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신명기 기자= 믿고 싶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한국이 정말로 8강에서 카타르에 덜미를 잡혔다. 사비 에르난데스의 그러한 예측을 카타르와 가까워서라고 치부했지만 안타깝게도 사비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밤 10시(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위치한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UAE 아시안컵 8강전에서 0-1로 패했다.

59년 만에 우승을 노리던 벤투호도 8강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잉글랜드, 독일에서 활약하는 스타 플레이어들, 아시아권에서 정상급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힘을 합쳐 역대 최고의 라인업이라는 칭송이 이제는 무색하게 됐다.

비판

우승을 꿈꾸던 한국 팬들에게는 찬물을 끼얹는 ‘아주 기분 나쁜 예언’이었을 뿐이었다.

아시안컵 개막에 앞선 시점. 바르셀로나의 레전드이자 카타르 무대에서 뛰는 사비는 카타르 방송 ‘알카스’에 출연해 아시안컵 예상 순위를 전망했다.

당연히 한국 팬들의 관심도 높았다. 기대와는 달리 사비는 한국이 8강에서 탈락할 것으로 봤다. 게다가 일본이나, 호주, 이란 같은 팀이 아닌 카타르에 무릎을 꿇는다는 이야기였다. 카타르가 우승할 것이라는 결론으로 맺어지자 사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에서는 이해한다는 반응이었다. 한국이 그런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카타르에서 활동하고 있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비가 한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카타르 방송이었으니 예의상 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지배적인 반응과 마찬가지로 카타르에서 뛰는 정우영이 “사비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방송국에서 대본을 그렇게 줬을 것이다”고 한 말은 당시 사비 발언에 대한 대체적인 반응이 비판적이었다는 걸 알게 한다.

의심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기류가 다시 한 번 바뀌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 2018 아시안게임 금메달, 세계 강호와 성공적인 평가전까지. 기대가 커질 대로 커졌던 상황에서 한국의 조별리그 행보는 우려를 낳았다.

3전 전승을 거두긴 했지만 믿음보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졌다. 기본적으로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면서도 경기력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이재성, 기성용 등의 부상과 함께 이승우-의무팀 논란까지 겹치며 불안한 신호는 지속됐다.

지난 바레인전서 의심은 더욱 커졌다. 90분 내 승부를 가릴 것이라던 예측은 온 데 간 데 없이 연장 승부 끝에 간신히 승리했기 때문이었다. 우승권 팀들은 뒤늦게 발동이 걸린다며 스스로 위안하던 이들의 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탈락 적중

그 의심은 현실로 바뀌었다. 카타르 방송에 나와 카타르가 8강에서 한국을 꺾을 거라던 그 말. 실소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예측이 보기 좋게 들어맞고 말았다.

한국은 대회 내내 지속됐던 체력 문제와 골 결정력 부재가 카타르전서 모두 지속되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상대보다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지만 뚜렷한 득점 기회로 이어가지 못했다. 오히려 효율적이고 위협적인 장면은 카타르가 훨씬 더 많이 만들었다.

‘그래도 이기긴 하겠지’하는 마음이 들었을 후반 34분경. 설마설마하던 장면이 나오고 말았다. 카타르의 압둘아지즈 하템의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 슈팅이 한국 골문 구석을 꿰뚤었던 것. 우승후보를 자칭하던 한국은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자 소름 돋는 예측을 선보인 사비가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대회 전 예측했을 당시 반응과 비교해보면 확연한 변화가 있었다. 카타르에 립서비스한 것이 아닌 그들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예측을 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한 한국 대표팀의 충격적인 탈락을 성토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사비가 한국이 카타르에 질 것이라는 예측을 맞춘 것은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베트남을 제외하고 8개 팀 중 7팀의 8강 진출 팀을 모두 맞췄기 때문. 8강전서도 카타르의 승리를 비롯해 일본, 이란이 4강 진출한 것을 적중시켰다.

물론 방송사에 나와서 한 사비의 예측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예측 당시 첫 반응이 부정적으로 나온 이유기도 했지만 사비가 아시아 축구에 대한 조예가 깊은 인물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팀의 전력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분석해 내놓은 예측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것은 한국 대표팀이 그 기분 나쁜 예측을 빗나가게 할만큼의 실력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의 부족함은 결국 ‘사비가 맞았고, 우리는 틀렸다’는 슬픈 현실을 도래하게 만들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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