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푸른색 옷이 더 익숙한 김두현이 검은색 성남FC 유니폼을 입고 수원 삼성을 상대한다. 동지에서 적으로, ‘김두현 더비’가 시작된다.

성남은 22일 오후 2시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수원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3라운드 홈경기를 치른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병행하는 양 팀은 주중에 각각 성남은 중국 원정에서 광저우 푸리에 신승을 거뒀고, 수원은 호주 원정에서 브리즈번 로어에 무승부를 기록하며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겨왔다.

이 경기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구한 운명에 놓인 한 남자 때문이다. 불과 한 달 반전까지만 해도 푸른색 유니폼을 입었던 김두현이 까치군단의 주장이 되어 친정팀에 칼을 겨눈다.

김두현은 K리그에서 단 두 팀에서만 활동했다. 바로 성남과 수원이다. 2001년 수원에 입단한 그는, ‘김호의 아이들’이란 칭호를 얻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2005 시즌 중반 성남의 전신인 성남 일화로 이적하며 두 시즌 반 동안 성남을 이끌었다. 성남에서의 활약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했지만 부상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K리그로 돌아왔다. 2009 시즌 중반 K리그로 복귀한 그의 행선지는 친정팀 수원이었다.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내내 수원에서 활약한 김두현은 지난 시즌 수원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수원과의 재계약 협상에 난항을 겪다가 결국 성남으로 이적했다.

이제 과거를 잊어야하는 김두현은 성남에서 새 축구 인생을 시작한다. 시민구단 성남의 주장으로서 팀의 중심을 담당하고 있다. 성남은 리그에서 전북 현대와 전남 드래곤즈에게 1무 1패를 기록하며 아직 승리를 거두고 있지 않지만 ACL에서는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3경기에서 2승 1패로 조 2위를 기록하며 시민구단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두현이 있었다.

반면 수원의 걱정은 김두현의 빈자리다. 지난 시즌 수원의 허리를 책임졌던 김두현이 떠나자 그 대체자로 권창훈과 조지훈을 기용했지만 아직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개막전에서 포항 스틸러스에게 일격을 당한 수원은 인천 유나이티드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살렸다.

김두현으로 인해 살아난 팀과 그의 빈자리를 고민하는 팀. 양 팀의 승부는 체력전에서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객관적인 거리와 휴식기간만 놓고 보자면 분명 성남이 우세하다. 성남은 17일 중국 광저우 원정을 다녀왔고, 수원은 18일 호주 브리즈번 원정을 다녀왔다. 그러나 수원은 브리즈번 원정에서 주요 선수들을 선발에서 제외시키며 체력안배에 성공했다.

역대 전적에서는 1승 2무로 성남이 우세하다. 수원은 지난 시즌 성남에게만 승리를 못 거둬 ‘전 구단 상대 승리’의 기회를 날렸다. 객관적인 전력상 수원이 우세하지만 성남만 만나면 힘을 못 썼다. 김두현의 이적으로 더 긴장감이 고조된 양 팀 간의 경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축구팬들의 눈이 탄필드로 향한다.

사진제공= 한국프로축구연맹
인포그래픽= 박주성

[인터풋볼] 서재원 기자 soccersjw@interfoot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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