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은퇴는 조금 더 뒤로 미뤄야 할 것 같다. 벤투호가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의 키는 여전히 기성용이 쥐고 있었고, 은퇴라는 말이 무색하게 여전한 활약을 펼치며 대체불가 미드필더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55위)은 16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8 KEB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 대표팀 친선경기에서 파나마(FIFA 랭킹 70위)와 아쉬운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무승부로 벤투호는 4경기 무패(2승 2무)행진은 이어갔지만 승리라는 결과물을 가져오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는 확실했다. 골키퍼부터 시작하는 후방 빌드업을 통해 상대의 압박을 벗겨내는 동시에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통해 빠르게 전진하는 것이다. 여기에 좌우 측면에 빠른 공격수들을 배치해 상대의 뒤 공간을 파고들고, 유기적인 스위치 플레이를 통해 찬스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9월, 10월 A매치에서 달라진 벤투호의 축구 색깔을 확실히 보여줬다. 그 중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역시 후방 빌드업이었다. 아직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희망은 보여준 A매치 4경기였고, 특히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과 달리 무의미한 점유는 하지 않았다는 것에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핵심은 역시 기성용이었다. 4-2-3-1 또는 4-1-4-1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한 기성용은 안정적인 패스와 빌드업을 바탕으로 중원을 장악했다. 전매특허인 중장거리 패스의 위력도 여전했고, 후반에는 몇 차례의 롱패스가 정확하게 연결되며 결정적인 찬스를 제공했다. 공격수들이 제대로 처리했으면 추가골이 나올 수도 있는 장면이었을 만큼 기성용의 패스는 정확했다. 특히 중원에서 대지를 가르는 중장거리 패스는 팬들의 가슴까지 속 시원하게 만들었다.

왜 벤투 감독이 기성용이 은퇴를 고민했을 때 만류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그만큼 기성용은 벤투호 축구의 핵심이다.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 실제로 기성용은 파나마전에서 패스, 점유, 조율에 관련된 모든 지표에서 최상위권이었다. 볼 터치(79회), 패스 횟수(70회) 모두 1위였고, 패스 성공률도 92.86%로 상위권에 들었다. 벤투호의 모든 공격이 기성용의 발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도 그랬다. 골키퍼부터 시작되는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기성용은 두 명의 센터백 사이에서 공을 받아 안정적으로 빌드업을 시작했고, 때로는 중앙에서 공을 받아 과감한 중장거리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이 됐다. 여기에 과감한 전진 드리블로 상대의 공간을 허물기도 했다.

공격의 키를 잡아 주면서도 수비 역시 소홀히 하지 않았다. 기성용은 수비 지표의 핵심 포인트인 볼 차단 횟수도 팀 내 최다인 7회를 기록했다. 참고로 중앙 수비수인 김민재와 김영권이 각각 3회와 1회를 기록했다. 상대 공격의 대부분이 페널티 박스로 진입하기도 전에 기성용의 발끝에 걸린 셈이다.

결과적으로 기성용이 파나마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여전한 중원 장악력이었다. 특히 벤투 감독이 후방 빌드업을 강조하면서 기성용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고, 잠시라도 은퇴를 고민했던 것이 아찔할 정도로 기성용의 영향력은 여전했다.

결국 벤투호의 후방 빌드업의 ‘키’는 기성용이 쥐고 있었다. 그리고 기성용의 은퇴는 아직 이르다는 것을 보여줬다. 기성용은 지난 파나마전에서 A매치 108경기를 소화했다. 이런 풍부한 경험은 젊어진 대표팀에 분명 중요한 자산이고, 그는 여전히 대표팀의 리더였다.

사진=윤경식 기자

자료/그래픽=팀 트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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