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포천] 정지훈 기자= 흔히 축구를 전쟁으로 표현한다. 감독의 전술과 전력, 선수들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까지. 많은 것이 전쟁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여대생들의 아마추어 축구 대회인 ‘2018 K리그 퀸컵’도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폭설이 내렸지만 여대생들의 축구 열정까지 막을 수는 없었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그리고 그라운드 밖에서는 영락없는 여대생들이었고, K리그 퀸컵을 축제로 만들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권오갑)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한 ‘2018 K리그 퀸(K-Win)컵’이 FC 천마(한국체대)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2018 K리그 퀸 컵’은 순수 아마추어 여자 대학 축구동아리들이 참가하는 대회로 올해 9회째를 맞았다. 올해에는 총 16개 팀이 참가해 24일과 25일 이틀간 경기도 포천의 포천축구공원에서 대회를 치렀다.

영광의 우승 팀은 FC 천마(한국체대)였다. 대회 내내 안정적인 경기력과 실력을 보여준 한국체대가 ‘체대’의 자존심을 지켜내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준우승은 SNUW FC(서울대)가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끈끈한 조직력과 영리한 축구를 보여준 서울대가 대다수의 예상을 깨고 결승까지 진출해 준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물을 만들었다.

# K리그 퀸컵이 여대생들의 ‘챔피언스리그’라 불리는 이유

K리그 퀸컵은 여대생들의 챔피언스리가 불린다.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한국 프로 축구 최상위 리그인 K리그가 주최하기 때문에 상금, 대회 위상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대회로 통한다. 무엇보다 여자 대학 클럽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인 만큼 지난 1년간의 여자 대학 클럽 축구 대회들의 결과를 포인트로 산정해 총 16개 팀을 초청했다. 그만큼 수준인 높은 대회이고, 1년을 마무리하는 대회라는 의미도 있다.

대회 규모나 지원도 여대생들의 챔피언스리그라 불리기에 충분했다. 기존 대회는 참가비가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번 K리그 퀸컵은 프로축구연맹이 주최하면서 참가비를 전혀 받지 않았고, 이동, 숙소, 식사 등 1박 2일간 대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주최 측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이런 이유로 진정한 여대생들의 챔피언스리그를 만들 수 있었다.

여대생들의 마음가짐도 유럽 챔피언스리그 못지않았다.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한 한체대의 공격수 최은비 선수는 “K리그 퀸컵은 일 년 중 가장 큰 대회고, 일 년을 마무리하는 대회다. 이런 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마무리를 값지게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정말 좋다”며 대회의 의미를 설명했고, 대회 준우승 팀인 서울대의 배혜지 선수도 “많은 여자 팀들이 참가하는 제일 큰 대회다. 정말 중요한 대회라고 생각하고, 많은 지원이 있는 대회라 우승을 하고 싶은 마음일 간절했다”며 왜 K리그 퀸컵이 중요한지를 설명했다.

부산에서 오직 K리그 퀸컵을 바라보고 포천까지 온 PNU 레이디스(부산대)의 김영조 감독도 대회의 중요성을 말하며 “우선 본선 진출이 첫 번째 목표다. 우린 한 해 동안 이 대회만 바라보고 있다. 멤버도 좋고, 어느 때보다 연습도 열심히 했다. 워낙 큰 대회이기 때문에 본선에 진출해 주목을 받고 학교 측에 우리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 치열한 몸싸움까지...축구는 전쟁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축구 전쟁과도 같았다. 그만큼 치열했고, 몸을 사라지 않는 플레이가 나왔다. 때로는 거친 충돌까지 있어 이 대회가 아마추어 여자 축구 대회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특히 ‘라이벌 의식’이 강한 팀들과의 맞대결은 더 치열했다.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경기는 역시 W-Kicks(연세대)와 FC 엘리제(고려대)의 맞대결이었다. 조별리그부터 맞대결이 성사된 두 팀은 경기 시작부터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며 필승을 다짐했고, 전쟁을 예고했다.

연세대의 주장 송현희 선수는 “지난 대회 우승의 흐름을 이어가고 싶다. 같은 조에 고려대가 있다. 10월 대회에서 패배했는데 설욕하고 싶다"며 선전 포고를 했고, 고려대의 주장 구현정 선수는 "연세대에 승리해 2연승을 할 것이다. 우리는 항상 준비가 돼있다. 작년 고려대가 아니다. 올해 연습한 것이 잘 나오고 있다. 기대를 많이 하고 있고, 올해 우승을 노리고 있다"며 응수했다.

경기는 매우 치열했다. 때로는 거친 몸싸움까지 나왔다. 특히 두 팀의 선수들은 한 겨울의 날씨에도 슬라이딩 태클을 마다하지 않았고, 상대의 돌파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몸싸움까지 벌였다. 결과적으로 승자는 연세대였고, 후반에 18학번 새내기 한지원 선수의 결승골이 나오면서 복수에 성공했다.

결승골의 주인공 한지원 선수는 "지난 10월에 아마추어 연고전에서 0-2로 패배했다. 그래서 욕심을 냈고, 정말 연습을 열심히 했다. 이를 갈고 연습을 했는데 값진 한골로 승리해 기쁘다. 아무래도 학교 간의 라이벌 의식이 있기 때문에 꼭 이기고 싶은 것이 있다. 정말 특별한 승리다"며 밝게 웃었다.

그러나 결과물은 고려대가 챙겼다. 연세대는 고려대를 꺾으며 웃었지만 3차전에서 승리하지 못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고, 고려대는 남은 3차전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8강을 넘어 이번 대회 3위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연세대가 라이벌 매치에서 승리했지만 고려대는 실리를 얻은 것과 마찬가지다.

토너먼트로 갈수록 ‘축구는 전쟁이다’라는 말이 더 실감됐다. 그만큼 선수들의 경기력은 더 수준이 높았고, 감독들의 수 싸움은 치열했으며 선수들의 투지도 넘쳤다. 특히 고려대와 한국체대의 4강전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두 팀 모두 비슷한 실력이었기 때문에 거친 압박을 통해 상대를 봉쇄하는데 집중했고, 때로는 거친 파울까지 나왔다. 결국 후반에는 신경전까지 나오며 선수 한 명씩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모두가 친구였다. 인하대와 서울대의 4강전에서도 작은 충돌이 있었지만 이들은 경기가 끝난 뒤 서로 “미안하다”며 사과하며 화해했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금세 친구가 됐다. 고려대와 한국체대도 대회가 끝난 후 웃으며 함께 했고, 세리머니를 모두가 즐겼다.

# 여대생들에게 K리그 퀸컵은 ‘축제’다

조별리그가 끝난 후 여대생들의 축제가 열렸다. 24일 아침부터 폭설이 내리고, 날씨는 추웠기 때문에 포천 베어스타운 리조트에 모인 여대생들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지만 서로 장난을 치며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모두가 함께 했다. 비록 8강에서 떨어진 8개 팀들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8강에 진출한 8개 팀의 선수들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화합의 장을 만들었고, 다른 학교 선수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계기가 됐다.

특별한 이벤트가 열렸다. 소셜 네트워킹 파티였다. 이번 대회를 주관한 인스파이어드아시안매니지먼트는 여대생들에게 축제의 장을 만들어주려 고심했고, 모두 한 자리에 모인 이날 저녁 DJ 파티를 진행하며 흥겨운 무대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축구화를 벗은 여대생들은 이내 경쾌한 음악이 나오자 화려한 댄스를 선보였고, 풋풋한 대학생의 모습을 보여줬다.

흥겨운 파티가 끝난 후에는 방송인 곽정은 작가의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주제는 20대의 연애. 축구와는 상관이 없는 주제였지만 여대생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됐고, 선수들은 20대 여대생들로 돌아와 자신의 고민을 과감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조금 수위가 센 질문과 대답도 있었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마무리됐고, 이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를 제작한 매쓰씨앤지 이희곤 대표와 축구평론가 장원재 교수가 참석하여 '20대의 꿈'이라는 주제로 대학생들의 진로 문제에 관한 강연을 열었다.

의미가 있는 이벤트였다. 그동안 여자 축구 대회는 각 팀이 참가비를 걷어 다른 숙소를 사용했기 때문에 한 곳에 모이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포천의 한 리조트에서 대회에 참가하는 전원이 같이 숙박하기 때문에 다양한 행사들을 함께 할 수 있게 됐고, 진정한 축제를 완성했다. 두 시간이 넘는 이벤트가 끝나자 선수들은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하며 축제에 마침표를 찍었다.

여대생들에게 K리그 퀸컵은 축제였다. 하나 같이 입을 모았다. 성균관대 주장 김민지 선수는 “K리그라는 이름이 붙은 대회고, 지원부터가 다른 대회와는 다르다. 편하게 올 수 있었기 때문에 대회를 즐기고 싶었다. 저희에 대한 기사도 나왔는데 신기했고, 여자 대학 축구가 알려지는 것 같아서 감사했다. 정말 재미있게 대회를 치렀다”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대회 MVP를 받은 한국체대의 이은서 선수도 “K리그 대회가 다른 곳에서 하다 올해는 포천에서 했다. 숙소도 정말 좋았고, 교통도 편했다. 다양한 이벤트가 있어서 정말로 행복했고, 감사했다. 내년에도 좋은 대회가 열렸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이번 대회에는 다양한 외국인 선수도 눈에 띄었고, 미국에서 교환 학생으로 한국에 와 대회에 참가한 선수도 있었다. ‘서울대의 지단’이라 불리면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서울대 배혜지 선수는 “미국에서 교환 학생으로 서울대에 왔다. 서울대라는 팀이 너무 좋아서 대회에 참가했다. 많은 여자 팀들이 참가하는 제일 큰 대회다. 정말 중요한 대회라고 생각하고, 많은 지원이 있는 대회라 우승을 하고 싶다. 축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대회다”며 K리그 퀸컵에 대해 만족감을 표현했다.

이번 대회 득점왕을 받은 김현선 선수 역시 K리그 퀸컵을 축제라고 표현하며 “축제를 즐기러왔다. 지원도 많이 받고, 큰 대회에 뛸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신입생 때는 이런 대회가 없었다. 규모도 커지고, 뛸 수 있는 대회가 많아서 좋다. 축구는 여대생들의 화합장이다.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리그 퀸컵을 1박 2일의 축구 여행이라고 표현하는 여대생들도 있었다. 이 말대로 K리그 퀸컵은 축제였고, 9년째 진행되고 있는 이 대회를 통해 많은 여대생들이 축구를 즐기고 있었다.

# 2018 K리그 퀸컵 결과

우승: FC 천마(한국체대)

준우승: SNUW FC(서울대)

3위: FC 엘리제(고려대), INHA WICS(인하대)

MVP: 한국체대 이은서

득점왕: 성균관대 김현선

퀸스타상: 한양대 한재윤

사진=윤경식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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