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서울월드컵경기장] 신명기 기자= 기다린 시간이 많았던 만큼 간절했을 두 선수다. 이란전에 나선 백승호와 이승우의 이야기다. 오랜 기다림 끝에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백승호는 눈물을 쏟았고 이승우는 교체 투입 뒤 머리로 태클하는 플레이까지 불사했다. 보는 사람에 따라 관점은 다르겠지만 두 선수가 간절했다는 부분에 이견은 없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6월 A매치 평가전에서 ‘숙명의 라이벌’ 이란과 1-1로 비겼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벤투 감독의 용병술에 대한 관심이 컸다. 호주전을 전후로 여러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을 외면한 채 교체 카드를 모두 활용하지 않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미리 교체 수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팀에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 때 교체한다. 우리는 4장, 6장을 활용한 적도 있다”는 답변을 남겼다. 확실하게 뛰게 하겠다는 말은 아니었지만 상황에 따라 교체 카드를 활용할 뜻을 나타냈던 것,

이에 나란히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으로 2년 전 20세 이하(U-20) 대표팀의 주축이었던 백승호와 이승우의 출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지로나에서 데뷔한 백승호는 지난 3월 A매치 기간에도 소집됐지만 끝내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다. 당시 이강인과 벤치에서 대기했지만 벤투 감독이 이들을 기용하지 않자 비판하는 여론이 생길 정도로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이번에는 설움을 풀었다. 백승호는 주세종 대신 선발 중앙 미드필더로 이란전에서 뛰게 됐다. 이날 화려한 드리블과 안정적인 볼 처리 능력에 적극적인 수비까지 보여주면서 호평을 받았다.

백승호는 경기 후 인터뷰 도중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가족들, 특히 어머니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백승호는 "이날 선발라인업을 엄마에게 알려주는데, 너무 기쁘다며 우셨다. 그동안 힘든 일이 많았다“는 말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어 "시즌 동안 어머니가 함께 해주셨다. 어머니 반응을 보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A매치 데뷔전에 대한 간절함은 매우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도 마찬가지였다. 이승우는 벤투 감독 부임 뒤 치러진 A매치 15경기서 4차례 교체 출전하는 데 그쳤다. 호주전에서도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다. 이승우는 경기 전날 훈련장에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들어야 했고 고민 끝에 빈소에 다녀온 후 퇴소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만큼 출전 기회가 간절했다.

예상대로 선발 명단에 들지는 못했지만 벤투 감독은 이승우에게 기회를 줬다. 후반 31분 나상호 대신 투입시켰던 것. 이승우는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전방에서 좁은 공간에서 공격을 풀어내려는 모습과 더불어 상대 공을 빼앗기 위해 머리로 태클을 하는 플레이까지 펼쳤다. 보는 눈에 따라 평가는 다르겠지만 이승우가 간절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 수 있었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A대표팀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었다.

사진=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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