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올림픽 대표팀을 넘어 차세대 국가대표 수문장을 노리고 있는 부산 아이파크의 이범영(23).

2012 런던 올림픽 영국과의 8강전은 그와 국민들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판이었다. 승부차기에서 다니엘 스터리지의 킥을 선방하며 한국의 4강행을 이끌었다. 이는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밑거름이 됐다.

이범영은 훤칠한 키와 외모, 거기다 빼어난 실력까지 겸비해 여성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또한 SNS 상에서 팬들과 꾸준한 대화로 자신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이렇듯 그를 향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질문이 마구 쏟아졌다.

1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인터뷰 내내 이범영은 팬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이범영은 “부산 도시철도 안내 방송에 관한 시민들의 반응과 녹음할 당시 에피소드에 대한 질문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재미있고 재치 있는 질문도 좋지만 평소부터 저에게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 선정했다”며 트위터 아이디 @Lagooooooon 님의 질문을 최고의 질문으로 꼽았다.

올림픽 대표팀 내 자신의 외모 순위 공개, 부폰의 물 마시는 모습을 따라 했던 이유, 라이벌이자 롤 모델인 정성룡, CF 욕심, 큰 키로 인한 에피소드. 이범영만의 특별한 원샷인터뷰를 공개한다.

- 얼마 전 구자철 선수와 트위터를 하면서 본인의 몸 사진을 올렸잖아요. 몸을 자랑하려고 올린 건지 아니면 부상 당한 구자철 선수에게 힘 내라는 의미에서 올린 건지 궁금해요. (@hwanghuiyun, @KoopardS2, @euna0h, @tpgus930)

올림픽 직후 휴식기에 수영장에 놀러 가서 촬영한 사진이에요. 어딜 가도 항상 그 자리에서 사진을 주고 받는 걸 좋아해요. 이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제가 주먹을 불끈 쥔 모습이 보여요.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들었구요. (구)자철이 형이 파이팅 했으면 하는 의미에서 올린 겁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제 겨드랑이를 보시고 제모를 했다, 훈겨(훈훈한 겨드랑이)라고 하시는데 원래 털이 많이 없어요.(머쩍은 미소) 왁싱도 한 번 한적 없구요. 운동에 열심히 매진하고 있습니다.

- 기성용 선수가 힐링캠프에 나와서 올림픽 대표팀 멤버들 중 자신의 외모를 서열 1위, 구자철 선수를 2위로 꼽았잖아요.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외모 순위를 정한다면 몇 위쯤 될까요? (@zacoozacoo)

이 발언에 대해 충분히 공감해요. (기)성용이 형은 남자답고 멋있죠. 때론 귀여우면서도 다정 다감해요. (구)자철이 형도 여자들이 좋아하는 얼굴이에요. 성용, 자철이 형은 항상 운동도 열심히 하고 몸도 좋잖아요. 제가 여자라도 좋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제 외모 순위는 올림픽 대표팀 18명 중에 5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음… 3위 (박)종우, 4위 (지)동원이 그 다음이 저 아닐까요.(웃음) 그리고 (남)태희, (백)성동이도 매력이 있어요.

- 몇몇 방송에서 이범영 선수의 이름을 이범용으로 잘못 나간걸 봤어요. 이로 인해 네티즌 사이에서 정성룡, 기성용, 이청용, 이범용 드래곤 가문에 합류 했다는 소문이 있어요. 기분이 어떠신지? (@tpdud6229)

어린 시절부터 이범용이라고 많이 착각하셨어요. ‘영’보다는 ‘용’이 쉬운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해도 그렇구요. 그런데 이름 때문에 ‘용’가문에 들어갔다는 얘기는 이번에 처음 듣네요. 팬들께서 임의로 지어주신 것 같아요.(웃음)

- 2012 런던 올림픽 영국과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직전 물 먹는 모습이 부폰과 흡사했다. 의도한 것인지? (@jueun129)

부폰이 물 먹는 모습을 보고 따라 해봤어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경기 중 선수들이 먹는 물이 담긴 물통은 입구가 좁잖아요. 쭈쭈바처럼 짜서 먹어야 되는데 거기다 입구 부분에 다른 선수들이 입을 많이 접촉해요. 그렇다 보니 찝찝하기도 했구요. 옆으로 살짝 기울여서 먹으니 물도 잘 나오던데요. 방송에 나온 건 절대 의도한 건 아니구요. 부폰을 따라해보니 편해서 계속 물을 그렇게 먹게 됐어요.

- 영국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다니엘 스터리지 공을 막았을 때 외친 한 마디가 궁금해요. 그리고 공을 막는 순간 느낌이 어땠어요? (@pink6491, @aws070, @kirrard96, @kimhanbi0924)

특별히 외친 단어는 없었어요. 그냥 환호성을 질렀어요. 공을 막은 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전율이 느껴졌죠. 너무 기쁘고 해냈다는 생각에 잠시 공황상태였어요. 정신이 없어서 성용이 형이 골을 넣어도 이기는 줄 몰랐어요. 그 정도로 정신이 몽롱했어요.

- 런던 올림픽 때 김태영 코치에게 얼음을 부은 게 고의로 하신 건 아니죠? 얼음을 투척 후 알고도 모른 척 하셨다는데 사실 인가요? (@hr1203z)

김태영 코치님 얼굴을 향해 얼음을 부르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부으려는 순간 코치님께서 돌아보셨어요. 우연히 타이밍이 맞았고, 그런 바람에 얼굴에 얼음을 맞으셨다. 이 때문에 뒤로 쓰러지셨죠. 순간 5초간 정적이 흘렀어요. 그래도 코치님이 장난스럽게 받아 주셨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어요. 얼굴에 약간 상처가 나서 죄송했죠.

- 올림픽을 통해 정성룡 선수와 비교를 많이 당했다. 그래도 내가 정성룡 선수보다 이것 만큼은 확실히 낫다고 자부하는 점은? (@S2umi_S2)

키가 더 크잖아요. 그 외에는 나은 점은 없다고 봐요. 얼굴은 제가 조금 더 나은가요?(웃음)

- 이범영에게 정성룡이란? (@hermeski)

(정)성룡이 형은 올림픽 대표팀에 소집되기 전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어요. 올림픽 무대를 통해 성룡이 형을 더욱 본받게 됐죠. 항상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과 긍정적인 사고 방식이에요. 특히 저에게 심리적인 부분에 많은 영향을 줬어요.

- 런던 올림픽 브라질전이 끝난 직후 누구보다 아쉬웠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만큼 배운 점도 많았을 텐데, 동료들과 홍명보 감독님이 특별히 하신 말씀이 있나요? (@melmelmeli_kang)

브라질전이 끝나고 많은 악플에 시달렸어요. 미니홈피, 게시판 등이 폐쇄될 정도였죠. 그때 (정)성룡이 형이 많은 위로해 줬어요. 악플에 게의치 말라구요. 제게 큰 힘이 됐답니다. 그리고 홍명보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들께서도 지나간 경기에 연연하지 말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운명의 한일전이 코 앞에 있었고 지나간 경기를 생각하는 건 바보 같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경기를 통해 플레이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한 단계 성숙해진 거 같아요.

- 올림픽 이후 인기가 급상승 했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알아볼 텐데 기분이 어떤지 궁금해요. (@a_jbba)

길을 가도 많이 알아봐주셔서 감사하죠. 한편으로 부담도 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올림픽의 영향을 실감했어요.

- 올림픽 직후 한창 잘 나가고 있는데 혹시 노리는 CF는 없나요? (@bgabin1202)

광고주께서 불러주시면 좋겠어요.(웃음) 사실 다른 형들처럼 CF도 찍고 싶죠. 그렇다고 저렴해 보이는 광고는 싫어요. 포지션처럼 묵직하고 축구선수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광고였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날아오는 공을 막는 모습이나 뭔가 강렬하고 역동적이었으면 해요.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항상 준비돼 있어요.(웃음)

- 부산 도시철도 3호선 종합운동장역에 이범영 선수의 안내 방송이 나오잖아요. 올림픽 이전에는 시민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았는데 요즘 지하철을 타니 많은 분들이 이범영 선수의 목소리를 아시는 것 같더라구요. 녹음은 어떤 경로로 하셨고, 기분은 어땠나요? (@Lagooooooon)

예전에 지하철을 탄 적이 있어요. 제가 녹음하기 전이었는데 종합운동장역에 롯데자이언츠 강민호 선수 안내 멘트가 나왔어요. 부럽기도 했고 참 멋있다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우연히 구단에서 녹음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대상이 저라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죠. 설레기도 하고 막상 녹음하려니 많이 떨렸어요. 올림픽이 끝나고 저를 많이 알아봐 주시고 지하철에서도 목소리를 반가워 해주시니 뿌듯합니다.

-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mjh0103, @leeyj5162, @a_jbba)

초등학교 시절 일주일에 한 두 번 축구 교실에 다니면서 흥미를 가지게 됐어요. 우연히 다른 축구 교실에서 골키퍼를 잠깐 서달라는 제의를 받았는데 그 곳에서 좋은 활약을 했어요. 당시 축구 교실과 중학교 감독직을 겸임하고 계셨던 은사님이 덕분에 중 1때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하게 됐죠. 처음에 부모님 반대가 완강했으나 제 고집을 꺾지 못하셨어요.

- 축구선수 중 롤 모델이 있다면? (@O_o_95)

국내에서는 성룡이 형을 가장 존경해요. 국내 최고 골키퍼라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탄탄한 기본기와 침착함을 본받고 싶어요. 해외에서는 잔루이지 부폰을 롤 모델로 삼고 있어요. 경기장에서 풍기는 카리스마, 포스가 굉장하죠.

- 많은 축구선수들에게 호칭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거미손 이운재 처럼요. 이범영 선수가 듣고 싶은 애칭이 있나요? (@su_k1116)

특별히 생각나는 건 없어요. 어린 시절부터 ‘수문장’이라는 단어를 좋아했구요. 지금은 부산의 수문장이었으면 합니다. 팬들께서 지어주시면 좋겠어요.

- 예전에 한 케이블 방송사 코미디 프로에 출연 했잖아요. 이범영 선수를 무대로 불렀는데 사전에 얘기가 된 거에요? (@darong2ya)

매니저 형이 이수근 씨 매니저랑 아는 사이에요. 그래서 저를 무대에 세우려고 사전에 얘기했다고 들었어요. 이수근 씨와는 잠깐 인사만 나눈 사이에요. 당시 녹화 시작 전 휴대폰을 꺼달라고 요청에 제가 순진하게 전원을 껐죠. 그 상태에서 매니저 형이 저에게 동의를 구하기 위해 전화를 했는데 받을 수 없었죠. 아무것도 모른 채 무대에 올랐어요.(웃음)

- 코미디 프로에 출연했을 때 받은 커피 머신 잘 쓰고 있나요? (@kdohee818)

서울에 있는 집에 가면 한 번씩 커피를 타 먹습니다.

-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은 언제였나요?(@O_o_95, @hr1203z)

아무래도 런던 올림픽 영국전이 가장 기억에 남죠. 부산에서는 2008년 프로 데뷔전을 잊을 수 없네요. 상대는 (박)주영, (기)성용, (이)청용이 형이 있던 서울이었어요. 쟁쟁한 멤버들을 상대로 엄청난 선방을 했던 걸로 기억해요. 당시 19살이었는데 속된 말로 ‘미친’날이었죠. 원래 컵대회 한 경기를 치르고 리그에 데뷔하는 줄 알았는데 우연히 기회가 왔어요.

- 한창 슬럼프에 빠져있는 고등학교 2학년 입니다. 이범영 선수는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47shhry)

저는 슬럼프가 오면 그 일에 대해 일체 생각을 안 해요. 책을 읽기도 하구요. 책도 소설보다는 긍정적 마인드를 쌓을 수 있는 책을 봐요. 또 쉬는 날 사진 전시회나 미술관을 가기도 해요. 다시 축구가 하고 싶어질 때까지 다른 일에 몰두하려고 애쓰죠. 영화도 즐겨 봐요.

- 이범영 선수는 항상 사진 찍을 때 억지로 웃는 것 같아요. 진짜 신날 때 모습인가요? (@950929_YSH)

사진 찍을 때 항상 미소를 머금고 찍고 싶은 마음에 그런 표정이 나오는 것 같아요. 뭐 말씀대로 표정이 별로라면 더 자연스러운 방법을 연구 할게요. 가식은 절대 아닙니다.(웃음)

- 저는 여자치고 키가 너무 커서 체육시간에 특히 농구할 때 공셔틀(공이 공급되는 주 루트)이 되는데요. 이범영 선수도 키 때문에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J_zero0728)

키가 크다는 건 그만큼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에요. 자신감을 가지세요. 저 같은 경우 키가 커서 예전에 시내버스, 마을버스를 타면 천전에 머리가 닺았어요. 특히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머리를 한 두 번 부딪힌 게 아니죠. 또 옷을 구입할 때 불편해요. 제가 특이 체질이라 기장은 긴데 허리를 얇고 허벅지는 두꺼워요. 그래서 외국 브랜드 옷이 잘 맞아요. 외국에 나가는 경우 옷을 사오는 경우가 많아요.

- 구단 내에서 이범영 선수를 괴롭히는 사람은 없나요? (@dkfkj0608)

전혀 없어요. 제가 한 덩치 하다 보니 형들이 안 건드리는 건 아닐까요.(웃음) 이상하리만큼 어릴 때부터 저를 괴롭히는 사람이 없었어요. 굳이 꼽자면 죽마고우인 (김)익현이랑 서로 때리기도 하고 장난도 많이 쳐요. 괴롭히는 동료들은 없답니다.

인터뷰=이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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