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유지선 기자= 김학범호가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숙적’ 일본을 꺾고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가시밭길에서 힘겹게 피워낸 꽃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은 1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통산 5회로 최다 우승(공동 우승 2회)을 기록했고, 사상 첫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경기였다.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을 앞세워 일본의 골문을 수차례 두드렸지만 좀처럼 포문을 열지 못한 것이다. 손꼽아 기다리던 득점은 연장 전반이 돼서야 나왔다.

공교롭게도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성장해 돌아왔다고 했던 이승우와 황희찬이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골맛을 봤다. 연장 전반 3분 선제골을 터뜨린 이승우는 광고 보드를 밟고 올라서서 열띤 응원을 펼친 붉은 악마를 향해 포효했고, 황희찬은 박지성이 일본을 상대로 선보이면서 일본전 상징과도 같은 세리머니가 된 ‘산책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지난 18일간 무려 7경기를 치렀을 정도로 혹독한 일정, 강행군을 소화하느라 지쳐있던 선수들의 피로를 한 번에 씻겨 내려가게 하는 승리였다.

물론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한국은 E조 선두를 자신했지만 자만한 탓에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덜미를 잡혔고, E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며 험난한 대진표를 받아들었다. 이란(16강)과 우즈베키스탄(8강) 등 까다로운 상대와 마주한 것이다.

당시 김학범 감독은 “예방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하겠다. 어려운 길을 걷게 됐는데 기어코 돌파해내겠다”며 이를 악물었고, 결국 약속을 지켜냈다. ‘자만하지 말자’며 정신무장을 새롭게 한 덕분이었다. 말레이시아전 패배 이후 선수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김학범 감독의 말마따나 2차전에서 일찌감치 맞은 독한 예방주사가 결과적으로 좋은 약이 된 셈이다.

물론 이후 위기도 있었다. 우즈벡과의 8강전에서 120분 동안 혈투를 펼친 것이다. 김학범 감독도 “가장 힘든 경기였다”고 우즈벡전을 회상하면서 “선수들의 눈에서 간절함이 보이지 않더라. 혼을 많이 내면서 선수들의 마음속의 것을 끌어내려고 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2~3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이 지칠 대로 지친 상황. 김학범 감독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기’ 불어넣기였다. 실제로 김학범 감독은 우즈벡전 연장 전, 후반에 돌입하기 직전 선수들을 한데 모아 기합을 불어넣었다. 선수들 앞에서 핏대를 세워가며 크게 소리쳐 저마다의 간절함을 끄집어낸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한 힘이기도 하다.

조별리그에서부터 삐끗하며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던 김학범호, 숨 가쁘게 달려온 18일 간의 여정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성하지 않은 땅에서 힘겹게 피워낸 꽃이라 더 뭉클하고 값진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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