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이명수 기자= 

“학연, 지연, 의리 없다. 내가 그 바탕에서 쌓아 올라왔다. 목표는 무조건 금메달이다.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질 것이다”

김학범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 감독은 인도네시아로 출발하기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바로 황의조(26, 감바 오사카)를 왜 발탁했냐는 것. ‘인맥축구’ 논란 속에 김학범 감독은 비장한 출사표를 남겼고, 빛나는 용병술로 한국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은 1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연장 전반 터진 이승우의 결승골과 황희찬의 추가골에 힘입어 일본을 꺾고 2-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인도네시아로 출항하기 전, 이미 김학범 감독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황의조의 선발로 인해 ‘인맥축구’라는 비판을 들었다. 골키퍼 포지션에 굳이 와일드카드를 쓸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작심한 듯 취재진에게 연설을 늘어놓았다.

김학범 감독은 “학연, 지연, 의리 없다. 내가 그 바탕에서 쌓아 올라왔다. 성남에 있어서 뽑지 않았다. 목표는 무조건 금메달이다. 선수들이 원하는 것을 이뤄내는 것이 목표이지 개인의 팀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 없다”면서 “조현우를 데려간 이유는 하나를 막으면 한 골을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조현우가 월드컵에서 보여준 기량을 놓고 봤을 때 뽑아도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프지만 강현무를 제외했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그럼에도 여론의 비판은 거셌다. 하지만 황의조는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작렬시키며 여론의 비판을 단 번에 잠재웠고, 김학범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이 증명됐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와의 2차전에서 한국은 1-2로 충격패했고, 김학범 감독은 너무 일찍 로테이션을 가동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김학범 감독은 패배를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김학범 감독은 경기 후 “모든 것은 감독인 저의 판단미스이다”며 사태를 수습했다. 이후 한국은 키르기스스탄과의 3차전에서 승리를 거뒀고, 16강에 진출했다.

말레이시아전 패배가 불러온 나비효과는 컸다. 이란,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쟁쟁한 강호들과의 일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적재적소에 용병술을 발휘하며 한국을 결승까지 올려놓았다. 특히 대회 전, 김학범 감독은 ‘공격적 3백’ 쓰겠다고 공언했다.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그가 나눠준 포메이션은 3-5-2가 선명했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3백 가동시 수비 뒷공간 불안 등 상황이 여의치 않자 과감하게 4백으로 전환했다. 비록 4백으로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주로 4백을 써 갑작스런 전술 변화에도 익숙함을 느꼈고, 이란, 우즈베키스탄, 베트남을 연이어 격파하며 김학범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결승전에서도 김학범 감독의 용병술은 빛났다. 베트남과의 4강전에서 2골을 작렬시킨 이승우를 벤치로 내렸다. 그리고 후반 11분, 아껴뒀던 이승우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이승우는 김학범 감독의 기대에 완벽 부응했다. 이승우는 연장 전반 3분, 천금 같은 왼발 슈팅으로 일본의 골망을 갈랐다. 90분 간 버티던 일본 수비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후 황희찬이 추가골을 넣은 한국은 일본을 2-1로 꺾고 2회 연속 아시안게임 제패에 성공했다.

평소 냉정한 승부사의 모습을 보이던 김학범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난 후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였다. 그간의 마음고생이 짐작되던 김학범 감독의 눈물이었다. “책임은 내가 진다”던 김학범 감독은 결국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선사하며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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