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전주] 이현호 기자=K리그 감독 역사상 이처럼 말을 재밌게 하는 사람이 또 있었을까.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이 특유의 유쾌한 화법으로 전북 현대의 조세 모라이스 감독을 환대했다.

FC서울은 28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9라운드 전북현대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1명이 퇴장 당하는 열세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가 엿보인 경기였다.

경기 전 취채진과 만난 최용수 감독은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우리는 도전자 입장”이라고 입을 연 최 감독은 “전북은 공격과 수비가 안정적이다. 이기는 법을 잘 알고 있는 팀이다. 이런 팀을 상대로 승리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며 상대팀을 존중했다.

이어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 K리그 발전을 위해 축구다운 축구를 해야 바람직하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말대로 서울은 후반 막판까지 공격수를 투입했고, 끝내 페시치의 동점골을 이끌어냈다.

최용수 감독에게 이번 경기는 3년 만의 전주성 원정이었다. 그때를 회상하며 “2016년 개막전이었을 것이다. 그때 최철순이 아드리아노를 맨투맨 마킹하는 바람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참 이상한 전술이었다”라고 웃어보였다.

또한 “여기는 사람(감독)만 바뀌었을 뿐인데도 참... 최강희 감독님이 계실 때에는 오기 싫었다. 얼굴만 봐도 스트레스였다”며 한풀이했고, 전북의 새 감독 모라이스에 대해 “모라이스인지 메리야스인지 허허. 사람 참 좋아 보이더라”는 입담으로 외국인 감독을 반겼다.

이 말을 들은 취재진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최용수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빅매치를 앞두고 긴장이 흐르는 순간에 언어유희를 선보이다니. 과거 최강희 감독이 전북을 이끌 때에는 ‘최 vs 최’의 입담 대결이 눈길을 끌었으나, 지금은 최용수 감독 홀로 2명분을 하고 있었다.

경기 종료 후에 다시 만난 최 감독은 사뭇 비장한 자세였다. 비록 1-2로 패했으나 그는 “우리 선수들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를 봤다. 물론 속은 쓰라리지만 재밌는 경기였다. K리그를 위해서 전북과 서울의 경기는 지루해서는 안 된다. 다가오는 슈퍼매치에서도 팬들이 원하는 재미난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각오하며 자리를 떴다.

경기 전에는 유쾌한 입담으로 긴장을 풀더니, 경기 후에는 K리그 발전과 팬들을 생각하는 최용수 감독. 이날 보여준 그의 언행에서 명장의 여유와 품격이 엿보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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