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고양] 김병학 기자= "팬들을 두 번 다시는 실망 시켜드리고 싶지 않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7일 오후 8시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이 끝난 후 손흥민이 믹스트존에서 대답한 말이다. 이날 한국은 이재성과 남태희의 골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뒀다. 더할 나위 없이 기쁜 파울루 벤투 감독의 데뷔전이었다.

승리와 함께 손흥민에게는 더욱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오랫동안 대표팀의 주장직을 맡았던 기성용 대신 캡틴의 완장을 찼고, 후배와 선배를 피치 위에서 적절하게 잘 이끌어냈다. 대표팀의 차기 주장으로서 손색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손흥민 아직 '차기 주장'이라는 말에 난색을 표했다. 손흥민은 "오늘 완장을 차긴 했지만 대표팀의 주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성용이 형 등 나보다 훨씬 경험이 풍부하고 좋은 리더십을 지닌 형들이 많다. 아직 배워할 점이 한가득이다"며 옆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기성용을 가리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럼에도 손흥민이 기성용의 뒤를 이을 차기 주장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날 경기에서 더욱 증명됐다. 왼쪽 윙어로 출전했지만, 상대의 역습 찬스가 이어지면 누구보다 빠르게 수비에 가담했다. 공격을 이끌다가도 어느 순간 수비 진영에서 상대에게 태클을 하고 있는 모습도 심심치않게 보였다.

손흥민의 희생에 가까운 플레이에 대표팀은 더욱 '원 팀'으로 똘똘 뭉쳤다. 공격이 잘 안풀리면 이따금씩 나오는 호쾌한 중거리 슈팅도 손흥민의 존재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후반 37분 이승우와 교체돼 나갈 때까지 손흥민은 '주장'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이날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대표팀은 이제 오는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칠레와 9월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 아직 선발 명단의 윤곽이 잡히지 않았지만, 만약 손흥민이 또 출전한다면 코스타리카전처럼 주장 완장을 차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손흥민 역시 자신이 지고 있는 무게를 잊지 않고 칠레전 필승을 다짐했다. 그는 "오늘 경기를 이겨서 기쁘다. 이제 두 번 다시 팬들을 실망 시켜드리고 싶지 않다. 오늘 처럼 열심히 뛰어서 칠레전도 반드시 승리로 장식하고 싶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사진=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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