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유지선 기자= 호주를 상대로 아쉬운 무승부를 거뒀던 한국이 우즈베키스탄과 마주한다. 호주전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긴 가운데, 우즈벡을 상대로 다시 한 번 ‘팀 벤투’를 증명해보여야 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일 오후 7시(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에 위치한 퀸즈랜드 스포츠 육상센터(QSAC)에서 평가전을 갖는다. 올해 치르는 마지막 평가전이다.

한국은 지난 17일 호주와 평가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실점하며 다잡은 승리를 놓쳤지만, 벤투 감독 부임 후 5경기 무패행진(2승 3무)을 이어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원정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물러서지 않았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 ‘플랜B’ 아닌 ‘팀 벤투’ 만들기는 현재진행형

그러나 만족스러운 경기는 아니었다. 1-0이었던 스코어가 경기 종료 직전 1-1로 바뀐 것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손흥민, 기성용, 정우영, 황희찬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진 상황에서도 ‘플랜 B’가 아닌 ‘팀 벤투’를 보여주리라 다짐했지만, ‘플랜A’와 ‘플랜B’의 전술 소화 능력에는 분명 차이가 있음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그동안 후방 빌드업을 누차 강조했다. 그러나 빌드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성용의 공백은 컸다. 벤투 감독의 철학과 스타일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특히 전반전에는 상대의 압박에 고전하면서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벤투 감독도 호주전을 마친 뒤 “기록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이 보였다. (달라진 선수 구성에도) 동일한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했지만 전반전에 잘 나오지 않았다”며 절반의 성공이었음을 인정했다.

그런 점에서 우즈벡전은 ‘내용’도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다. 올해의 마지막 평가전을 ‘벤투호 6경기 무패행진’이란 타이틀로 장식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선수 변화에 상관없이 ‘하나의 팀’이 되겠다고 강조한 벤투 감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호주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11월 2연전을 통해 다양한 선수들을 실험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우즈벡전에서도 폭넓은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호주전에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선수들이 대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팀 벤투’는 물론이며, ‘플랜B’로서도 만족스럽지 않았던 호주전, 씁쓸하게 발길을 돌렸던 벤투호가 우즈벡전에서는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조현우, 벤투 마음도 사로잡을까?

수문장 경쟁도 뜨겁다. 벤투호의 골키퍼 포지션은 무한경쟁 체제다. 지금까지 치른 5경기 중김승규가 세 차례 선발 기회를 잡았고, 김진현과 조현우는 각각 한 번의 기회를 부여받았다. 벤투 감독 전술의 핵심이 후방 빌드업인 만큼, 발 기술과 패싱력에서 앞선 김승규가 근소하게 우위를 점한 상태다.

그러나 조현우도 막강한 경쟁자다. 소속팀 대구 FC에서의 활약을 발판 삼아 태극마크를 단 조현우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신들린 선방으로 축구 팬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각국 외신들도 조현우를 주목했다. 패스 미스로 벤투 감독에게 100%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지만, 경쟁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즈벡전은 조현우가 골키퍼 장갑을 끼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즈벡은 조현우에게도 특별한 상대다. 아시안게임 8강 우즈벡전에서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고, 그 경기에서 한국은 3실점을 기록했다.

우즈벡전 수문장으로 낙점된 조현우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우즈벡은 나에게 특별한 상대”라면서 “벤투 감독님의 스타일이 이전과 다르지만, 적응을 잘하고 준비했다.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며 기회를 반드시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 ‘원샷 원킬’ 증명한 황의조, 뜨거워진 원톱 경쟁

원톱 경쟁은 황의조가 매서운 기세로 앞서나가고 있다. 황의조는 호주전에서 전반 21분 원샷 원킬 능력을 보여주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최근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하고 있었고, 이 경기를 통해 폼이 일시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보인 것이다.

벤투 감독도 “황의조는 좋은 선수다.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가 어떤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며 흡족해했다. 전반전 막바지에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지만, 심각한 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축구 팬들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석현준도 이를 악물고 있다. 석현준은 10월에 이어 11월에도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호주전에서는 황의조를 대신해 후반전에 교체 투입돼 45분을 소화했다.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석현준이 황의조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원톱 경쟁 체제에 불을 지필 수 있을까? 황의조와 석현준 모두 출격 준비를 마친 가운데, 벤투 감독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석현준이 득점포를 가동하고 황의조의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사진= 윤경식 기자,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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