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탈린(에스토니아)] 이명수 기자=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2018 UEFA 슈퍼컵 경기가 열린 릴레퀼라 스타디움. 한 남자가 발코니에 서서 소리를 지르자 아틀레티코 벤치가 반응했다. 발코니에 선 남자는 시메오네 감독이었고, 시메오네 대신 벤치에서 지휘한 헤르만 부르고스 코치는 이를 듣고 전략을 수행해 아틀레티코의 슈퍼컵 우승을 이끌어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16일 새벽 4시(한국시간) 에스토니아 탈린에 위치한 릴레퀼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의 2018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에서 연장 전반 8분에 터진 사울의 결승골과 코케의 쐐기골에 힘입어 레알을 4-2로 격파했다. 이날 승리로 아틀레티코는 통산 3회 슈퍼컵 우승에 성공했다.

이날 아틀레티코 벤치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시메오네 감독이었다. 시메오네 감독은 지난 시즌 아스널과의 유로파리그 4강에서 심판에게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UEFA 주관 경기 4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벤치에 앉을 수 없게 됐다. 이날 경기는 징계 후 3번째 경기였고, 시메오네 감독을 대신해 부르고스 코치가 터치라인에서 선수들을 지휘했다.

이날 경기가 열린 릴레퀼라 스타디움은 2만석 규모의 작은 경기장이다.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가 홈으로 사용하는 인천 축구전용구장과 느낌이 비슷했다.

때문에 관중석에서 지시사항을 내려도 충분히 그라운드까지 전달될 수 있었다. 시메오네 감독이 소리를 지르면 벤치 옆에서 교체 선수들의 워밍업을 준비하던 피지컬 코치가 이를 듣고, 부르고스 코치에게 전달하는 형식이었다. 시메오네 감독은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관전했지만 쉴 새 없이 샤우팅을 내지르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물론 경기 내내 시메오네 감독이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선수 교체 시에는 시메오네 감독이 소리를 지르며 지시 사항을 내리는 모습이었다.

시메오네 감독의 열정적인 지휘 때문이었을까. 아틀레티코는 레알에 1-2로 뒤지다 코스타의 동점골에 힘입어 2-2 동점을 만들어냈고, 연장전에만 두 골을 터트리며 레알을 4-2로 제압하고 슈퍼컵 우승에 성공했다. 시메오네 감독은 사울이 역전골을 넣으며 3-2로 앞서감에도 불구하고 계속 소리를 지르며 아틀레티코 선수들에게 집중을 요구하는 모습이었다.

시메오네 감독은 열정적인 지도로 유명하다. 전날 열린 공식 훈련에서도 시메오네 감독은 직접 공을 몰고 가 시범을 보이며 선수들을 열정적으로 지도했고, 쉴 새 없이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며 훈련을 진행했다.

또한 아틀레티코의 홈경기 시에는 관중들에게 환호를 유도하는 리액션으로 경기장의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는데 능하다. 이와 같은 열정적인 모습과 남성적인 외모 때문에 국내축구팬들은 시메오네 감독을 ‘두목’이라 부르곤 한다.

시메오네 두목 옆에는 ‘오른팔’ 부르고스 코치가 있다. 부르고스 코치도 험상궂은 외모 덕에 국내축구팬들이 ‘행동대장’ 혹은 ‘오른팔’이라 부른다. 실제로 부르고스 코치는 선수들이 집중력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경우 소리를 지르고, 윽박지르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감독의 부재로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지만 아틀레티코는 ‘강적’ 레알을 맞아 역전승을 거두는 괴력을 선보였다. 이미 아틀레티코는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도 시메오네 감독이 징계로 벤치에 앉지 못했지만 마르세유를 꺾고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바 있다. 감독이 없어도 팀이 정상적으로 운영된 것은 감독과 코치의 호흡이 잘 맞는 것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날 아틀레티코의 슈퍼컵 우승도 ‘찰떡호흡’을 자랑하는 시메오네 감독과 부르고스 코치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사진 = 이명수 기자,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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