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신명기 기자= 역시 약팀과의 경기에서 중요했던 것은 선제골이었다. 빠른 선제골을 기록하지 못한 벤투호는 기다렸던 골이 나온 67분 전까지 정신적인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이후 경기력은 조금이나마 개선됐던 만큼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이른 선제골의 중요성을 더욱 체감했을 벤투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피파랭킹 53위)은 7일 밤 10시 30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위치한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UAE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1차전 필리핀(116위)전서 1-0으로 승리했다.

우승전력으로 꼽히며 압승을 기대했던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경기는 불안하게 출발했다. 점유율이 무려 80%가 넘을 정도로 공을 많이 소유하긴 했지만 실질적인 장면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한국은 측면 공간을 넓게 차지해 상대 수비 간격을 벌린 뒤 그 사이 공간을 노리겠다는 강팀의 정석대로 경기를 풀어가려 했다. 이용과 김진수가 상대 진영 깊숙한 곳에서 자주 발견됐던 이유다.

반면 필리핀은 수비를 두텁게 하면서 파티뇨와 레이첼트의 비대칭 투톱을 활용한 빠른 역습으로 나섰다.

정리해 보면 벤투호는 의도한 대로 경기를 풀지 못했고 필리핀은 생각 이상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기본적으로 1대1 싸움에서 한국이 밀리면서 밀집수비를 벗겨내지 못했고 필리핀은 화려한 드리블로 기회를 창출해 냈다. 한국은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전혀 하지 못했다.

경기 양상이 더욱 알 수 없게 된 이유는 양팀의 심리적인 차이에서 기인했다. 기본적으로 비겨도 대성공인 필리핀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여유로워졌고 한국은 마음이 급해졌다. 월드컵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했던 선수들마저 황당한 실수를 반복하는 등 경험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마음이 급해 패스미스를 남발하면서 상대에게 자신감을 더욱 심어줬다.

경기 결과가 이변 쪽으로 흘러가던 그때. 교체 투입된 이청용을 기점으로 황희찬, 황의조가 번뜩이며 경기를 뒤바꿔놓았다. 경기를 거의 잡아간다고 생각했던 필리핀의 스벤-요란 에릭손 감독도 아쉬움에 허탈한 미소를 짓고 말았다.

선제골 이후 경기 양상은 눈에 띄게 바뀌었다. 부담을 상당 부분 덜은 듯 선수들의 압박 강도와 패싱 플레이가 개선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축구에서 골만큼 선수들을 신나게 하는 것이 없다는 격언을 다시 되새길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이날 필리핀에 예방주사를 거하게 맞은 벤투호가 향후 일정에서 머릿속에 반드시 각인시켜야 할 부분이다. 

사진= 게티이미지,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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