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대구] 이명수 기자= 대구FC와 FC서울의 경기를 하루 앞두고 한 통의 보도자료가 도착했다. 이날 경기가 열리는 DGB대구은행파크의 12,000여 관중석이 모두 매진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또 다시 양 팀이 치열한 경기를 펼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킥오프 3시간 전 경기장에 도착했다. 미리 경기장에 도착한 서울팬들은 ‘대팍’을 여기저기 구경하며 사진 찍기에 정신없었다. 서울 구단 프런트도 대팍에 총출동했다. 경기장을 둘러보며 연신 “잘 지었네”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양 팀의 평화 분위기는 여기까지였다. 대구는 서울전을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양 팀은 지난 11라운드에서 한 번 격돌한 적 있다. 당시 서울의 2-1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경기 후 대구 안드레 감독이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언급하며 양 팀의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때문에 서울의 최용수 감독도 대구전만을 기다렸다. 한 번 더 대구를 눌러주겠다는 각오였다. 경기를 앞두고 열린 사전기자회견에서도 양 팀의 날선 분위기가 감지됐다. 안드레 감독은 서울전에서 코뼈 골절부상을 당한 정태욱에 대해 “마음으로 담아두되 감정적으로 표출해선 안되고 개인적으로 복수심에 불타서 한다면 경기를 그르칠 것이다. 한 팀으로 싸운다면 좋은 경기 할 것이다”는 이야기를 남겼다고 전했다.

최용수 감독에게 대팍에 대한 인상을 묻자 “조금 있다가 나가서 보면 되지 관심 없습니다”라는 심드렁한 답변이 돌아왔다. 최용수 감독은 “대구를 이긴다고 승점 5점을 주는 것도 아니고 매 경기 중요할 뿐이다”는 말 속에는 날이 서있었다.

킥오프 후 대구가 서울을 몰아붙였다. 대구 팬들은 서울이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쏟아부었다. 흡사 유럽 리그 경기장을 연상시킬 정도. 적어도 이날은 대구에서 서울은 '악당' 이었다. 

서울은 유상훈이 수차례 대구의 슈팅을 선방해내며 위기를 넘겼다. 서울은 대구를 상대로 단단한 수비 블록을 쌓았고, 쉽사리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대구가 3백을 쓴 팀을 상대로 고전했다. 가끔은 승리를 위해 지루한 경기도 필요하다”고 말한 최용수 감독이 떠올랐다.

팽팽했던 분위기를 깬 것은 서울이었다. 전반 34분, 알리바예프가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조현우가 지키고 있던 대구의 골망을 갈랐다. 전반 40분, 정현철이 한 골 더 추가하며 서울이 2-0으로 앞선 채 전반전을 마쳤다.

여기까지는 서울의 계획대로 흘러갔다. 잔뜩 웅크린 채 기회를 엿보다 두 번의 득점 기회를 모두 성공시켰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대구 홈 팬들은 고요해졌다. 하지만 후반 7분, 황순민이 만회골을 넣으며 대구가 추격을 개시하자 다시 대팍이 불타올랐다.

대구의 슈팅을 유상훈이 막아낼 때마다 경기장에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후반 추가시간, 세징야가 동점골을 터트리며 경기장은 축제 분위기가 됐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결국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고, 서울은 환호, 대구는 아쉬움에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경기는 박진감 넘쳤다. 대구는 슈팅만 24번 날렸고, 서울은 카운터 두 방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대구가 혈기를 앞세워 밀고 들어오자 서울은 영리한 경기 운영을 통해 리드를 지켰다. 경기 후 최용수 감독은 “힘든 경기를 예상했다. 전반 초반 상대의 파상공세에 집중력을 발휘하며 고비를 넘긴 것 같다. 전략적인 플레이를 계획했고,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고 말했다.

이어 최용수 감독은 “이기기 위해 이날 경기를 준비했다. 우리가 주도권은 상대에게 내줬지만 특히 오늘 같은 경기는 결과가 중요하다. 수세에 몰렸지만 재밌는 경기이지 않았나 싶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대구의 안드레 감독은 내용을 가져오고 승리하지 못해 아쉬운 모습이었다. 안드레 감독은 “승리는 하지 못했지만 나쁘지 않은 경기력이었던 것 같다. 좋은 경기를 했지만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기면 좋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고 저돌적으로 경기하는 모습을 팬들도 보셨을 것이다. 기록이 깨진 것은 물론 아쉽지만 기록은 기록일 뿐이다. 팬들도 앞으로 응원해주실 것이라 믿는다“며 다음 경기를 도모했다.

1차전에서 뜨겁게 달아올랐던 양 팀의 분위기는 이날도 불탔다. 경기력은 유럽 리그 못지않을 정도로 박진감 넘쳤고, 양 팀 감독은 설전을 주고받으며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12,068명 만원관중이 대팍을 찾았고, 서울 역시 1,100명의 대규모 원정 응원단이 대구를 방문해 대구 홈 팬과 응원전을 펼쳤다.

서울과 대구는 새로운 라이벌 관계로 떠올랐다. 누가 만들어주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형성된 결과이다. 서울은 대구와의 올 시즌 상대전적 리드를 계속 이어가고 싶을 것이고, 대구는 ‘반드시 서울은 잡는다’는 마인드가 형성됐다. 양 팀은 오는 8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즌 3차전을 치른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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