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인천] 유지선 기자= ‘체력왕, 강철 체력, 산소통, 철인’

2018 아시안게임을 통해 김진야(21, 인천 유나이티드)가 얻은 별명들을 나열한 것이다. 아시안게임 전 경기에 선발로 나선 김진야는 총 700분 가까이를 소화하며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비록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진 못했어도 ‘우승’이란 대업을 달성한 김학범호의 숨은 공신이었다.

177cm 63kg의 왜소한 체격. 이런 김진야를 지켜보던 팬들은 ‘한 경기쯤은 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안쓰러워했고, 어디서 이런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지 궁금해 하기도 했다. 당시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던 최용수 감독은 “제 사비로 링겔을 놔주고 싶을 정도”라고 했다.

꿀맛 같은 휴가를 만끽하고 2019시즌을 대비한 훈련에 돌입한 지난 11일, 김진야를 직접 만나 꿈만 같았던 2018년과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들어봤다.

# 긴장감 풀려 독감까지...온힘을 쏟아 부은 2018년

최근 근황을 묻는 질문에 ‘독감’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김진야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매번 시즌을 마친 뒤 몸이 아프더라고요. 지난 시즌을 마친 뒤에는 독감이 걸려 10일 정도 고생을 했어요.” 지난 시즌 김진야의 경기들을 곱씹어보니 ‘그럴 만도 하다’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 2018년 힘을 너무 쏟은 것 아닌가? 누구보다 바쁜 한해를 보냈었는데 김진야의 2018년은 어땠는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아시안게임이란 무대에 나갈 수 있었고, 정신없는 한해였지만 저에겐 인생에 있어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한해였던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좋은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선수 생활을 통틀어 최고의 한해를 보냈습니다.

- 지난 2017년 U-20 월드컵에 발탁되지 못한 뒤 치른 아시안게임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가?

솔직히 U-20 월드컵 때는 발탁을 내심 기대했었어요. 연령대가 한 살 바로 위였으니까. 그래서 최종 명단에 떨어지고 나서 충격을 받았었고 더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아시안게임이란 무대에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왔죠.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었어요. 실제로 최종 명단에 발탁되니 좋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한국을 대표해서 나가는 무대이기 때문에 책임감과 부담감이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 3일 간격으로 굉장히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었다.

그렇게 많은 경기를 연달아 치른 것은 처음이었어요. 매 경기가 패하면 끝인 상황이다 보니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더라고요. 형들과 친구들도 분명 다 힘들 테니까, 힘든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죠. 정신력으로 버텨낸 것 같아요. 인생에 한 번밖에 오지 않는 기회잖아요. 그래서 정신력으로 버텼고, 팀 동료들과도 뭉치면서 이겨낼 수 있던 것 같아요.

- 최용수 감독의 ‘닝겔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

지난달 홍명보 자선축구 경기에서 최용수 감독님을 뵀었는데, 그런 이야기는 따로 없으셨고, ‘고생 많았다. 진짜 수고했다’고 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 고생 끝에 목에 건 금메달, 그리고 손흥민과의 동고동락

전체적으로 돌아봐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패하며 조별리그에서부터 삐끗했고, 토너먼트에서는 이란,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까다로운 상대들을 차례로 만났다. 결승에서는 ‘숙적’ 일본과 120분 혈투 끝에 이승우, 황희찬의 연속골에 힘입어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 매 경기, 매 순간이 기억에 남겠지만, 어떤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가?

말레이시아전 패배 후와 한일전 승리 후 우승을 확정지을 때, 두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말레이시아전은 선수들에게도 너무 충격적인 결과였고 많이 당황스러웠거든요. 경기를 마친 뒤에도 패닉 상태였죠.

그때 당시에는 정말 막막했었는데, 와일드 카드(손흥민, 황의조, 조현우) 형들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준비하자’고 다잡아주셨어요. 말레이시아전 덕분에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일본과의 결승전 때는 연장전에 들어가기 전 감독님께서 이제는 진짜 마지막이라고 소리 치셨는데, 그러다보니 저희도 더 힘이 났고 ‘진짜 중요한 순간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장 좋았던 순간이죠.

- 사실 대회를 앞두고 손흥민 선수의 ‘군 면제’에 포커스가 많이 맞춰졌었다. 동료 선수로서 내심 서운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는가?

그런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웃음) 한국 최고의 선수니까요.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오히려 동기부여가 더 되더라고요. 저희도 (손)흥민이 형을 닮아가기 위해 더 노력했던 것 같아요.

- 손흥민 선수와 옆에서 동고동락하면서 배운 점도 많았을 것 같다.

축구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몸 관리, 식습관, 개인 운동 등 그 외 생활에서도 배울 점이 정말 많더라고요. 경기 다음날 회복 훈련을 개인적으로 진행했었거든요. 저희는 천천히 런닝하는데 (손)흥민이 형은 약간 빠르게 뛰시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보니 좀 더 빨리 뛰는 게 오히려 회복에 좋다고 말해주셔서 그런 사소한 것들도 배울 수 있었어요.

* 김진야 인터뷰는 ‘3편’까지 이어진다. 1월 14일 오후, ‘2편’에서는 풀백과 윙어를 오간 김진야의 포지션에 대한 고민을 다룬다.  

사진= 윤경식 기자,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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