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신명기 기자=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해리 케인을 선발로 기용할까. 부상으로 시즌 아웃될 것으로 보였던 케인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적어도 상대인 리버풀보다 스쿼드가 얇은 토트넘 입장에서는 분명 케인의 복귀는 반가운 소식이다. 선발로 뛰든 아니든.

토트넘과 리버풀은 2일 오전 4시(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2018-19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른다. 토트넘은 역사상 첫 우승을 노리고 2년 연속 결승 무대를 밟은 리버풀은 지난 시즌 준우승의 아픔을 씻어내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 영입 없이 어려운 시즌, 케인까지 부상 이탈

이번 시즌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에서 수차례 고비를 넘기면서 결승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조별리그 통과도 어려웠지만 16강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전을 제외하고 8강, 4강 모두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며 생존 기질을 보여줬다.

단 한 명의 선수도 영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운용은 쉽지 않았다. 워낙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탓에 일부 주전급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상황이 나왔던 것이 대표적인 어려움이었다.

특히 케인의 부상은 뼈아팠다. 이러나저러나 토트넘이 가장 믿을 수 있는 공격수였기 때문이다. 케인은 지난 4월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한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경기 도중 파비안 델프와 경합하면서 발목 부상을 입었다. 고질적인 부상 부위인 발목을 또 다치면서 우려가 컸다.

경기 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도 케인의 시즌 아웃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포체티노 감독은 "내일 검사를 해봐야겠지만 과거 다쳤던 것과 같은 발목에 비슷한 부상을 당한 것 같다. 아주 슬프고 아주 실망스럽다. 케인을 잃게 됐다. 어쩌면 남은 시즌을 통째로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우리에겐 근심거리다“라고 밝힌 바 있다.

# 빠른 회복세+UCL 결승행= 토트넘의 케인 딜레마

당초 케인의 부상은 심각할 것으로 보였다. 영국 매체들은 3개월 이상 이탈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케인의 시즌아웃을 기정사실화했다. 부상을 당한 시점이 4월이었으니 예상대로 회복할 경우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그라운드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케인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딜레마가 생겼다. 4강 아약스전이 끝나고 1달이나 뒤에 결승전이 열리는 탓에 케인이 출전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을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케인의 선발 여부와 관련된 갑론을박이 시작되었다.

어떤 쪽을 선택해도 결정의 근거는 이해할 수 있는 범주에 속해있다. 케인이 경기 감각이 떨어졌기 때문에 후반에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포체티노 감독이 자신감을 보이는 케인을 외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뒤따랐다. 케인이 없을 때 손흥민, 페르난도 요렌테, 루카스 모우라 등이 그 빈자리를 잘 메웠지만 무게감 있는 정통 공격수가 없다는 점에서 토트넘을 고민케 하고 있다. 반론을 제기하는 쪽은 케인의 부족한 경기감각과 부상 재발 가능성을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

일단 케인 본인은 몸상태에 자신감을 나타내는 중이다. 케인은 “결승전이 내일이라도 당장 뛸 수 있다. 그 정도로 느낌이 좋다. 나는 팀에 돌아와 훈련을 시작했고, 아직까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이제 전체 훈련도 소화하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어떤 경기에도 뛸 자신이 있다”라는 생각을 나타냈다. 아무래도 언제 또 밟을 수 있을지 모르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것.

반면 다수의 축구계 인사들은 케인의 선발 투입에 큰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영국 축구 전문가인 크리스 서튼을 비롯한 샘 앨러다이스 감독은 케인의 선발 출전이 무리라는 생각을 나타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도 “케인이 훈련 때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가 관건이다”라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손흥민은 매우 잘해왔고, 모우라는 해트트릭을 터트렸다. 때문에 토트넘은 케인을 조커로 둘 것이다”라는 말로 교체 투입에 무게를 뒀다.

# 선발이든 아니든...케인의 복귀는 긍정적

킥오프까지 하루도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케인의 선발 가능성에 대한 예측은 엇갈리고 있다. 토트넘 출신인 글렌 호들까지 합세한 대다수 전문가들은 케인의 선발 기용 가능성을 낮게 봤다. 반면 UEFA와 축구 통계사이트인 ‘후스코어드’ 등은 케인의 선발 출전이 유력하다고 점쳤다.

중요한 것은 케인이 복귀한다는 점은 토트넘에 긍정적인 부분이라는 것이다. 스쿼드가 얇은 토트넘에는 상대를 위협할 만한 공격 카드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손흥민, 모우라, 요렌테 등이 잘 버텨왔고 여기에 케인까지 합세한다면 포체티노 감독도 공격 카드 한 장을 추가할 수 있다.

케인이 선발로 나서게 될 경우 기존의 4-2-3-1 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될 토트넘이다. 케인이 최전방에 위치하면서 손흥민이 주 포지션인 왼쪽 측면 공격수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의 경우 손흥민, 모우라, 요렌테가 계속해서 최전방 공백을 막고 케인이 후반 출격을 대기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가혹하겠지만 토트넘 입장에서는 케인의 복귀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토트넘 공격진으로 손흥민, 케인, 요렌테, 모우라, 델레 알리 정도를 기용할 수 있다고 했을 때 더 다양한 유형의 공격수들을 입맛대로 출전시킬 수 있게 될 포체티노 감독이다.

객관적 전력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이 부분은 나쁘지 않다. 기본적으로 토트넘은 전반 동안 리버풀의 공세를 막아서면서 분위기를 바꿀 한 방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후반 조커 카드가 늘어날수록 리버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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