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유지선 기자= "어떤 ‘탄’도 아시아의 호랑이를 쓰러트릴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가 키르기스스탄과의 2019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에 이 같은 슬로건을 내걸었다. 승리를 챙겼지만 고전했던 필리핀전과 달리, 키르기스스탄전에서는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경기를 펼치고, 자존심을 지키겠단 각오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12일 새벽 1시(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에 위치한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 얻을 것 많은 2차전...단, 승리가 필수조건

역사적인 첫 맞대결이다. 키르기스스탄은 FIFA 랭킹 91위로, 아시안컵 본선 무대를 처음 밟는 팀이다. 그러나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중국과의 1차전에서 1-2로 쓰라린 역전패를 당하긴 했지만, 오히려 중국보다 날카로운 공격을 펼쳤고 전반전에는 먼저 포문을 열기도 했다.

후반전 마티아시 골키퍼가 마치 배구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황당한 자책골을 기록하며 중국에 흐름을 빼앗겼고, 이후 뒷심 부족으로 무너졌지만 키르기스스탄의 첫 등장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한국도 방심해선 안 되는 이유다.

벤투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키르기스스탄전을 마지막으로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짓고 싶다”며 바람을 내비쳤다. 키르기스스탄을 꺾고 16강을 일찌감치 확정짓겠단 구상이다. 한국은 2차전 승리로 얻을 것이 많다.

키르기스스탄을 꺾고 16강 티켓을 확보한다면, 중국과의 3차전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토너먼트를 앞두고 한숨 고르며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2차전 승리가 그래서 중요하다.

# 텐백 경계령,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어라!

그러나 2차전 승리를 위해선 ‘밀집수비’ 파훼법이 절실하다. 한국은 1차전서 필리핀에 꽤나 고전했다. 상대는 파이브백을 세우고, 원톱을 제외한 전원이 수비에 가담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상대의 골문을 향해 여러 차례를 창을 들이밀었지만, 밀집 수비를 뚫기란 쉽지 않았다. 황의조의 한 골로 만족하기엔 분명 아쉬운 경기였다.

벤투 감독도 필리핀전을 통해 느낀 것이 많았을 터. 실제로 벤투 감독은 “기본 컨셉은 유지한다”면서도 “상대가 수비 시 전방 압박을 할지, 아니면 일본전처럼 내려설지 지켜봐야한다. 두 가지 상황을 모두 고려했다”며 각각의 상황별로 철저한 대비를 했다고 밝혔다.

급선무 과제는 1차전에서 무뎠던 측면 공격이다. 한국은 1차전에서 총 25번의 크로스를 올렸지만, 성공률은 20%에 불과했다. 좌우 풀백으로 나선 김진수와 이용이 상대적으로 부진했고, 평소와 다르게 위협적인 크로스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측면에서 뚫어줘야 박스 근처에 밀집한 수비수들을 분산시킬 수 있다. 측면 자원들의 책임이 막중한 이유다. 이를 보여주듯 이용이 키르기스스탄전 전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용은 “1차전에서 크로스와 패스 등 마무리가 더 세밀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보완해서 2차전에 나설 것“이라며 이를 악물었다.

# 기성용, 이재성...새로운 과제, 부상자 공백 메우기

여기에 새로운 과제가 얹어졌다. 부상자들의 공백 메우기다. 벤투호는 중원의 핵심 기성용이 필리핀전에서 오른쪽 햄스트링에 경미한 부상을 당해 일주일간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내려졌고, 이재성도 필리핀전에서 발가락 부상을 당해 키르기스스탄전 결장이 확정됐다.

기성용이 일주일간 이탈하게 되면서 새로운 중원 조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성용과 합을 맞췄던 정우영을 비롯해 필리핀전에서 후반전 교체 투입돼 기회를 얻은 황인범과 주세종이 선택지에 포함돼있다.

그동안을 고려했을 때 경쟁에서 앞서있는 건 황인범이다. 정우영이 기성용 대신 중심을 잡고, 황인범이 좀 더 앞에 서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황인범은 벤투 감독 체제에서 첫 태극마크를 단 뒤 신임을 받으며, 꾸준히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이재성의 빈자리는 이청용 혹은 이승우가 메울 것으로 보인다. 이청용은 1차전서 후반에 교체 투입된 이후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며 경기 흐름을 바꾸는 데 일조한 바 있다. 이청용이 측면에 서냐 중앙에 서냐에 따라 이승우의 출전 여부도 가려질 수 있다. 2선 조합은 그야말로 예측 불가다. 

첫 경기부터 ‘우승 후보’들이 고전하며 쉽지 않은 여정을 예고한 2019 아시안컵, 벤투 감독이 1차전을 힌트 삼아 ‘밀집 수비’를 깨부술 답을 찾았을까? 한국이 키르기스스탄전에서 16강 조기 확정을 향해 ‘탄’ 장전을 마쳤다.

사진= 윤경식 기자, 대한축구협회,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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