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이현호 기자=축구계에서 라이벌 팀으로의 이적은 금기시 된다. 하지만 지난 2000년, 루이스 피구(46)는 바르셀로나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며 이 불문율을 깨부쉈다.

스포르팅 리스본 유스팀에서 성장한 피구는 그곳에서 프로 데뷔까지 이루며 단번에 포르투갈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1995년 바르셀로나로 이적해 7번 유니폼을 입고 주장직까지 맡았다.

그러나 5년 뒤, 바르셀로나와 앙숙관계인 레알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며 배신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당시 이적료는 6,200만 유로(약 798억 원). 그때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이었다.

그랬던 피구가 약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과거를 되돌아봤다. 그는 13일 스페인의 ‘마르카’에 게재된 인터뷰를 통해 “개인적으로나 선수 생활로나 바르셀로나에서의 5년은 정말 환상적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2000년 여름, 그때 당시 호안 가스파르트가 바르셀로나의 유력한 회장 후보로 올라섰다. 그는 조금도 믿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피구는 “상황은 점점 심각해졌다. 나의 에이전트는 레알 회장 후보였던 플로렌티노 페레즈를 미리 만나 합의를 마쳤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에이전트가 서명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에이전트)의 책임이었다. 난 그 어떤 것에도 서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고, “페레즈 회장을 알지도 못했고, 바르셀로나는 ‘떠나고 싶으면 돈을 가져와’라고 말했다”면서 그때의 상황을 되돌아봤다.

결국 피구의 이적은 어떻게 됐을까. 그는 “휴가 중에 페레즈가 레알 회장 선거에 당선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 에이전트와 변호사가 휴가지로 찾아와 레알로 가자며 설득했고, 우리는 리스본에서 페레즈 회장을 만났다. 이후 아내에게 ‘레알로 이적하게 됐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피구가 레알에 합류하면서 ‘갈락티코’ 스쿼드가 시작됐다. 지네딘 지단, 라울 곤살레스, 데이비드 베컴, 호나우도, 페르난도 이에로, 호베르토 카를로스,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이케르 카시야스 등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들이 피구와 함께 레알을 이끌었다.

하지만 피구는 레알에서 5년 만에 이적을 택했다. 행선지는 이탈리아 세리에A의 인터 밀란. 이에 대해 “레알과의 계약이 1년 더 남았었지만 인터 밀란 이적을 결정했다. 출전시간이 적었고 내가 쓸모 있는 존재라고 느끼지 못했다. 물론 내가 선발에서 밀린 이유를 알고 있었다”라며 레알을 떠난 이유도 설명했다.

친정팀 팬들로부터 오물을 맞은 피구.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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