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신명기 기자= 아스널의 전설 아르센 벵거 감독은 주전 경쟁에서 밀린 메수트 외질(30)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외질을 직접 데려왔던 벵거 감독은 장기 재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 역시 부인하지 않았다.

외질은 지난 2013년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아스널로 이적했다. 당시 세계적인 선수 영입에 목 말랐던 아스널 팬들은 외질 영입 소식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질에게 아스널 이적을 설득했던 인물이 바로 벵거 감독이다.

기대했던 대로 외질은 알렉시스 산체스와 함께 아스널의 중심이 됐다. 외질의 기량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긴 했지만 벵거 감독은 지난해 외질에게 재계약을 선사했다. 계약기간은 2021년이었고 주급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최고 수준인 35만 파운드(약 5억 원)로 알려졌다.

하지만 벵거 감독이 떠나고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부임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전방압박을 기본으로 하는 에메리 감독은 외질의 입지를 줄어들게 했고 최근에는 선발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에메리 감독이 엄청난 주급을 수령하고 있는 외질을 내보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보도도 지속됐다.

직접 데려와 재계약까지 체결했던 벵거 감독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벵거 감독은 최근 있었던 라우레우스 월드 스포츠 어워드‘에 참석해 외질의 상황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계약기간이 긴 것은 보통 선수 선발과 큰 관련이 없다. 하지만 때때로 특별한 경우들이 있기 마련이다”라고 운을 띄었다.

벵거 감독은 “보통 선수와 5년 계약을 맺으면 좋은 선수를 5년 동안 데리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훈련하거나 경기를 한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재계약을 맺은) 선수들이 안전 지대에 있다고 느끼기 쉽기 때문이다”라면서 우회적으로 재계약이 외질에게 악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이어 “외질은 계약돼 있는 선수였고 또 문제는 새로운 최고의 선수를 데려오려 할 경우 1억 파운드(약 1,455억 원) 정도는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적료가 들지 않는 선수와 재계약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덧붙인 벵거 감독은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새로운 선수를 살만한 자금이 있었나?”라고 반문하며 당시 선택의 정당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벵거 감독의 이야기는 틀린 말은 아니다. 최근 들어 이적시장의 인플레이션이 매우 심해져 세계적인 선수를 데려오려면 천문학적인 수준의 이적료를 주고 데려와야 한다. 하지만 현재 외질과 아스널의 상황을 봤을 때 당시 재계약의 조건이나 결정은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는 힘들다.

사진= 게티이미지, 아스널


저작권자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