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대구] 유지선 기자= 대구 FC가 울산 현대를 제압하고 사상 첫 FA컵 정상에 오르며 올 시즌의 대미를 장식했다. 2018년은 대구의 ‘데 헤아’ 조현우에게도 절대 잊지 못할 한해다.

대구는 지난 8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울산과의 2018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대구는 1, 2차전 합계에서 5-1로 앞서면서 당당히 FA컵 우승을 차지했고,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거머쥐었다.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조현우는 “(1차전에서 패한) 울산이 더 공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고, 역습을 노릴 생각이었기 때문에 한 골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버티면서 비기는 그림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한 골을 넣고도 계속해서 골을 넣자는 생각으로 준비했는데 딱 맞아떨어졌다”며 흡족해했다.

실제로 대구는 1차전 승리로 유리한 고지에 오른 상태였지만 2차전에서도 날카로운 공격으로 울산에 맞불을 놓았다. 전체적인 주도권은 울산이 가져갔지만, 대구의 공격이 오히려 더 위협적일 정도였다. 후반 13분 김대원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세징야, 에드가까지 득점포를 가동하며 골 잔치를 벌인 것이다. ‘버티기’에 돌입하지 않을까하는 예상을 뒤엎는 90분이었다.

1차전과 동일한 라인업으로 2차전에 나선 대구는 마지막까지 온힘을 쏟아 부었고,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몇몇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 그대로 쓰러졌다. 조현우도 그중 한명이었다. 경기 종료 휘슬과 동시에 그라운드에 대자로 누운 조현우는 하늘을 쳐다보며 그렇게 한참을 누워있었다.

“잘 쉬지도 못했고, 굉장히 힘들었다. 경기를 계속 치르면서 한해를 보냈는데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다리가 풀리더라”고 설명한 조현우는 “누워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좀 쉬고 싶다’였다”고 당시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조현우는 2018년 누구보다 바쁜 한해를 보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신들린 선방을 펼치며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고, 2018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키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기에 대구의 K리그1 잔류와 FA컵 우승이란 쾌거도 달성한 것이다.

조현우는 2018년을 되돌아보며 “올해는 굉장히 의미 있는 한해가 됐다. 은퇴할 때까지 평생 잊지 못할 한해가 될 것 같다”며 ‘골키퍼’ 조현우의 2018년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2018년의 마지막 경기가 된 FA컵 결승 2차전도 조현우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정들었던 대구 스타디움에 작별을 고하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대구는 2002년 창단 이후 줄곧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대구 스타디움을 떠나, 다음 시즌부터 축구전용경기장으로 지어진 새 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안방에서 확정지은 FA컵 우승이 더 의미 있는 이유다.

이날 대구는 우승 세리머니를 마친 뒤 선수들과 팬들이 그라운드 위에 한데 모여 대구 스타디움에서의 마지막을 기념했다. 지난 2013년 프로 데뷔 후 대구에만 몸담았던 조현우, 대구 스타디움을 떠나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허했다”던 조현우는 “대구 스타디움은 내가 데뷔전을 치르고 지금껏 뛰어온 곳이다. 정이 굉장히 많이 든 곳이라 아쉽기도 하더라. 그러나 대구는 지금 역사를 쓰고 있다. 새로운 구장에서 경기를 하는데 선수들도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며 아쉬움 반 기대 반의 심정을 밝혔다.

내년에도 새로운 구장에서 조현우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조현우는 “최근 유럽 진출에 대한 말이 많았고, 팬들도 기대를 많이 했었다. 나 또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하면서 “만약 좋은 기회가 온다면 도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조광래 사장님과 차후에 이야기가 오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기회가 온다면 기꺼이 도전할 생각이라고 분명히 했다.

“쉬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한 만큼 숨고를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제 조현우는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해 아시안 컵 담금질을 위한 국내 전지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숨고를 틈 없이 달려왔지만, 다시 뛰어야 하는 조현우다.

“대표팀 소집이 바로 있다. 많이 쉬지는 못하지만, 항상 100% 그 이상을 준비할 것이다. 그래도 FA컵 우승을 한 덕분에 기분 좋게 쉴 수 있을 것 같다. 김승규, 김진현와 경쟁해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겠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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