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사실 감독님이 국내에서는 더 이룰 것이 없다. 지난 10년간 6번의 리그 우승과 2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셨다. 무엇을 더 이뤄야 하는가?” 최강희 감독과 함께 했던 한 선수의 말이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최강희 감독이 전북 현대와 아름다운 결별을 선택한 이유는 동기부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이 전북과 결별했다. 전북은 22일 “최강희 감독이 14년간 잡았던 전북의 지휘봉을 내려놓고 중국 슈퍼리그 톈진 취안젠의 감독 제의를 수락했다”고 발표했고, 이어 “최 감독과의 계약기간(2020년)이 남아 있지만, 새로운 무대에서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도전을 결심한 최강희 감독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며 최강희 감독과 결별한 이유를 밝혔다.

전북이 최강희 감독과 아름답게 결별을 선택한 이유는 최강희 감독이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사실 최강희 감독는 국내에서 더 이룰 것이 없는 감독이다. 지난 2005년 전북의 지휘봉을 잡았던 최강희 감독은 무려 14년간 전북을 이끌면서 6번의 리그 우승, 2번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1번의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총 9개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당연히 상복도 넘쳤다. 최강희 감독은 K리그1 감독상을 무려 5번이나 받았고, 2018년도 최강희 감독이 받는 것이 유력하다. 여기에 2016년에는 아시아 올해의 감독상을 받으며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에서도 최정상급 감독으로 통한다.

톈진이 최강희 감독을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다. 톈진은 현재 팀의 강등위기를 극복하고 상위권 도약을 위해 아시아 최고의 명장으로 증명된 최강희 감독을 팀의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특히 최강희 감독의 강점으로 꼽히는 과감한 공격 전술과 용병술 등 선수단 운용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사실 최강희 감독은 톈진을 제외하고도 상하이 등 수많은 중국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전북을 위해 떠날 수 없다며 러브콜을 거절했고, 엄청난 액수의 금액도 최강희 감독의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여러 이유가 있었다. 물론 새로운 도전이라는 목표도 있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최강희 감독의 동기부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은 그동안 전북을 K리그 최강팀으로 만들면서 때로는 모기업과 강하게 싸우면서 투자를 받아냈고, 경기력이 마케팅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전북을 K리그 최고의 인기 구단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전북이 여전히 K리그 최강 클럽인 것은 맞지만 다른 클럽들의 투자가 확 줄어들면서 시즌 초반부터 전북의 독주체제가 구축했다. 이에 전북은 K리그1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면 안 되는 팀으로 인식됐고, 상대적으로 서울과 수원이 아쉬운 경기력을 보이면서 전북은 사상 첫 스플릿 라운드 전 우승을 확정했다.

최강희 감독에게는 동기부여가 떨어지는 일이었다. 전체적으로 리그 수준이 하향 평준화되면서 전북이 돋보이게 됐지만 최강희 감독이 원하는 그림은 아니었다. 이에 대해 최강희 감독은 “전북은 이제 무조건 우승을 해야하는 팀이 됐다. 올해는 특히 중요 선수들이 많이 빠지는 등 우승에 대한 부담감이 심했다. 근래에 있어서 올 시즌이 가장 힘들었던 우승이 아닌가 싶다”면서 자신만의 고민을 털어놨다.

더 이룰 것도 없고, 동기부여도 사라진 상황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전북을 위해 고민을 했다. 지난 인천전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앞둔 최강희 감독은 “팀이 계속 커지고 정상권으로 가면서 현실적인 고민은 중국이나 외부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로 인해 팀이 정체되고, 선수와 팬들이 식상해하는 그런 것이 걱정됐다”며 깊은 고심을 드러냈다.

최강희 감독의 말대로 전북이라는 클럽에서는 더 이룰 것이 없었다. 물론 전북을 계속해서 지휘하며 K리그 최강자의 위용을 뽐낼 수도 있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모든 것이 정체되고 망가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최강희 감독 스스로도 동기부여가 사라지며 정체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결국 중국 무대라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최강희 감독과 수년을 함께 했던 한 선수는 “사실 감독님이 국내에서는 더 이룰 것이 없다. 지난 10년간 6번의 리그 우승과 2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셨다. 무엇을 더 이뤄야 하는가?”라며 최강희 감독이 전북과 결별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물론 최강희 감독이 중국으로 떠나는 이유 중에 ‘돈’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톈진은 회장까지 직접 나서 최강희 감독을 설득했고, 3년 계약에 연봉 세금 포함 750만 달러(약 84억원)를 제시하며 최강희 감독의 마음을 돌렸다. 그러나 최강희 감독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도전과 동기부여였고, 결국 이것이 전북과 결별한 이유였다.

사진=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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