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인천공항] 이현호 기자=반 년 만에 귀국현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국 축구 팬들의 응원문화가 성숙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독일을 꺾고도 달걀을 맞던 축구대표팀은 카타르에 패했음에도 함성과 박수 속에서 귀국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UAE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 패배하면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벤투호는 아쉬움을 가득 안고 28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뼈아픈 결과다.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렸지만 ‘중동의 복병’ 카타르에 패배하며 발목이 잡혔고, 대회 내내 의무팀 논란, 이적설 등 다양한 잡음에 시달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런 이유로 이번 귀국길이 쓸쓸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귀국 현장의 온도는 확실하게 달랐다.

이날 귀국길에는 소속팀으로 바로 이동하는 손흥민, 이승우, 구자철, 이재성, 이청용, 황희찬 등 10명을 제외한 12명의 선수들이 국내로 돌아왔다. 특히 황의조, 조현우, 김승규, 황인범, 김민재, 이용, 김문환, 김진수 등 대표팀 핵심 선수들이 많은 환대를 받았다. 젊은 여성 팬들은 선수들에게 몰려가 인증샷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선수들은 밝은 미소로 화답하며 짧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 모습을 지켜보니 지난여름이 오버랩됐다. 작년 여름에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이후의 귀국 현장에서도 수많은 팬들이 인천공항을 찾아 선수단을 환영했다. 이들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독일을 2-0으로 완파한 대표팀을 향해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당시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가운데,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이 발생했다. 일부 축구 팬들이 선수단을 향해 달걀과 쿠션을 던진 것이다. 선수단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손흥민의 발 앞에 달걀에 날아들었고, 이를 지켜보던 선수단, 취재진, 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의 달걀투척이 축구 팬 전체의 의견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달걀투척 논란은 독일 현지까지 전해졌고, 독일 팬들은 ‘한국은 독일을 이겨도 달걀을 맞네. 우리는 독일 대표팀을 향해 벽돌을 던지자’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큰 이슈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월드컵 귀국현장보다는 적은 수였지만, 추운 날씨와 평일 낮 시간대라는 점을 감안해도 많은 팬들이 인천공항에 마중 나와 선수단을 손수 반겼다. 이들은 각자 준비해온 응원피켓과 선물을 선수들 손에 직접 쥐어주며 “수고했어요. 자랑스러워요”를 외쳤다. 덕분에 4강 진출에 실패한 선수들도 어두운 표정을 잠시나마 펴며 미소를 되찾았다.

사진=윤경식 기자, 인터풋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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