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현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고 있지만 주제 무리뉴 감독은 누가 뭐래도 첼시의 레전드다. 그는 첼시 팬들과 구단의 존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20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8-19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막판 바클리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경기 자체는 엄청난 명승부였다. 위기에 빠진 맨유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첼시의 맞대결, 그것도 첼시의 안방에서 열린 경기였기에 첼시의 우세가 예상되는 경기였다. 그러나 맨유는 뤼디거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마르시알이 2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뒤집으며 저력을 보여줬다. 비록 첼시가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무승부로 끝났지만 맨유 입장에서는 아주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논란은 이후 발생했다. 바클리의 동점골 당시 첼시의 코칭스태프 마르코 이안니가 무리뉴 감독 앞에서 도발을 하며 환호했고, 이에 무리뉴 감독은 격분해 자리에 일어서며 첼시 스태프와 충돌했다. 분노한 무리뉴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첼시 팬들을 향해 손가락 3개를 치켜세우며 자신에게 존중을 보여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무리뉴 감독의 손가락 3개의 의미는 자신이 첼시에서 들어 올린 리그 우승컵을 의미했다. 경기 후 무리뉴 감독은 첼시 팬들과 코칭스태프의 반응에 아쉬움을 표현하며 “첼시 팬들은 나를 존중하지 않았다”면서도 “괜찮다. 그것으로 인해 짜증나지 않았다. 사리 감독은 그 일이 있은 후 나에게 먼저 다가와 기분을 풀라고 말했다. 사리의 스태프가 내게 와 사과했다. 나는 그에게 잊으라고 말했다”며 아쉬움을 표현하는 동시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첼시의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도 무리뉴 감독에게 사과했다. 사리 감독은 “정말 나는 당시 상황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가 잘못했고, 무리뉴에게 다가가 말했다. 나의 스태프에게 즉시 조치를 취하도록 말했다”면서 “다시 한 번 사과한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는 그를 존중할 필요가 있고, 모든 이들이 존중해야 한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사리 감독의 말대로다. 무리뉴 감독은 현재 맨유를 이끌고 있지만 맨유의 레전드가 아닌 첼시의 레전드에 가깝다. 아니, 누가 뭐래도 무리뉴 감독은 첼시의 레전드다. 사실 첼시는 무리뉴 감독이 오기 전까지 빅 클럽이라 부르기에는 어려운 클럽이었고, 무리뉴 감독이 부임한 이후 전성기를 누리며 EPL을 대표하는 클럽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04년 첼시의 지휘봉을 잡은 무리뉴 감독은 곧바로 리그 우승과 리그컵 우승을 이끌어냈고, 첼시는 무리뉴 감독과 무려 50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무리뉴 감독은 2005-06시즌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리그 2연패를 달성했고, 다음 시즌에는 FA컵과 리그컵 더블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비록 선수 영입 문제로 첼시의 보드진과 불화가 나오면서 결별했지만 첼시의 전성기를 이끈 감독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2013년 첼시로 복귀해서도 마찬가지다. 무리뉴 감독은 위기에 빠진 첼시에 부임하면서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리그 우승과 리그컵 우승을 이끌었다. 물론 확 달라진 첼시 선수단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며 첼시와 안 좋게 결별했지만 무리뉴 감독의 업적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첼시 팬들과 코칭 스태프의 반응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았다. 경기 전 무리뉴 감독과 사리 감독은 “존중이 필요하다”면서 같은 의견을 전했고, 실제로 무리뉴 감독은 마르시알의 두 골이 터졌을 때도 팬들을 존중해 강한 세리머니를 펼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첼시 팬들은 경기가 열리는 동안 무리뉴 감독을 조롱하는 노래를 불렀고, 마지막에는 첼시 코칭스태프의 도발도 있었다.
누가 뭐래도 무리뉴 감독은 첼시의 레전드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첼시 팬들과 구단은 무리뉴 감독을 향해 존중을 할 필요가 있다. 자신들의 전성기를 만든 감독을 조롱한다면 자신들을 향해 침을 뱉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첼시가 계속해서 무리뉴 감독에게 존중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들의 역사에서 레전드 감독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