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이 차기 회장 선거 불출마를 못 박았다.

조중연 회장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10월 17일 을 통해 불출마 사실을 알린 바 있는 조중연 회장은 이날 불출마 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조중연 회장은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차기 축구협회장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다”고 협회장 선거 불출마를 재차 강조한 뒤 “1998년 전무이사로 처음 일을 시작할 당시 직원 20여명, 70억원의 예산에 불과하던 협회가 지금은 직원만 100여명에 이르고 1,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는 국내 최대의 스포츠 단체로 성장했다. 회장 임기 동안 적립해 놓은 100억여원의 축구 발전기금 역시 미래를 위한 소중한 자산으로 쓰일 거라 믿는다”며 약 15년에 걸친 협회의 성장사를 돌아봤다.

이어 그 동안 협회에 몸 담으며 성취했던 2002 월드컵 4강 진출, 2010 월드컵 원정 첫 16강 달성, 여자 청소년 축구의 FIFA 주관대회 첫 우승, 런던 올림픽 팀 동메달 획득 등에 대해 “자랑스러운 순간이자 축구 인생에 있어 남다른 감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쉽고 섭섭한 것은 성과와 발전의 측면보다는 일부 부정적인 모습이 더 많이 확대되고 과장되어 알려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면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외부에 기대어 축구계를 흔드는 시도가 바로 축구계 내부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이 무척 가슴 아팠다”고 지적했다.

조중연 회장은 공명정대한 선거가 행해지길 원했다. “그 동안 역사를 보면 축구협회장 선거 때마다 축구연구소, 지도자협의회와 같은 단체들이 만들어졌다가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사라졌다. 오로지 선거만을 위해 축구계가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행태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라면서 “축구협회장 선거는 축구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국 축구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논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를 전했다.

차기협회장에 대해서는 “축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축구 발전을 위해 실질적인 공헌을 해온 분 중에서 나왔으면 한다. 실천 의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진정성 있게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갈 분이 차기 협회장으로 선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 차기협회장 선거 불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기자 여러분들도 내가 오랫동안 축구계에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전무, 실무부회장, 회장 모든 분야를 두루 섭렵하고 선수 출신으로 최초의 회장이 됐다. 회장을 맡으면서 의욕적으로 했고, 성취도 많이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쯤에서 물러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생각을 했다. 농담이지만 저희 식구들도 20%는 섭섭하고 80%는 시원하다고 표현을 했다.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것 같다.

- 재선의 뜻을 밝혔다는 설도 있었다. 박종우, 직원 비리 사건과 관련이 있었는가?

박종우 사건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사실 박종우 사건은 동메달을 딴 결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사건이다. 하지만 내가 협회장을 하고 나서 성적도 많이 났지만 또 여러 가지 잡음이 있었다. 때문에 이 정도에서 물러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판단을 한 것이다.

- 내년 1월 회장직을 내려 둔 이후의 구상은?

회장 끝나면 일단 축구계의 원로로서 어른 노릇을 해야 할 것이다. 여러 원로 선배님들도 있지만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언을 하고 잘못 된 길로 가면 안내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역할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지만 내가 여태까지 쌓은 경험을 후임이나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국정감사 기간에 FIFA에 갔는데, 박종우 사건에 대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국정감사는 이란에서 귀국했다 가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공교롭게 시기가 겹쳤다. 27일까지 자료를 내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협의를 해야겠다 생각해서 갔다. 11월 내에는 어떤 쪽으로든 박종우 선수 문제에 대해 결정이 있을 것으로 본다. 좋은 결과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한다.

- 15년 여 협회에서 근무한 실무자의 한 사람으로서 시급하게 고쳐야 할 점?

축구협회가 바뀌는 것 보다는 축구계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일단 초중고리그, U리그, WK리그 가봤지만 항상 불만스러운 것이 왜 축구만 입장료도 못 받고 경기를 해야 하느냐였다. 초중고리그 왕중왕전은 상암에서 매년 하는데 입장료를 받는 체계를 만들어야 발전할 수 있지 않겠느냐 생각한다. 축구는 공짜로 본다는 인식이 있는데 축구를 돈 내고 보는 환경이 되어야 세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 불출마에 대해 정몽준 명예회장과 상의했는가?

상의 같은 것은 안 했다. 아마도 이심전심으로 아셨을 것이다. 임직원에 전하는 글을 보고 아셨다는 보고를 들었다.

- 최근 직원들에게 글 올린 뒤 반대 시위도 있었다. 번복 가능성도 있는가?

스위스에 있을 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고마운 말씀이지만 번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후임 회장이 축구를 사랑하고 축구계 일선에 공헌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축구 선수 출신만 축구인이라 보지 않는다. 축구계에 공헌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도 주지사 선거를 거쳐 나온다. 연맹이나 시도협회장에서 일 하시는 분들도 있고, 축구를 좋아해서 팀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있다. 일선에 계신 분들이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면서 그분들 중 한 명이 자연스럽게 되었으면 한다.

-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내세우고 싶은 치적과 후회되는 결정은?

치적은 혼자 이룬 건 아니고 전부가 이룬 것이다. 일단 파주에 축구대표팀 트레이닝 센터가 생기고 월드컵 4강에 들고 (올림픽) 동메달을 딴 것이 내가 협회에 있는 동안 일어났던 일이다. 후회스럽게 생각한 것은 회장이 되면서 전무이사로 같이 가던 김진국 전무를 내보낸 점을 제일 안타깝게 생각한다.

채태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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