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가고시마(일본)] 정지훈 기자= “빨리 돌아오고 싶었다. FC서울에 대한 간절함이 더 커졌고, 이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 여전히 밝은 미소와 동안 페이스를 자랑하지만 이제는 서울의 고참이 된 고광민(31)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모습이다. 겉은 부드럽고 약해보이지만 안은 강하면서 굳건하다. 그 주인공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구리 메시’ 고광민이다.

고광민은 지난 2011년 서울에 입단해 서울에서만 활약한 선수다. 크게 눈에 띄는 활약은 아니었지만 서울 팬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을 받았고, 지난 2014년 최용수 감독 밑에서 주전으로 도약하며 2016년에는 국가대표에도 발탁됐다.

2016년은 고광민의 최전성기였다. 최용수 감독이 떠나고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고광민의 입지는 흔들리지 않았고,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을 일궈내며 우승의 주역이 됐다. 그러나 그렇게 고광민은 사라졌고, 갑작스럽게 입대하며 팬들과 작별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약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서울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황선홍, 이을용 감독을 거치면서 새로운 서울을 만들었지만 쉽지 않았고, 지난 해 최악의 실패를 경험했다. 이에 서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최용수 감독이 다시 돌아왔고, 다시 서울다움을 찾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중심에는 돌아온 고광민이 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친 고광민이 서울에 돌아왔고, 여전한 경기력으로 최용수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최용수 감독의 3-5-2 포메이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고광민이 돌아오자 서울의 왼쪽 측면도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다.

최용수 감독과 서울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고광민을 11일 일본 가고시마에서 만났다. 고광민은 서울에 돌아온 소감으로 “설렌다”며 활짝 웃었고, 이제는 서울을 이끄는 ‘베테랑’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고광민 일문일답]

-2년 만에 서울에 돌아왔다. 왜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인가?

아니다.(웃음) 서울에 돌아오니 정말 좋다. 이날만을 기다렸다. 빨리 서울에 오고 싶었고, 설레었다.

-2016년 K리그 우승 이후 갑작스럽게 서울을 떠났다. 공인 근무를 하면서 축구 선수 생활을 이어갔는데 힘들지는 않았는가?

처음에는 근무를 하면서 저녁에 축구를 했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몸도 피곤하고, 일을 하다 보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점차 적응하다 보니 사람들과도 친해졌고, 이제야 사회생활을 경험한 것 같다. 많은 것을 얻었고, 배웠다. 그동안은 서울에서 조용하게 지냈는데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사회생활이 조금 늘었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소중함을 정말 많이 느꼈다. 운동만 집중하는 것이 최고다.

-최용수 감독이 확고한 왼쪽 윙백으로 점찍었다는 소문이 돈다. 사실인가?

잘 모르겠다.(웃음) 그래도 몸 상태는 좋다. 군 복무가 끝날 때쯤 예전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과 부담도 있었다. 물론 서울에 돌아온다는 것 자체는 설레었지만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개인적으로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고, 남들이 시즌 끝날 때쯤 저는 운동을 했다. 현재 몸 상태는 정말 좋다.

-2015년과 2016년, 국가대표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최전성기를 보냈는데 갑작스럽게 떠났다. 이유가 무엇인가?

저는 전성기 때 1년을 더 서울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어차피 군 복무는 해야 했고, 서울에서 후회 없이 하고 가자는 생각이 강했다. 남들은 왜 군경 팀으로 가지 않았냐는 말을 하지만 저는 그 1년 동안 정말 배운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만약 서울에서 1년을 더하지 않았다면 상무나 경찰청을 지원할 수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1년 더 하고자 하는 마음이 정말 강했고, 후회도 없다. 1년을 더 서울에서 함께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당시에는 워낙 몸 상태도 좋았기 때문에 시즌 끝난 후 우승도 하고 마음 편하게 군대를 갔다.

-여전히 동안 페이스다. 부럽다. 그러나 이제 서울에서 박주영, 하대성에 이어 최고참이다

이제 주영이형과 대성이형 밖에 없다. 확실히 팀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졌고,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팀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서울에서 모르는 선수들이 정말 많아졌다. 후배들과 빨리 친해지고, 적응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서울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돌아오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가?

지난해는 분명 좋지 않았다. 저도 선수이다 보니 밖에서 지켜보며 선수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선수들이 힘든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잘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제가 돌아온다고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돌아와 보니 훈련 분위기도 매우 좋고, 어린 선수들의 파이팅이 넘친다. 고참 선수들을 같이 팀을 이끌려고 하고 있다. 분위기는 정말 좋다. 예전에는 따라가는 위치였다면 이제는 끌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을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용수 감독이 올해 3-5-2 포메이션을 사용한다고 했다. 그래서 고광민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저는 3백에서 확실히 장점이 있다. 풀백보다는 윙백 포지션이 잘 맞는다. 감독님께서 윙백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다. 오래 감독님과 함께 했기 때문에 어떤 것을 요구하시는지 잘 알고 있다. 새로운 선수들에게도 조언을 해주며 함께 팀을 만들고 있다.

-최용수 감독이 어떤 것을 요구하는가?

일단 윙백은 위치 선정이 정말 중요하다. 3백에서 윙백은 공수 모두 잘해야 한다. 공격을 나갈 때 위치, 수비를 할 때 위치가 중요하다.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감독님이 콤비 플레이를 중점을 두는 것 같다. 공격을 할 때는 패스 플레이와 공격 침투를 주문하신다. 많이 뛰면서 공간을 만들고, 과감하게 전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는 서울에 있으면서 6개월 정도 황선홍 감독님과 함께 하고, 대부분을 최용수 감독님과 함께 했다. 확실히 다시 오시니까 마음이 편한 것이 있다. 선수단의 분위기도 정말 좋다.

-2019년은 서울과 고광민에게 매우 중요한 시즌이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공백이 길었다.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부담감이 크다. 그러나 경기장에 나서면 이런 부담감을 극복하고,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경기장에 나가는 것이 최우선이다.

-한국 축구에 풀백 또는 윙백이 정말 없다. 다시 국가대표에 대한 욕심이 있는가?

이제는 나이가 많다.(웃음) 이제 다시 시작하는 단계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다. 물론 국가대표에 대한 욕심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저의 모습을 찾는 것이다. 또한, 서울이라는 팀이 끈끈함을 찾았으면 좋겠고, 선수들도 간절함이 커졌으면 좋겠다. 단순하게 서울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패배하더라도 끝까지 끈끈하게 경기를 해야 한다. 선수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고, 간절함을 말하고 있다.

-군복무를 제외하고는 서울에서만 활약했다. 서울에서 은퇴하고 싶은 마음인가?

서울은 저의 팀이고, 가족이다. 이곳에서 오래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팬들이 연말에 기분 좋게 웃었으면 좋겠다.

-서울에 돌아와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특히 서울 팬들은 ‘영입이 없으면 고광민의 복귀 인터뷰라도 올려 달라’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서울 팬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군 생활 때도 서울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셨다. 너무 감사하다. 경기장에서 제가 보여주고 보답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 팬들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밖에서 지켜보니 팬들의 입장을 돌아볼 수 있었다. 좋지 않을 때도 끝까지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이제 보답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에 대한 간절함이 커졌다.

사진=FC서울,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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