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손흥민도 없고, 기성용도 없다. 한 마디로 ‘차포’를 모두 뗀 셈이다. 그러나 벤투호는 여전히 좋은 축구를 약속했고, 플랜B가 아닌 ‘팀 벤투’를 약속하며 과정과 결과를 모두 잡겠다고 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17일 오후 5시 50분(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의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호주와의 11월 A매치 평가전을 치른다. 호주와는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승전 이후 첫 맞대결로, 2019 아시안컵에 대비하는 모의고사의 성격이 강하다.

지난 9월, 10월과는 확 달라진 벤투호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지면서 선수단 변화의 폭이 컸다. 이미 손흥민이 아시안게임 차출 당시 대한축구협회와 토트넘이 맺은 합의에 따라 호주 원정 A매치에 부름을 받지 않았다. 기성용도 배려 차원에서 빠졌다. 대표팀의 ‘중심’이 빠진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정우영, 김문환, 황희찬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이재성도 아직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어서 명단에서 제외됐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앞두고 마지막 A매치라는 점에서 벤투 감독의 머리가 복잡하다. 지난 4경기에서 확실한 플랜A로 자리 잡은 ‘빌드업 축구’를 11월 A매치에서도 가다듬어야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졌기 때문이다.

# ‘빌드업 축구’ 스타일 강조한 벤투호, 핵심은 ‘캡틴’ 김영권

핵심 선수들이 대거 빠졌지만 벤투 감독은 스타일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벤투 감독은 호주 원정을 떠나기 전 “항상 해오던 대로 비슷한 스타일을 유지할 생각이다. 그전에 기회를 많이 부여받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그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면서 우리만의 플레이스타일을 만들어가겠다”며 스타일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는 확실했다. 골키퍼부터 시작하는 후방 빌드업을 통해 상대의 압박을 벗겨내는 동시에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통해 빠르게 전진하는 것이다. 여기에 좌우 측면에 빠른 공격수들을 배치해 상대의 뒤 공간을 파고들고, 유기적인 스위치 플레이를 통해 찬스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후방에서 안정적으로 볼을 공급하고,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패싱력이 좋은 센터백이 필요하다. 적임자는 있었다. 바로 김영권이다. 김영권은 어린 시절부터 발기술과 패싱력이 좋은 수비수로 유명했고, A대표팀에 올라서도 안정적인 패싱력과 수비 조율이 뛰어난 센터백으로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파트너인 장현수가 잦은 실수로 흔들렸지만 김영권은 흔들리지 않았고, 수비 조율, 패싱력, 맨 마킹 등 자신의 장점을 모두 발휘하며 한국의 수비 라인을 든든하게 지켰다. 여기에 독일과 최종전에서는 후반 막판 극적인 결승골까지 터뜨리며 대표팀의 확실한 센터백으로 자리 잡았다.

벤투 감독도 기대감이 높다. 장현수가 없는 상황에서 후방 빌드업을 담당할 센터백은 김영권과 권경원이 있는데 경험이나 모든 면에서 김영권이 주전 센터백이다. 이런 이유로 벤투 감독은 이번 11월 호주 원정에서 김영권에서 주장 완장을 맡였고, 김영권을 중심으로 수비 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 손흥민-기성용 빠진 벤투호, 호주전 ‘팀 벤투’ 가능할까?

벤투호의 척추가 모두 빠졌다. 공격에서 손흥민, 중원에서 기성용, 수비에서 장현수가 빠지면서 ‘플랜A'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호주전을 앞두고 벤투 감독은 “스타일에 변화는 없다”며 다시 한 번 강조했고, 이어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만 우리도 볼을 점유하며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를 보여주겠다. 스타일 유지하며 승리하겠다”며 승리를 약속했다.

벤투 감독이 원하는 것은 ‘팀 벤투’였다. 비록 손흥민, 기성용이라는 핵심 선수들이 빠졌지만 팀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충분히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에 벤투 감독은 ‘플랜B’라는 말보다는 새로운 선수들을 통해 ‘플랜A’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대해 벤투 감독은 “가끔 다양한 이유로 선수들이 팀에서 이탈하곤 한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많은 선수들을 관찰하는 기회로 삼겠다. 새롭게 합류하는 3명을 알아가려고 한다. 두 경기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최고의 결과를 내고 싶다”며 결과를 약속했다.

많은 선수들을 테스트할 전망이다. 이번 대표팀에는 권경원, 이유현, 김정민, 나상호 등 그동안 벤투 감독 체제에서 뛰지 못했던 선수들이 대거 선발됐다. 벤투 감독은 신입 선수들을 중심으로 젊고 역동적인 팀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돌아온 베테랑 선수들도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대표팀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던 이청용과 구자철이 모처럼 대표팀에 복귀했고,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특히 확 젊어진 대표팀의 중심을 두 선수가 잡아야 한다.

# 황의조vs석현준, 호주전서 ‘원톱’ 경쟁력 증명하라!

이번 대표팀에서 최전방 공격수는 단 2명이다. 그 주인공은 황의조와 석현준. 그동안 벤투 감독은 최전방에 공격수 한 명만 두는 전술을 사용했고, 황의조, 석현준, 지동원이 낙점을 받으며 최전방을 지켰다. 그러나 지동원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황의조와 석현준이 내년 아시안컵까지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2018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국민 공격수’에 등극한 황의조는 날카로운 침투, 정교한 슈팅, 라인 브레이킹 등이 뛰어난 공격수다. 아주 큰 체격은 아니지만 위치 선정이 좋고, 수비를 등지고 있는 상황에서고 과감한 슈팅을 시도하는 것이 장점이다. 과거에는 쉬운 찬스를 놓쳐 비판도 있었지만 아시안게임(7경기 9골)과 J리그(27경기 16골)에서 무서운 골 감각을 뽐내고 있다.

석현준은 전형적인 타깃형 공격수다. 압도적인 신체조건(190㎝, 83㎏)을 이용해 공중을 장악하고, 수비수와 몸싸움을 통해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장점이다. 빠른 공격 침투와 역습 상황에 약하다는 것인 단점이지만 기본적으로 발 기술과 속도도 가지고 있다. 파괴력 넘치는 슈팅력도 장점이다.

상황에 따라 두 공격수의 활용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호주의 수비수들이 신체조건이 좋다는 점에서 석현준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호주의 느린 수비를 공략하기 위해 황의조의 선발을 예상할 수도 있다.

# 김승규-조현우-김진현, 계속되는 GK 경쟁

이번 호주 원정에서도 골키퍼 경쟁은 계속된다. 어쩌면 아시안컵을 앞둔 마지막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고, 이번 호주 원정에서 낙점 받은 골키퍼가 내년 아시안컵에서 주전으로 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11월 A매치 명단에는 유독 변화가 많았는데 유일하게 변화가 없는 포지션이 바로 골키퍼 포지션이었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함께 했던 김승규, 김진현, 조현우가 계속해서 이름을 올리고 있고, 이번 11월 A매치도 세 명의 골키퍼가 골문을 책임진다.

벤투호의 확실한 주전 골키퍼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후방 빌드업을 강조하는 벤투 감독이기에 J리그에서 활약하며 패싱력을 갖춘 김승규가 주전 경쟁에서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선방쇼를 펼친 조현우도 언제든지 주전으로 올라설 수 있고, 4년 전 아시안컵에서 맹활약한 김진현의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조현우는 자신의 단점인 빌드업을 보완하고 있었다. 조현우는 “개인적으로 발 기술과 킥 훈련을 열심히 한다. 그러나 J리그에서 뛰는 김승규, 김진현 등 골키퍼들의 발기술이 워낙 좋다. 모든 것은 제가 감당해야 한다. 제가 더 연구해서 노력하겠다.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준비를 하겠다”며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 한국, 호주전 예상 라인업

한국(4-2-3-1): 김승규(GK) - 홍철, 김영권, 김민재, 이용 - 구자철, 황인범 - 이청용, 남태희, 문선민 - 황의조

사진=윤경식 기자


저작권자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