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수원월드컵경기장] 김병학 기자=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쳤습니다. 정말 화가 납니다"

본래 감독이라는 자리는 감정을 숨기는 게 보통의 원칙이다. 김도훈 감독 역시 평소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이례적으로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화가 난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거침없이 드러냈다.

경기장으로 되돌아가 보면 왜 김도훈 감독이 화가 났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날 울산은 수원 삼성을 만나 후반 막판까지 두 점차 리드를 잘 지켜냈다. 하지만 후반 37분과 추가시간에 사리치에게 연거푸 실점을 허용하며 다 잡은 승리를 허무하게 놓쳐버렸다.

울산 입장에서는 패배 만큼이나 쓰라린 무승부다. 이날 승점 3점을 벌었다면, 2위 경남과 승점 동률이 돼 순위 경쟁에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었다. 김도훈 감독이 기자회견서 "경기를 잘하고도 결과가 좋지 못해 아쉽다. 정말 화가 난다. 나한테 화가 나는 부분이다"라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밝힌 이유다.

오랫동안 참아왔던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울산이 막판 실점으로 승리를 놓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날 수원전은 물론이고 지난달 15일에 펼쳐진 경남과의 맞대결에서도 후반 막판에 최영준과 말컹에게 연속해서 실점을 내줘 3-3으로 비긴 전례가 있다. 직전 경기인 제주전은 전반에 3골을 넣고도 후반에 계속 공격 기회를 내주며 아슬아슬한 경기력을 펼쳤다.

김도훈 감독 만큼이나 울산 선수들의 마음고생도 심했다. 경기를 마치고 믹스트존을 통해 빠져나가는 울산 선수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다 어두웠다. 잠깐 시간을 내 인터뷰를 가진 박주호도 평소와 다르게 굳은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그나마 안도의 한 숨을 쉰 수원과는 대조되는 장면이었다.

울산은 이제 내달 3일 김해 시청과 2018 KEB 하나은행 FA컵 8강전을 치른다. 그리고 큰 산을 하나 넘으면 전북, 강원과의 리그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토너먼트 무대와 리그 막바지 경쟁은 살얼음판과 같다. 그래서 이 시기의 막판 실점은 어느 때보다 뼈아프게 다가온다.

이례적이었던 김도훈 감독의 말 한마디. 그리고 딱딱하게 굳어 있던 선수들의 표정이 얼마나 아쉬웠는지 대신 전해주고 있다. 남은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시점이다. 수원전의 깨달음을 발판 삼아 울산은 다시 힘차게 전진해야 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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