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아부다비(UAE)] 유지선 기자= "몸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 잠도 잘 못 잤다"

손흥민이 결국 체력 문제를 인정했다. 지쳐있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매 경기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독'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중국전 출전이 더 아쉽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밤 10시(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위치한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UAE 아시안컵 8강전에서 0-1로 패했다. 이로서 한국은 4강 진출이 좌절되면서 59년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도 멈춰 서게 됐다.

무엇 하나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한 채 끝나버렸다. 대회 개막 전부터 부상자가 속출했고, ‘완전체’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나상호가 대회 전 팀을 떠나게 됐고, 이재성과 기성용도 1차전에서 부상을 당해 이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마지막에는 구자철, 황희찬까지 탈이 나고 말았다.

손흥민의 몸 상태도 온전치 않았다. 평소와 달리 번뜩이는 움직임이 없었고, 대회기간 내내 몸이 무거워보였다. 지친 표정을 한 손흥민도 카타르전을 마친 뒤 믹스트존에서 “솔직히 이런 말을 하는 걸 꺼려하는데, 여기 와서 몸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 잠도 잘 못 잤다. 자려고 해도 잘 안되더라. 더 잘했어야 했는데 체력이 문제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중국과의 3차전이 더 아쉽다. 3차전을 앞두고 팀에 합류한 손흥민은 곧바로 선발로 나서 80분 이상을 소화했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중국전에 선발로 내보내는 강수를 뒀다.

의무팀에서 체크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선수 본인도 “16강까지 일주일간 시간이 있는데, 너무 오랜 기간 경기를 뛰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좋지 않다”며 출전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도 “경기에 나설 컨디션이었다”며 손흥민의 출전을 정당화했다.

물론 조 1위로 16강에 오르며 소기의 성과는 이뤘다. 이동거리, 상대팀 등을 고려했을 때 선두를 차지하는 것이 유리한 조건으로 토너먼트를 치를 수 있는 환경이었고, 이를 위해 최정예로 3차전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아시안컵은 ‘장기 레이스’라는 사실을 간과했고,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조현우는 최근 인터뷰에서 “(손)흥민이가 항상 선수들에게 한 경기를 치르러 온 것이 아니라 더 높은 곳을 가기 위해 싸워야한다고 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선수 입장에서 매 경기 출전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 경기만 치르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에게도 대입시켰음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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