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가고시마(일본)] 정지훈 기자= “FC서울로 돌아와서 2년 동안 개인적으로 좋았던 시즌이 없었다. 시즌 내내 근육부상이 따라다녔다. 제 스스로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했고, 정말 죄송했다. 미안함이 컸기 때문에 인터뷰도 고사했던 것 같다. 황선홍 감독님이 계실 때 은퇴까지 결심했지만 다시 기회를 얻었다. 이제는 부상 없이 뛰고 싶다.”

FC서울의 미드필더 하대성(34)은 ‘상암의 왕’이라 불릴 정도로 서울 팬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서울로 돌아와서는 근육 부상에 시달리며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고, 2년 동안 리그에서 단 17경기만 소화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은퇴까지 결심했었다. 하대성은 계속해서 근육에 문제가 생기자 서울과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고,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마음에 황선홍 감독에게 은퇴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후배’의 아픔을 이해하며 은퇴를 만류했고, 결국 지난 시즌 후반기에 돌아와 출전할 때마다 여전한 클래스를 보여줬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만난 하대성에게는 ‘절실함’이 보였다. 지난 2년 동안 서울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매우 컸고, 이 미안함이 이제는 절실함으로 바뀌었다. 하대성은 ‘서울의 전성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그의 차분한 말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졌고, 서울과 팬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하대성 인터뷰 일문일답]

-서울로 돌아와서 계속 부상이 있었다고, 지난 시즌 아쉬움이 컸다

서울로 돌아와서 2년 동안 개인적으로 좋았던 시즌이 없었다. 미안함이 컸기 때문에 인터뷰도 고사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시즌은 돌아와서 처음으로 동계 훈련을 모두 소화했고, 부상 없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동계 훈련을 잘 마무리해서 몸 상태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시즌을 들어가야 한다.

-지난 시즌 서울의 두 베테랑, 박주영과 하대성이 부진했고, 덩달아 서울도 부진에 빠졌다.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작년에도 부상 때문에 시즌 초반부터 뛰지 못했다. 가고시마 전지훈련에서 근육 부상을 당해 시즌 초반 뛰지 못했고, 시즌 막판이 돼서야 돌아왔다. 시즌 내내 근육부상이 따라다녔다. 제 스스로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했고, 정말 죄송했다. 인터뷰 내내 계속 같은 소리만 했다. 그래서 인터뷰를 조금 꺼렸다. 하위 스플릿으로 내려가고,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 것만으로도 서울의 역사에 오점을 남긴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선수로 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올해 최대한 반전을 이루고 싶다. 감독님이 워낙 잘 팀을 이끌고 있고, 선수들도 노력하고 있다. 제가 중심에 서서 활약한다가 보다는 어린 선수들에게 힘을 줄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반전을 이루고 싶다.

-서울 팬들은 여전히 '상암의 왕' 하대성의 활약을 그리워하고 있다

기대를 해주시는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래도 동계 훈련을 잘했기 때문에 시즌 초반부터 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이 팀에서 경험이 제일 많기 때문에 경기에 나갔을 때는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다. 팬들이 여전히 기대해주시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감사하다.

-팬들은 하대성의 몸 상태에 대해 궁금해 한다

부상은 없다. 계속 조심하고 있다. 추울 때가 가장 위험하다. 아무래도 그라운드가 딱딱하기 때문에 근육에 무리가 갈 수 있다. 훈련이 끝나면 항상 치료부터 먼저하고, 사우나에 가서 근육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최용수 감독이 팀을 잘 이끌고 있는 박주영과 하대성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했다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이 정말 많다. 작년까지는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많았다면 올해는 확 바뀌었다. 아직 많은 경기를 해보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실수를 해도 기죽지 않도록, 자신감 있게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있다. 경기장에 나가면 다 똑같은 선수다. 자신감을 가지라고 이야기 해주고 있고, 실수를 하더라도 고개 숙이지 말라고 말한다. 공격적인 패스를 하면 칭찬해주며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시즌 서울에서 주목해야할 선수는

올해 박동진이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변신했다. 프리 시즌 상당히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수비를 할 때도 파이터형이었는데 공격수로 변신해서도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수비진에서는 올해 들어온 김주성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오산고에서 올라온 선수다. (김)진규형이 오산고 코치로 있는데 김주성을 강력 추천했고, 즉시 전력감으로 쓸 수 있는 좋은 선수라고 말해줬다. 이인규도 공격 쪽에서 주목해야하는 선수다. 이런 선수들이 잘해줘야 서울이 발전할 수 있다.

-김진규 코치가 김주성과 이인규를 적극 추천했는가?

아무래도 직접 가르친 제자들이니까 가지고 있는 것이 많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실제로 직접 해보니까 가진 것도 정말 많고, 장점을 살려 플레이한다면 서울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경기를 많이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인 선수들이 싹 바뀌었다. 페시치와 알리바예프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페시치 같은 경우에는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아 경기를 많이 해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경기를 뛰면 페시치에게 계속 볼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페시치와 같이 뛴다면 볼을 많이 공급해 플레이를 살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좋은 선수라고 들었고, 데얀에게 물어봤을 때도 '정상적인 공격수를 영입해서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다.

-알리바예프도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하대성과 경쟁 포지션이기도 하다

알리바예프는 일단 활동량이 굉장하고, 스피드가 빠르다. 키는 작지만 순간적인 스피드와 침투 그리고 움직임 자체가 너무 좋다. 저는 경쟁자라는 생각보다는 알리바예프가 서울에 적응하고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경기에 들어가는 것은 감독님의 권한이다. 누가 들어가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하고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서포트를 해주고 싶다.

-박주영과 하대성이 팀 내 최고참이 됐다

일단 주영이도 몸 상태가 상당히 좋다. 경기를 다 소화했고, 풀 경기를 거의 소화하고 있다. 올 시즌 몸이 굉장히 좋은 것 같고, 부상 없이 동계 훈련을 소화했다. 올 시즌 주영이에게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잘 해줘야 팀을 이끄는 요한이의 짐을 덜어줄 수 있다.

-최용수 감독과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기대감이 남다르다

최용수 감독님은 누구나 잘 알겠지만 엄한 부분이 있다. 어린 선수들한테는 조금 무서울 수도 있지만 감독님의 질책은 팀이 잘되기 위함이다. 성향이 다르지만 감독님만의 스타일이 있다. 감독님과 함께 팀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이 보이고, 선수들을 정신적으로 강하게 만드시는 것 같다.

-서울의 축구 스타일이 확 바뀌었다. 많이 뛰고, 역동적이다

우리가 우승을 많이 하고 좋았을 때는 공격진에 데얀, 몰리나 등 K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들이 많으면 압박하는 것은 어렵다. 당시에는 국내 선수들이 수비를 해 볼을 연결하면 앞에 있는 선수들이 결정을 해줬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 선수 위주로 전방에서 다 같이 압박을 하는 상황이 많다. 체력과 활동량이 필요하다. 활동량이 많은 젊은 선수들에게 맞는 전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하대성의 역할이 필요하다

감독님께서는 중간에서 적재적소에 패스를 연결하라고 주문하신다. 활동량을 요구하기 보다는 골 찬스를 만들 수 있도록 요구하신다.

-개인적인 시즌 목표는?

한 시즌 부상 없이 치르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선수 생활을 이곳에서 잘 마무리하고 싶고, 그런 배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뛸지는 모르겠지만 부상이 없어야 한다. 부상이 발생하면 잊혀지는 선수가 된다. 부상 없이 팀이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 전성기 때는 공격 포인트를 몇 개하고, 우승을 하겠다고 말씀드렸을 것이다. 이제는 경기에 나가는 순간순간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축구 선수에게 있어서 부상은 정말 치명적이다

작년에 이야기했지만 황선홍 감독님 계실 때 또 근육에 문제가 생겼고, 이제는 축구를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자책감이 너무 컸고, 팀에 대한 민폐라고 생각했다. 이제 축구를 할 수 있는 몸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에게 축구를 그만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당시 황선홍 감독님께서 만류하셨고, 힘을 많이 주셨다. 감독님께서 ‘괜찮다. 아직 시간이 있다. 당장 은퇴를 하기에는 이르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몇 번 더 부상당해도 상관없다’는 말을 해주셨다. 위로가 됐고, 큰 힘이 됐다. 다시 도전하게 됐다. 올 시즌 계약이 만료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서울에서 한 해 더 기회를 줬다. 후회 없이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지만 경기장에서는 몸을 사릴 수 없다. 후회 없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

-아직 은퇴하기는 이르다. 서울에는 베테랑이 필요하다

그렇다.(웃음) 나이는 아직 이다. 그런데 계속 근육 문제로 2년을 쉬다보니 몸 상태가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직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은 분명 위기다. 다시 전성기가 올 수 있을까?

팬들이 기대가 높고, 서울의 위상이 높았다. 당연히 다시 전성기로 가야 한다. 선수들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지만 새로운 용병들이 왔고, 젊은 선수들도 많다.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고, 올 시즌 기대치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는 조금 낮춰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활동량이 많은 축구를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욕하시는 분들도 있고,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모두가 똑같은 서울 팬이다. 팬들의 응원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동계 훈련을 잘 마무리했기 때문에 격려해주셨으면 좋겠다.

사진=윤경식 기자, FC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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