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수원] 신명기 기자= “제 목표를 말하는 것 자체도 과분한 상황이죠. 팀이 우선입니다.”

만 18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고 어른스러웠다. 주눅들 법도 한 첫 슈퍼매치에서 경기장 안과 밖을 가리지 않고 그랬다. 준프로 계약 출신으로 프로 데뷔한 첫 선수이자 역대 슈퍼매치 최연소 선발 출전 2위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 오현규가 그 주인공이었다. 수원삼성의 U-18팀(매탄고) 소속인 그는 반복적으로 ‘개인보다 팀’을 외쳤다.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과 FC서울의 87번째 슈퍼매치가 열렸다. 슈퍼매치가 갖는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기라도 하듯 명승부가 펼쳐졌고 양팀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수원의 이임생 감독은 중요한 승부를 앞두고 깜짝 카드 하나를 준비했다. 전세진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22세룰(1997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 선발1-후보1 의무)을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임생 감독은 경기 사흘 전부터 오현규를 선발로 준비시켰고 만 18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하는 무난한 활약으로 나름대로 기대에 부응했다.

사실 이러한 선택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이임생 감독의 성향과 오현규의 남다른 멘탈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이임생 감독은 “제공권이나 공을 지키는 플레이가 좋다. 우리 나라에서 이런 유형의 선수도 나오는구나 싶었다. 오늘 고비만 잘 넘기면 될 것 같다. 18세 치고 멘탈 쪽에서 굉장히 강해 프로에서 성공할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임생 감독이 “일을 냈으면 좋겠다”라며 기대한 대박은 터지지 않았지만 오현규는 무난한 경기를 펼쳤다. 데뷔전이었던 포항전에서도 과감한 터닝 슈팅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오현규는 서울전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플레이로 좋은 장면을 여럿 만들었다. 팀을 위해 전방에서 공을 지켜내면서 타가트, 염기훈 등 1군 주축 선수들과 무리 없이 호흡을 맞췄다.

예상대로 오현규는 전반 도중 교체아웃됐다. 실제로 뛴 시간은 39분가량. 이임생 감독은 경기 후 “데얀을 어느 시점에 넣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40분 가까이 갈 수 있었던 걸 대견하게 생각한다. 오현규가 못했으면 (교체가) 더 빨리, 잘하면 더 늦게 (교체)하는 거였다”고 했고 오현규도 “20~30분 (뛰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한 걸 보면 괜찮은 경기를 했다는 내부 평가가 있었다고 볼 수 있었다.

전혀 떨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 오현규의 모습은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도 이어졌다. 오현규는 “제 목표는 딱히 없다. 팀이 상위권으로 올라가 우승 경쟁하는 것이다”라거나 “수원에서 뛰는 동안 꼭 5번째 별을 다는 것이 목표다”라는 말로 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앳된 모습 속에서 성숙한 모습이 엿보였다.

오현규는 “경기 전에 얘기하고 시작하기 전에는 많이 떠는 성격이다. 하지만 경기장에 들어가면 떨리지 않더라. 수원에 많이 와서 경기관람하고 팬들이 응원해주시는 걸 봐서 딱히 떨리지는 않았다. 저는 어리고 기회 받은 것에 대해 (집중해) 그냥 더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오현규는 롤 모델에 대한 물음에도 “유럽에서는 해리 케인, 가까이에서 보면 황의조 선수다. 그런 선수들처럼 국가대표로 뛰어 나라를 위해 기여하고 싶다”면서 개인보다는 팀에 대한 이야기를 강조했다.

유스팀에서 뛰었던 오현규는 오히려 성인 무대가 편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피지컬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오현규는 유스와 성인무대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 “많이 차이난다. 하지만 오히려 편하게 느껴진다”면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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