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이명수 기자=

”팬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 합니다“

김문환(23, 부산 아이파크)이 내놓은 ‘똑 부러지는’ 답변이다. 김문환은 아시안게임과 A대표팀을 거치며 ‘스타덤’에 올랐고, 팬서비스에 충실함과 동시에 부산의 ‘승격’을 꿈꿨다.

최근 부산은 ‘김문환 열풍’이 불고 있다. 김문환은 지난 1일 막을 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 대표팀에 승선했고, 매 경기 헌신적인 플레이로 축구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손흥민, 이승우, 황희찬, 황의조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김문환은 귀여운 외모로 소녀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김문환이 A대표팀까지 승선하며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 김문환은 얼떨떨한 모습이다. 김문환은 지난 13일, ‘인터풋볼’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이제는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팬들이 많다“며 놀라워했다. 두 달 사이 김문환의 축구 인생은 극적인 반전을 맞이했다. 불과 대학 시절만 하더라도 그는 프로 지명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 왜소했던 체격, 김문환에게 손 내민 부산

김문환은 한 눈에 봐도 마른 체형이다. 대한축구협회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김문환의 신체조건은 키 173cm, 몸무게 64kg이다. 때문에 김문환은 중앙대 대학 시절, 프로팀 스카우터들이 김문환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많이 가졌다. 왜소한 체격 탓에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문환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김문환은 ”편견을 깨고 싶었다. 피지컬이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했고, 보약도 많이 먹으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왜소한 체격 탓에 김문환은 프로 팀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부산이 김문환을 포착했다. 2017 시즌을 앞두고 부산은 자유계약으로 김문환을 품에 안았다. 부산은 김문환이 비록 작은 키지만 빠른 돌파와 공격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판단은 적중했다.

김문환은 데뷔 첫해 주전으로 활약했다. 리그 30경기에 나서 4골 1도움을 기록했다. 프로 2년 차인 올해, 리그 16경기에 나서 1골 1도움을 터트렸다. 특히 김문환이 올 시즌 기록했던 공격포인트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집 전 치렀던 경기에서 나왔던 포인트였고,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하며 인도네시아로 넘어갈 수 있었다.

김문환은 아시안게임에서 측면 수비로 뛰었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도 측면 수비 자원으로 선발됐다. 실제 김문환은 코스타리카-칠레와의 평가전에서 이용과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밟았다. 하지만 김문환은 부산에서 측면 공격수가 더 익숙했던 선수였다.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며 공수를 쉴 새 없이 넘나들었던 것도 김문환이 공격수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공격수였지만 수비수로 기용되는 상황에 대해 김문환은 ”괜찮다“고 말했다. 또한 김문환은 ”다니 알베스나 필립 람의 플레이 스타일을 많이 보고 배우려 한다“며 공격에 능한 풀백의 모습을 예고했다. 그리고 최윤겸 감독의 선택에 따라 언제든지 공격수로 투입될 수 있는 채비를 마쳤다.

# 급격히 늘어난 관심, 부산은 ‘김문환 열풍’

아시안게임과 A매치를 거치며 김문환은 ‘소녀팬’이 급증했다. 귀여운 외모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타리카-칠레와의 A매치 2연전에서 김문환을 응원하는 피켓과 현수막을 찾아볼 수 있었다. SNS 상으로 김문환의 사진과 일상이 공유되고 있다.

소속팀 부산은 김문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부산 관계자는 ”이번 주말 부천전의 경우 예매율의 평소의 5배 이상이다“고 귀띔했다. 또한 홈경기가 6경기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시즌권을 사겠다는 구매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펼쳐지고 있다. 구단 측에 문의를 하는 이는 대부분 김문환을 좋아하는 여중, 여고생들이다.

부산은 김문환을 활용한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팬들이 김문환을 활용한 MD 상품을 출시해달라고 요구하자 ‘김문환 미니 등신대’를 제작해 100개 한정 판매 한다. 추가 상품들을 계속해서 내놓을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오는 16일(일요일) 부천과의 홈경기를 찾는 관중들에게 김문환의 이름으로 마스크팩을 나눠주고, 경기 후 미리 선정된 100명의 팬들과 함께 김문환과 ‘미니 팬미팅’을 갖게 할 예정이다. 이벤트 시작과 동시에 100명이 마감되었다는 후문.

김문환은 이와 같은 소식에 ”정말이요?“라며 반문했다. 100명이 다 찰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김문환은 팬서비스에 충실할 것을 약속했다.

김문환은 ”프로 선수라면 팬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항상 프로 입단할 때부터 사진, 사인 요청은 절대 거절하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운동장에 찾아오시면 모두 사진을 찍어드릴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며 성숙한 답변을 내놓았다. 소중한 팬들을 절대 잃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 AG 금메달 → A대표팀, 김문환의 종착지는 ‘부산의 승격’

2018년은 김문환에게 더 할 나위 없이 행복한 한 해이다. 고생 끝에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고, 수많은 팬들이 생기게 된 계기가 됐다. 아시안게임에서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A대표팀에도 승선했다. 김문환의 올해 마지막 목표가 있다. 바로 부산의 K리그1 승격이다.

부산은 2015 시즌 수원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K리그2로 강등됐고, 3시즌 째 K리그2에 머물러있다. 올 시즌 9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1위 성남과의 승점 차는 9점, 2위 아산과의 승점 차는 7점이다.

1위는 자동 승격을 할 수 있지만 K리그2 4위부터 자격이 주어지는 플레이오프는 승격까지 ‘가시밭길’이다. 때문에 부산은 남은 9경기에서 반전을 도모하고 있고, ‘금의환향’한 김문환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또한 경기장을 찾아오는 팬들이 증가한 만큼 좋은 분위기 속에서 남은 경기를 소화할 수 있다.

김문환은 ”남은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대신 중요한 경기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지난 시즌 아쉽게 승격하지 못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꼭 좋은 성적을 거둬 승격을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힘들었던 대학 시절, 자신의 손을 잡아준 부산에 김문환은 ‘금의환향’하며 돌아왔고, 부산의 승격과 함께 2018년 자신의 ‘신데렐라 스토리’에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부산은 오는 16일(일요일) 19시, 부산 구덕종합운동장에서 부천을 상대한다.

 

사진 = 윤경식 기자, 부산 아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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