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전주] 정지훈 기자= 서정원 감독이 떠나고 악바리가 된 수원이 ‘전주성 대첩’을 완성하며 ‘대어’ 전북을 잡았다.

수원 삼성은 29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에서 전북 현대를 3-0으로 완벽하게 제압했다. 데얀이 멀티골을 터뜨린 수원은 적지에서 ‘대어’ 전북을 잡으며 준결승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수원은 올 시즌 전북과 두 차례 만나 모두 패배했다. 지난 4월에 열린 리그 경기에서는 이승기와 이동국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0-2로 무너졌고, 7월에 홈경기에서도 로페즈와 아드리아노에게 득점포를 허용하며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한 마디로 수원은 전북에 약했고, 이런 이유로 이번 경기에서도 전북의 승리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러나 큰 변수가 생겼다. 지난 2012년부터 수원을 이끌던 서정원 감독이 전북전을 앞두고 자진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선수단에도 큰 충격이 전해졌고, 이번 경기는 이병근 코치가 대신해서 벤치를 지켰다.

서정원 감독의 자진 사퇴는 수원 선수들의 투쟁심을 끌어올렸다. 선수들은 팀 성적 부진으로 인해 팀을 떠난 서정원 감독을 위해 한 발짝 더 뛰며 전북을 압박했고, 강한 투쟁심을 바탕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전북이 이동국, 김신욱, 로페즈를 중심으로 찬스를 만들자 수원은 데얀, 박기동, 염기훈이 역습을 펼치며 찬스를 만들었다. 결국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던 수원이 선제골을 기록했다. 후반 30분 역습 상황에서 왼쪽 측면을 허문 사리치가 패스를 연결했고, 이것을 쇄도하던 데얀이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수원의 기세는 대단했다. 악바리가 된 수원은 경기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며 전북을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고, 날카로운 역습으로 전북의 수비 뒤 공간을 노렸다. 결국 결실을 맺었다. 후반 37분 데얀의 추가골, 후반 39분 한의권의 쐐기골까지 나오면서 적지에서 ‘대어’ 전북을 잡았고, 준결승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결국 서정원 감독의 사퇴라는 충격 요법이 통한 셈이다. 그러나 수원 선수단의 분위기는 밝지 않았다. 그동안 믿고 따르던 서정원 감독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났기 때문이다. 수원의 캡틴 염기훈도 전북전 대승에도 밝게 웃지 못했고, 계속해서 서정원 감독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염기훈은 “진작 우리가 이렇게 악바리처럼 뛰었어야 했다. 승리는 기쁘지만 서정원 감독님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선수단의 책임도 분명하게 있다. 최근 부진의 결과는 모두 감독님의 책임은 아니다.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캡틴’ 염기훈의 말대로 수원은 서정원 감독이 떠나고 나서야 악바리가 됐다. 결국 이것이 잠자던 수원의 투쟁심을 깨웠고, 전주성 대첩을 만들었다. 그러나 수원 선수들은 밝게 웃지 못했고, 스스로 팀을 떠난 서정원 감독을 위해서라도 2차전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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