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기자라는 직업이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쉽게 쓰기도 한다. 그것도 아직 스무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선수에게 너무 가혹한 평가를 내린다. 그러나 한 사람의 노력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무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한국 축구의 미래라 불리는 이승우에 대한 이야기다.

이승우는 한국 축구의 미래다. 1998년생의 어린 선수지만 이미 연령별 대표를 거치면서 2017 U-20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올해에는 러시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좋은 성과를 냈다. 특히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짜릿한 골과 함께 더 짜릿한 세리머니를 펼치며 큰 경기에 강한 선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이미 스무 살에 월드컵을 경험했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병역 면제 혜택까지 받았다. 그리고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이라는 화려한 이력과 함께 이탈리아 무대로 진출하며 계속해서 유럽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자연스레 이승우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특히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그리고 국가대표를 거치면서 이승우에게 열광하는 ‘팬덤’은 엄청났다. 그러나 관심이 커진 만큼 비난도 따라왔다. 이승우가 10월 A매치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자, 동시에 소속팀인 헬라스 베로나에서 이번 시즌 단 78분만 뛴 것이 부각되며 실력은 없고, 인기만 있는 선수라는 가혹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일도 논란이 됐다. 이승우는 지난 2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앞으로 제 시그니쳐 브랜드로 오피셜 굿즈들을 보여드릴 예정입니다”면서 “판매 수익은 전액 홀로 지내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돕는 일에 기부하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며 자신의 공식 상품으로 기부를 하겠다며 좋은 취지를 설명했다.

분명 좋은 취지였다. 특히 이제 스무 살 밖에 되지 않은 선수가 소외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해 기부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박수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상한 방향으로 논란이 됐다. 특히 특정 언론은 이승우가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뛰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개인 브랜드를 상품화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어린 선수의 노력까지 함부로 평가하고, 무시하는 분위기는 아쉽다. 물론 이승우가 소속팀, 그것도 이탈리아 2부 리그에서 힘겨운 주전 경쟁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이제 갓 스무 살인 선수가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한국 축구 팬들에게 얼마나 많은 기쁨을 줬는지, 그리고 이 어린 선수가 국제무대를 출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승우는 이제 막 유럽 성인 무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선수라는 점이다. 지난 시즌에는 이탈리아 1부 리그인 세리에A에서 뛰었고, 이번 시즌은 팀의 강등으로 2부 리그에서 뛰고 있다.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승우가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으로 프리 시즌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스무 살인 선수에게 우리는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승우와 함께 연령별 대표를 함께 한 선수는 지난 주말 ‘인터풋볼’과 만나 “이승우의 승부욕은 옆에서 지켜봐도 엄청나다. 지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것을 이겨내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대표팀에서도 그랬다. 지금 이런 비난들이 승우에게는 조금 가혹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분명 이승우는 소속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고,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승우는 이제 스무 살이다. 이미 많은 성과를 만든 선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성공과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선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관심은 좋지만 지금은 이 어린 선수를 위해 작은 배려도 필요한 시점이고, 이 어린 선수의 노력까지 무시해서는 안 된다.

사진=윤경식 기자, 이승우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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