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인천] 유지선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가 K리그1 최종전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꺾고, 그토록 바라던 ‘안데르센 표’ 잔류 동화를 완성했다. 그러나 마냥 기뻐야할 잔칫날, 인천 팬들은 마음껏 웃지 못했다.

인천은 1일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38 라운드 최종전에서 3-1로 승리했다. 4연승을 기록한 인천은 승점 42점을 기록하며 9위로 시즌을 마무리했고, 자력으로 잔류를 확정지었다.

올 시즌 내내 생존을 걱정하며 가슴 졸였던 팬들로선 그간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잔류 확정을 기뻐하는 걸개들 사이로 ‘싸늘한 걸개’ 하나가 내걸렸다. 강인덕 대표이사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내용의 문구가 적힌 걸개가 눈에 띈 것이다.

강인덕 대표이사를 향한 인천 서포터스의 불만은 이전부터 터져 나왔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강인덕 대표이사의 선수 선발 명단 개입과 외부 인물의 선수단 구성 개입 등이 논란이 됐고, 인천 서포터스는 강인덕 대표이사가 말 바꾸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12월에는 인천 서포터스 현장팀 ‘파랑검정’이 대표이사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단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이사진 교체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지난 9월 말 이사회를 통해 현 이사진의 일괄 사임과 비상대책위원회 가동을 의결한 것이다.

인천 구단 소식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당시 총 9명의 이사진 중 3명이 바로 사임계를 제출했고, 강인덕 대표이사와 단장, 상임이사를 비롯한 나머지 이사들은 주주총회 이후로 사임계 제출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7일 예정돼있던 임시 주주총회는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소액주주가 이사진 교체 안건에 대해 ‘축구인 출신이 아니다, 낙하산 인사다, 강등권 싸움 중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며 의사 진행을 방해했고, 강인덕 대표이사가 이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주주 총회를 개최하지 않고 곧바로 폐회를 선언한 것이다.

인천 구단 소식에 능통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현 경영진이 구단 경영권을 지키려고 하는 꼼수”라고 지적하면서 “현재 이사회는 현 경영진에게 호의적인 인물들로 과반수 이상이 구성돼있다. 결국 현 경영진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자신들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결국 참다못한 인천 서포터들이 걸개를 내걸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인천 서포터스는 구단 운영이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불만과 동시에, 현 경영진의 행보가 향후 시의 구단 지원규모 축소 등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최종전에서 극적인 잔류를 확정지으며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 파란 물결로 들썩이던 날. 기뻐해야 할 팬들은 흥을 깰 수도 있는 리스크를 무릅쓰고 대표이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걸개’를 내걸었고, 욘 안데르센 감독은 “짧은 기간 팀을 이끌면서 인천의 모든 구성원이 서로 좀 더 존중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싸워갔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믿고 하나가 돼야 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인천 서포터스는 경영진 교체가 미뤄질수록 더욱 강경하게 경영진 퇴진 운동을 진행하겠단 입장이다. 시즌 내내 이어져온 갈등의 골, 안데르센 감독이 강조한 것처럼 ‘모든 구성원이 하나’가 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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