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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의 S-노트] '고질병' 골잡이, 패스트푸드 아닌 전통요리 필요

과거 한국축구는 공격수 걱정이 없었다. 1990년대 후반, 아니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황선홍(포항 스틸러스 감독), 최용수(FC서울 감독), 김도훈(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우성용(인천 광성중 감독) 등이 있었다. 이들은 당대 최고로 꼽혔다. 대표팀뿐 아니라 K리그에서도 넘치는 게 골잡이였다. 신예 이동국(현 전북 현대), 조재진(은퇴)까지 등장하며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옆나라 일본조차 차고 넘치는 한국을 보며 부러워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맥이 ‘뚝’ 끊겼다. 정확히 말하면 2006 독일 월드컵 때 최전방을 책임진 조재진 이후다. 대표팀에서 원톱, 정확히 말하면 키가 크면서 힘이 있고 골 냄새를 잘 맡는 골잡이가 사라졌다. 굵직한 대회를 예로 들면 2010 남아공 월드컵 이동국, 2014 브라질 월드컵 때는 김신욱(울산 현대)이 있었다. 그러나 남아공에서 이동국은 조커, 브라질에서 김신욱 역시 플랜B였다. 모든 게 박주영(FC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졌었다. 그 사이 열렸던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도 그랬다. 선봉에 서서 잘 해낸 건 칭찬받아야 한다. 물론 박주영의 기량이 뛰어난 측면도 있었지만, 지도자들이 큰 대회에서 다른 선수들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없었고 변화를 두려워한 건 아닐까. 지나친 박주영 의존도가 다른 선수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설 자리를 빼앗았는지 모른다.엄밀히 과거에도 그렇고 박주영은 한국형 골잡이는 아니다. 상대 수비와 맞서고, 힘과 제공원을 통해 기회를 창출하는 것과 거리가 먼 다른 유형의 공격수다.

본론으로 돌아가, 결국 이 골잡이 고민은 쌓이고 쌓여 수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동국, 김신욱이 지난해 리그 막판 부상을 당하면서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안목으로 이정협(상주 상무)이라는 보석을 발굴한 건 큰 성과다. 그리고 이어진 3월 두 차례 평가전(우즈베키스탄, 뉴질랜드). 모든 이들이 기대를 가졌다. 이정협에 대한, 지동원의 부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다시 미궁으로 빠졌다. 뭔가 허전했고, 부족했다. 또 이동국, 김신욱이 생각났다.

한국 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이동국, 김신욱으로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동국은 현재 K리그 전설을 써가고 있고 누가 뭐래도 최고의 공격수다. 김신욱도 브라질 월드컵에서 경쟁력을 입증했고, 부상을 털고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아시아를 호령했다. 최고 레벨이다.

문제는 언제까지 이 둘만 보고 가느냐다. 골잡이는 한국축구에 늘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은 대표팀 경기가 끝날 때마다 전화기에 불이 난다. 또 현장에서 만나면 늘 받는 질문이 바로 골잡이 이야기다. 황선홍-이동국 이후 ‘확실히 이 선수다’라고 할 후계자가 안 나타나고 있다. 김신욱의 등장은 그나마 위안이다.

이는 대표팀뿐 아니라 K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포항 조차 이 고민을 해결하려 라자르와 모리츠를 수혈했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를 제외한 클래식 대부분 팀이 공격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스테보(전남), 정대세(수원), 까랑가(제주), 파비오(광주), 베르손(부산), 케빈(인천), 아드리아노(대전) 등 팀 간판 공격수가 외국인 선수로 가득 채워져 있다. 심지어 서울 부랴부랴 박주영을 데려왔고, 성남은 마땅한 골잡이조차 없다. 챌린지는 더 심각하다. 지난달 28, 29일 열린 챌린지 2라운드 5경기에서 터진 12골 중 8골을 외국인 선수들이 넣었다.

프로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로에서는 국산 공격수를 사오고 싶어도 살 수 없다. 프로 산하 유스팀은 U-12, 15, 18팀(일부 구단은 더 세분화)으로 이뤄져 있다. 될 성 부른 떡잎을 발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다. 유스가 아닌 일반 축구부 학교는 더 심각하다.

프로 산하 최고 유스팀으로 평가 받는 포항제철고 이창원 감독은 “황선홍 감독님과 공격수에 관해 자주 이야기를 한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동국 같은 선수 좀 데려오라고 하신다. 동국이 이후 명맥이 끊겼다는 얘기다. 제2의 이동국 찾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웃으면서, “골잡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축구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데려오려고 해도 자원이 없다. 그나마 데려와서 잘 만들어 놓으면 대학이나 프로에 가서 측면 공격수나 미드필더로 전향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어릴 때 축구를 시작하면 대부분 골잡이를 꿈꾸던 예전과 다르다. 그나마 쓸만한 자원을 겨우 찾아서 키워도 소용없다. 포지션을 바꾼다. 본인 의지와 상관 없는 경우도 많다. 국내든 해외든 공격수보다 미드필더나 측면에서 뛰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보지 않고 미리 판단해 버린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전술에도 제약을 받는다. K리그 클래식의 경우 대부분 4-2-3-1 아니면 제로톱으로 한정 돼 있다. 스리백을 꺼내는 팀도 더러 있으나 지나치게 수비적이다. 투톱, 스리톱, 흔히 말하는 빅앤 스몰, 더 나아가 뭔가 파격적인 전술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3월 평가전에서 원톱, 제로톱뿐이었다. 한국축구 전체가 갈수록 획일화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골잡이 기근에 대해 황선홍 감독은 솔직하게 털어놨다.

“솔직히 말하면 답이 없다. 대학교까지 찾아 다니면서 수소문하는데 공격수 찾기가 쉽지 않다. 지금 시점에서 전술적으로 타개해야 한다. 대표팀이나 우리팀(포항) 모두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방안이 제로톱, 변형 제로톱이다. 클럽을 기준으로 1년에 50~60경기를 치른다. 원톱이 꼭 필요하다기 보다 다양한 옵션을 갖고 있어야 한다. 원톱이 없으면 그만큼 전술적 제약을 받고 상대를 괴롭힐 수 없다. 축구의 전술은 돌고 돈다. 지금은 스트라이커의 입지가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언젠가 다시 스트라이커 위주 전술이 쓰일 거다. 대비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격수 발굴을 위해 축구인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한국축구는 심각한 골잡이 문제를 안고 있다. 당장이야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있으면 잠깐 쓸 수 있겠지만, 이는 패스트푸드에 불과하다. 잠깐 배부르고 만다. 믿고 쭉 갈 수 있는 선수를 찾아야 한다. 오랜 기간 숙성되고 정성이 담긴 전통요리처럼.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지만, 해내면 보람되고 수 년을 간다. 더 늦기 전에 축구인 전체가 전문 공격수 육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전북 현대, 울산 현대

[인터풋볼] 이현민 기자 first10@interfoot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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