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울산] 이현호 기자=조커로 투입된 이승우(21, 헬라스 베로나)가 예리한 슈팅을 날린 후 허공에 소리를 질렀다. 그는 “스페인어였는지 한국어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웃어 보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은 22일 오후 8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볼리비아(60위)를 1-0으로 제압했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과 지동원을 투톱으로 배치하는 변칙 전술을 꺼냈다. 그 뒤를 나상호, 황인범, 권창훈이 받쳐주면서 5명이 공격을 이끌었다. 이들은 창의적인 연계플레이로 수차례 골찬스를 만들었으나 좀처럼 볼리비아의 골망을 흔드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벤투 감독은 후반 17분 황인범, 지동원을 빼고 이승우, 황의조를 투입했다. 이 둘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전반전과는 색다른 공격 찬스를 양산했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이승우는 후반 중반 왼쪽 측면부터 수비수들을 제친 후 중앙까지 파고들어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다. 이승우의 발을 떠난 공은 크로스바를 살짝 스쳐 밖으로 벗어났다. 동시에 울산 문수구장을 가득 채운 4만 여 팬들은 아쉬움의 탄식을 쏟아냈다.

경기 종료 후 이승우는 이 장면에 대해 “골을 너무 넣고 싶은 마음에 힘을 강하게 준 게 오히려 안 좋았다. 하던 대로 찼어야했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어 “내가 골을 넣었다면 좋았겠으나 다행히도 팀이 이겨서 기쁘다. 오랜만에 긴 출전시간을 받았다. 너무 재미있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승우는 이 슈팅 직후 머리를 감싸 쥐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중계 카메라에 잡혔고 시청자들은 ‘이승우가 과연 어떤 말을 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이승우는 “너무 아쉬워서 소리쳤다.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한국어로 했나 스페인어로 했나 뭐라고 소리쳤다”고 머리를 긁으며 잠시 회상에 빠졌다. 어려서부터 스페인에서 생활한 이승우다운 대답이었다.

끝으로 이승우는 “축구선수로서 항상 경기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결과물로 보여줘야 한다. 이탈리아는 물론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뛰는 게 너무 좋다. 기회가 왔을 때 놓치고 싶지 않다”라고 강하게 다짐하며 다음 기회에 더 좋은 활약을 보이겠다고 각오했다.

사진=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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