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인천] 유지선 기자= 매 시즌 힘겨운 생존 경쟁을 펼쳤던 인천 유나이티드가 2019시즌을 앞두고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했다. 어느덧 프로 3년차에 접어든 김진야(21, 인천 유나이티드)도 이를 악물고 있다.

인천은 지난 시즌 극적으로 잔류를 확정지었다. 매 시즌 생존경쟁을 펼쳐왔지만 지난해처럼 오랜 기간 최하위에 머문 적은 없었다. 팬들 사이에서는 ‘올해는 정말 강등되겠다’며 깊은 한숨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인천은 시즌 막바지에 4연승을 기록하며 기적처럼 또 살아남았다. 그러나 언제까지 ‘생존’에만 만족할 수는 없는 법, 핵심 선수들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허용준, 양준아 등 알짜배기 영입을 이어가며 올해는 피 말리는 시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밝힌 김진야도 다부진 각오로 2019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 ‘최장기간 꼴찌’ 살아남았지만 달갑지 않은 생존왕 타이틀

매 시즌 기적처럼 잔류에 성공한 인천은 ‘생존왕’이라 불린다. 이제는 하나의 팀 컬러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2016시즌에는 잔류 확정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팬들이 그라운드 위로 내려와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됐고, 지난 시즌에는 반대로 선수들이 관중석으로 들어가 팬들과 특별한 추억을 남기기도 했다. 그렇다면 선수에게 ‘생존왕’ 타이틀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김진야는 “좋지 않다”라고 잘라 말했다.

- 지난 시즌 인천은 유독 힘든 한해를 보냈다. 가장 오래 꼴찌에 머문 시즌이기도 하다.

매 시즌 하위권에 머물긴 했지만 지난 시즌처럼 계속 꼴찌에 머문 적은 없었어요. 많이 힘들었죠. 솔직히 분위기가 다운된 상태로 훈련을 한 적도 많았거든요. 그래도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았고, 덕분에 마지막에 4연승을 기록할 수 있었어요. 좋다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행히 잔류하며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인천은 매년 잔류에 성공하면서 ‘생존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생존왕’이라 불리는 것이 선수 입장에서 어떻게 느껴지는가?

솔직히 생존왕이란 별명이 달갑지는 않아요. 초반에는 부진하다가 위기가 찾아와야 잘한다는 이야기잖아요. 어쩌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저희는 항상 하위권에 있는 팀이 되니까. ‘마지막에 잘하겠지’하는 생각으로 안주하지 말고 초반부터 그렇게 하면 더 좋은 순위로 갈 수 있을 텐데...그래도 감독님과 선수들 모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새 시즌에는 초반부터 높은 순위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잘 자랐다’ 광성중에서 대건고까지, 인천 유스의 산물

광성중(인천 U-15), 대건고(인천 U-18)를 거치며 인천 유스 과정을 차례로 밟아온 김진야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자랑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 대건고를 졸업한 뒤 대학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프로로 직행했고, 두 시즌 연속 출전기회를 꾸준히 늘려가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 김진야를 향한 인천 팬들의 애정은 굉장하다.

- 인천 팬들이 김진야 선수를 굉장히 아끼는 것 같은데, 팬들의 남다른 애정을 실제로 체감하고 있는가?

인천 유스팀인 대건고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프로에 합류했고, 그런 부분에서 팬들이 더 아껴주시는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죠. 그래도 팬 분들은 냉정하시잖아요.(웃음) 제가 그라운드 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계속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저에게 해주신 것들에 비해 제가 많이 보답하지 못한 것 같은데, 인천을 위해 해야 할 것들이 아직 많죠.

- K리그 최종 라운드에서는 관중석에서 직접 콜 리더 역할을 하기도 하고, 팬의 집으로 직접 경품 배달도 가는 등 팬들과 스킨십도 많았는데?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팬들과 함께 관중석에서 응원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가까이에서 함께해보니 팬들의 응원 소리가 그라운드에서 들을 때보다 훨씬 크더라고요. ‘이렇게 열정적인 팬 분들이 계셔서 우리가 더 힘을 낼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어요.

- 대건고 시절에는 ‘인천 레전드’라 불리는 임중용 코치의 지도를 받기도 했다.

팬 분들이 임중용 선생님을 아직도 잊지 않고 항상 레전드로 생각해주시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항상 인천이 1순위죠.

#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던 2018년, 더 큰 꿈을 꾸는 2019년

팬들의 아낌없는 응원에 힘입어 이뤄낸 극적인 잔류, 여기에 아시안게임에서 목에 건 금메달까지, 김진야는 지난해 잊지 못할 한해를 보냈다. 그러나 개인적인 목표를 돌아보면 아쉬움이 적잖은 눈치다. 25경기에 출전해 1골 1도움을 기록한 김진야, ‘팀 내 최다 도움’이란 개인 목표에 한참 못 미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가 꿈꾸는 2019년은 어떤 모습일까?

- K리그 잔류와 아시안게임 우승 등 지난해 팀으로서의 목표는 모두 이뤄진 것 같다. 반대로 개인적인 목표는 모두 이뤘는가?

아니요.(웃음) 작년에는 팀 내 최다 도움을 기록하자는 목표를 세웠는데, 도움을 한 개밖에 기록하지 못했거든요. 인천에서 팬들에게 보여드린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에요. 올해는 더 잘 준비해서 지난해의 아쉬움을 만회하고 싶어요.

- 그렇다면 올해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팀 내 최다 도움에 재도전하고 싶어요. 프로 데뷔 후 1년차, 2년차에 걸쳐서 출전 기회를 조금씩 늘려왔는데, 만약 풀백으로 뛰게 된다면 30경기 이상 출전하고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좋은 활약을 보여드려서 영 플레이어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고, 영 플레이어상도 받아보고 싶네요.(웃음) 열심히 해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면서 군 면제 혜택도 받게 됐다. 아시안게임 우승 멤버들에게 해외 진출을 기대하는 시선도 적잖은데?

유럽 진출은 모든 축구선수들의 꿈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군 면제를 받고 좋은 조건이 마련되긴 했지만, 아직은 더 다듬은 뒤에 도전하고 싶어요. K리그에서도 아직 확실하게 보여드리지 못했잖아요. K리그에서 인정받는 것이 우선이고, 그러고 나서 유럽 무대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인터뷰를 통해 엿본 김진야가 그리는 미래는 그라운드 위에서의 성실한 모습 그대로였다. 부푼 꿈에 이끌려 서두르지 않고, 제 위치에서부터 한 계단씩 차근차근 밟아가겠단 생각이다. 이제 막 20대를 넘어선 김진야는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2019년도 부지런히 달릴 준비를 마쳤다.

“많은 사람들이 인천을 항상 하위권에 있는 팀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팬 분들도 어깨를 피지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너무 속상하죠. 작년 이맘때에도 이렇게 말한 것 같지만, 올해는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좋은 성적을 내서 팬 분들이 어깨를 펴고, 인천이란 팀을 자랑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사진= 윤경식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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