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이명수 기자= FC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21라운드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선수 입장을 위해 양 팀 선수들이 터널에 도열하자 어린이 에스코트들이 함성으로 이들을 맞이했다. 그런데 한 소년의 복장이 특이했다. 골키퍼 유니폼은 물론 골키퍼 장갑까지 맞춰 입었다. 게다가 금발에 파란 눈까지. 한 눈에 봐도 범상치 않았던 소년은 양한빈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입장했다. ‘우상’ 양한빈을 만나기 위해 9천km을 날아온 영국 소년 벤자민의 이야기이다.

9살 소년 벤자민은 영국 더비에서 왔다. 아버지 가레스는 한국과 영국을 오가는 사업가이다. 때문에 벤자민은 어려서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한국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한식을 즐겨 먹는 것은 덤이었다.

벤자민이 FC서울을 알게 된 계기는 축구 게임 때문이었다. 집에 있는 X박스로 피파를 즐겨하는데 항상 선택했던 팀은 FC서울 이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한국이 익숙했고, FC서울은 한국의 수도 클럽 팀이기 때문이다. 벤자민네 가족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가족 여행지로 서울을 택했고, FC서울 홈경기 관람을 필수 코스로 넣었다.

그런데 경기 티켓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아직 한국의 티켓 구매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았던 탓이다. 때문에 아버지 가레스는 페이스북을 통해 FC서울에 티켓 구매 방법을 문의했다. FC서울 SNS 담당자는 티켓 구매 방법을 친절히 설명했고, 벤자민과 가족들은 무사히 경기장에 올 수 있는 듯 했다.

FC서울 SNS 담당자는 한 가지 생각을 해낸다. 영국에서 FC서울 경기를 보기 위해 날아온 소년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로 결정한다. 구단 내 상의를 거쳐 벤자민을 제주전 플레이어 에스코트로 초청했다.

에스코트로 초청 받은 벤자민은 뛸 듯이 기뻤다. 당시 기분에 대해 벤자민은 “우상 양한빈을 에스코트 한다니 정말 기뻤다”고 전했다.

벤자민은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양한빈을 꼽았다. 이유는 벤자민도 지역 유스 팀에서 골키퍼로 활약 중이었기 때문이다. 벤자민은 더비 카운티 U-8 팀에서 골키퍼를 보고 있는 ‘축구 꿈나무’였다. 프랭크 램파드가 감독으로 재임 중인 그 팀이다. 

때문에 벤자민은 골키퍼 유니폼부터 골키퍼 장갑, 축구화까지 양한빈과 똑같이 입은 채 경기장에 나섰다. 벤자민은 “유스 팀에서 골키퍼로 활약하고 있는데 가장 좋아하는 FC서울의 골키퍼, 양한빈이 나의 우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벤자민은 “유튜브에서 보고 양한빈이 정말 잘 하는 골키퍼라는 것을 알게 됐고, 훌륭한 세이브들을 만들어 낸다. 양한빈을 정말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양한빈과 ‘깔맞춤’한 채 경기장에 나선 궁금증이 비로소 풀렸다.

이날 경기에서 FC서울은 제주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뒀다. 모처럼 만의 무실점 대승이었다. ‘벤자민의 우상’ 양한빈은 슈퍼세이브를 펼치며 FC서울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양한빈은 전반 21분, 찌아구와의 1대1 찬스에서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찌아구의 슈팅을 막아내며 ‘역시 양한빈’이라는 감탄을 자아냈다.

경기를 관람한 소감에 대해 벤자민은 “정말 멋진(awesome) 경기 였다. FC서울이 이겼고, 양한빈이 멋진 세이브를 펼쳐 기뻤다”고 소감을 전했다. 

벤자민의 ‘우상’ 양한빈은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영국에서 온 소년에게 ‘우상’으로 지목 된 것에 대해 양한빈은 “외국에서 FC서울과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면서 “이런 어린아이들을 위해서 앞으로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한편 벤자민과 아버지 가레스는 FC서울 경기가 즐거웠다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경기 후 벤자민은 "이미 유튜브에서 봤기 때문에 FC서울의 경기력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3-0 승리를 거둬 기쁘다"고 말했다. 아버지 가레스 역시 "양 팀 모두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고 덧붙였다.

FC서울은 제주전 승리를 시작으로 상주, 수원을 꺾고 3연승을 달리고 있다. '영국 소년' 벤자민의 응원을 받아 사기를 충전한 FC서울은 다가오는 K리그1 일정에서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는 각오이다.

사진 = 윤경식 기자, FC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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