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기성용(23, 스완지 시티), 하대성(27, 서울) 중원 조합의 부진이 아쉬웠던 한판이었다.

한국은 11일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3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나름 원정에서 승점 1점을 거두는 성과를 올렸지만 시종일관 우즈벡에 주도권을 내줬던 경기 내용은 졸전에 가까웠다.

기대를 모았던 기성용과 하대성이 미드필더진에서 제 몫을 하지 못한 점이 뼈아팠다. 이들은 4-2-3-1 전형에서 포백 수비 앞에 배치돼 1차 저지선 역할을 하고 공격시엔 3명의 2선 공격수와 원톱을 지원해야 했지만 원활한 호흡을 보이지 못하며 중원 싸움에서 우즈벡의 기세에 밀리고 말았다.

전반 12분 만에 코너킥 상황에서 자책골을 기록하며 불운하게 경기를 시작한 기성용은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다. 평소 보여주던 활기찬 기동력과 터프한 수비는 사라졌고, 덩달아 경기 조율도 여의치 않았다. 패스 타이밍을 자주 놓치는 모습이었다. 지난 8월 런던 올림픽을 마치고 짧은 휴식 후 새로운 팀인 스완지 시티에 합류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소화했던 강행군의 후유증으로 보였다. 그나마 전반 막판 곽태휘의 동점골을 도운 것이 위안을 삼을 만 했다.

파트너인 하대성도 함께 부진에 빠졌다. 올 시즌 맹활약을 펼치며 서울을 K리그 1위로 이끌고 있는 ‘중원의 지휘관’ 하대성은 온데 간데 없었다. 대표팀은 확실히 서울에 비해 하대성의 발을 거쳐 전방으로 나가는 패스의 횟수가 적었고, 이런 상황에서 하대성은 대표팀의 터줏대감인 기성용과 명확한 역할 분담이 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노출했다.

우즈벡의 미드필더들은 이러한 약점을 놓치지 않았다. 제파로프, 무사에프, 하사노프 등은 엇박자를 내는 한국의 중원을 상대로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가했고, 볼을 빼앗으면 곧바로 전방에 패스하며 재빠른 역습을 시도했다. 우즈벡은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세트피스 기회를 얻은 뒤 2골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렇듯 기성용과 하대성 모두 대표팀에서 손꼽히는 테크니션들이지만 우즈벡전에서는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 마치 주인공이 2명인 모양새였다. 이로써 10월 16일 쉽지 않은 이란 원정을 앞두고 최강희 감독은 큰 고민을 안게 됐다.

월드컵 본선행의 최대 고비로 꼽히는 이란전은 한국이 쉽사리 흐름을 압도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탄탄한 중원 구성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달 남짓 준비기간 동안 최강희 감독의 중원 구상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채태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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