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신명기 기자=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이 첼시 감독직을 내려놓고 유벤투스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유로파리그 우승과 높은 승률,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했음에도 첼시에서 보낸 시간은 단 1년이었다.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첼시의 악명을 증명이라도 하듯 사리 감독은 준수한 한 시즌을 보내고도 팀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유벤투스와 첼시는 16일 공식 채널을 통해 사리 감독의 이적을 발표했다. 첼시에서 1년을 보냈던 사리 감독은 유벤투스와 3년 계약을 체결했다.

사리 감독의 유벤투스행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지난해 여름 첼시에 부임한 이후 확실한 신임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했던 그로서는 타지에서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시즌 도중 여러 차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선수가 경기 도중 항명하는 사태까지 있었다. 첼시보다 상황이 나은 유벤투스의 제의를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리볼’의 실체에 대한 이야기나 항명 등 여러 사건들이 있었지만 사리 감독이 남긴 기록은 인상적이었다.

사리 감독은 부임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두 개의 컵 대회에서 첼시를 결승전으로 진출시켰다. 리그컵에서는 맨체스터 시티에 패했지만 유로파리그에서는 아스널에 승리를 거두면서 첫 우승 트로피를 따냈다. 리그에서는 우승팀 맨시티에 승점 26점이나 뒤지긴 했지만 3위로 시즌을 마치면서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냈다.

승률도 인상적이다. 사리 감독은 모든 대회 통틀어 63경기를 지휘했다. 여기서 39승 13무 11패로 61.9%라는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부임 첫 시즌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사리 감독이 거둔 39승도 의미가 깊었다. 2004-05시즌 조세 무리뉴 감독이 기록했던 42승을 제외하면 첼시 감독 부임 첫 시즌 기준으로 가장 많은 승수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무난하게 시즌을 끝냈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사리 감독의 첼시는 시즌 초반 상승세가 꺾인 이후 정체기를 겪었고 이 과정에서 언론, 팬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사리볼’의 실체는 없고 뚜렷한 철학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여기에 사리 감독의 리더십을 흔들만한 사건도 있었다. 주전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가 리그컵 결승 맨시티전에서 사리 감독의 교체 지시를 거부했던 그 사건이었다. 사리 감독은 케파의 몸상태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판단해 윌리 카바예로로 교체하려 했다. 하지만 케파는 초유의 교체거부로 엄청난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승부차기에서도 패하면서 첼시가 잃은 것이 너무도 많은 경기가 됐다. 맨시티전 이후 사리 감독의 거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로 후폭풍은 컸다.

여기에 첼시의 이적시장 징계와 에당 아자르 이적이라는 악재가 겹쳤다. 첼시는 유망주들에게 사전 접촉한 혐의를 받았고 국제축구연맹(FIFA)은 첼시에 이적시장 2회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다음 시즌을 대비해 선수단을 꾸리는 것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고 에이스인 아자르마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사리 감독도 흔들렸을 가능성이 높다.

파란만장한 한 시즌을 보낸 사리 감독의 선택은 결국 잔류가 아닌 이적이었다. 무관도 아니었고 최악의 시즌도 아니었지만 영국에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사리 감독은 이탈리아 무대 복귀를 희망했던 것으로 보인다.

첼시의 마리나 그라노브스카이아 이사는 "사리 감독과 유로파리그 결승 이후 대화를 나눴다. 그는 자신의 본국(이탈리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열망을 강하게 표현했다. 이탈리아로 돌아가 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설명했다"면서 사리 감독의 의중이 이번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사진= 게티이미지, 유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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