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천안] 이현호 기자= “많이 힘들어요.” 지친 표정으로 쓸쓸히 걸어왔다. 그리고 수많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훑어보더니 긴 한숨을 내쉬었다. 손흥민(26, 토트넘)에게 이번 파나마전은 그런 경기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6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초청 10월 A매치에서 ‘북중미 다크호스’ 파나마를 상대로 2-2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벤투 감독 부임 이후 4경기를 무패행진(2승 2무)으로 장식했다.

손흥민은 4경기 모두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로 출전했다. 첫 경기였던 코스타리카전은 후반 막판 이승우와 교체되어 나갔고, 나머지 3경기서는 풀타임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 일정을 포함해, 지난여름 치른 2018 러시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까지 모두 소화하며 세상에서 가장 바쁜 여름을 보냈으나 ‘쉬는 시간’은 없었다.

급기야 많은 이들이 ‘혹사’라는 단어를 꺼내며 손흥민의 체력과 컨디션을 걱정했다. 그때마다 손흥민은 “괜찮아요. 당연히 뛰어야죠”라고 씩씩하게 답했다. 정말 괜찮은 줄 알았다. 어쩌면 괜찮길 바라는 기대였을 수도 있다.

그러던 그가 드디어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파나마전을 마친 손흥민은 연신 “힘들어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듣고 싶던 말이었다. 항상 웃는 모습을 보여주던 손흥민이 피곤한 표정으로 그 말을 꺼냈을 때, 왼쪽 종아리에는 얼음찜질 팩이 둘러져 있었다. 그래서 더욱 안쓰러워 보였다. 한편으로는 이제 푹 쉬길 바라는 마음도 솟아났다.

손흥민에게 이번 파나마전은 올해 마지막 A매치였다. 오는 11월 호주에서 치르는 원정 2연전에는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내년 초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2019 아시안컵 조별리그 1, 2차전도 출전하지 않는다. 토트넘과 대한축구협회가 아시안게임 차출을 협상하면서 합의한 이야기다.

10월 16일 치른 파나마전을 끝으로, 내년 1월 16일 중국전에서야 손흥민의 태극마크를 볼 수 있다. 손흥민은 이 공백기에 대해 "이제 정말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회복하고 싶다. 많이 힘들었다"며 충전이 필요한 시기라고 전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컨디션을 올릴 타이밍을 맞았다. 동시에 한국 대표팀은 에이스 없이 어느 정도 경기력을 보여주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진정한 시험대를 마주한다. 100일 남짓한 이별의 시간 이후, 손흥민과 대표팀 모두 밝은 모습으로 재회하길 기대해본다.

사진=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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