는 말로 선수들의 정신력을 질타하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들이 영향을 미친 것이었을까. 수원은 염기훈, 사리치, 데얀 등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도 강한 정신력을 보여주면서 제주에 2-0 완승을 거뒀다. 무승 고리를 끊어내는 한판이었다.

지난 경기 쓴소리의 주인공이었던 홍철을 다시 한 번 만났다. 홍철은 “저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후배들의 자신감을 떨어트릴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싶어 2~3일 동안 생각을 많이 했다”고 운을 띄었다.

홍철은 “곰곰이 생각해봤을 때 우리는 수원이라는 좋은 팀에 있고 더 강팀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린 선수들이 더 발전하고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경기 전에도 후배들에게 ‘우리 순위는 9위고 그것이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의 자존심을 걸고 뛰어야 하고 제주보다 한 발 한 발 더 뛰어야 이길 수 있다’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선배 홍철의 조언은 결실을 맺었다. 이날 부상 회복 후 첫 선발 기회를 잡은 송진규가 맹활약을 펼쳤던 것. 홍철은 “(송)진규는 가진 것이 많은 선수다. 공을 정말 잘 찬다”고 칭찬하면서도 “프로에서는 공만 잘 찬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송)진규한테 항상 ‘45분을 뛰어도 후회하지 않게 뛰다가 나와라’고 말해줬던 이유다. 그래서 (송)진규가 잘해줘서 고맙다”라는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홍철의 말대로 송진규는 후반 교체 아웃될 때까지 모든 것을 쏟아내는 느낌이었다.

홍철은 송진규 외에도 다른 어린 후배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다음 경기에서도 진규가 뛰든 누가 뛰든 후배들에게 좋은 말을 해주려 한다”고 말한 홍철은 “그 선수들이 100%, 120%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 같다”면서 베테랑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수원이 상승세를 타야 하는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홍철은 “이후 인천, 상주, 성남을 상대한다. 그 경기들에서 3연승을 거둔다면 상위 스플릿이 아닌 ACL 티켓이 주어질 가능성이 있는 4위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른다. 부상 선수들이 빨리 돌아와서 힘들고 경기가 많을 때 조금씩 팀에 보탬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준비를 잘하면 더 높은 순위를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어린 선수들을 넘어 선수단 전체를 독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 윤경식 기자, 수원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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